비대면 진료 확대 논의에 '디지털이 무서운 어르신' 있나
생각을 HIT | 제도화 결과에 상관 없이 어르신 배려 정책 보완돼야
"현OO님. 진료실 1번으로 들어오십시오." 작년 이맘때쯤이다. 병원 대기가 싫어 인터넷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의 사용 방법을 검색해 예약을 하고 갔다. 10분쯤 기다렸나? 전광판에 내 이름이 보이며 나를 호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식당이 아니라 병원도 예약이 가능하다니. 세상 좋아졌다'고 느끼며 진료실로 가기 위해 일어났다. 그 순간 접수실 앞에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냐"고 질문하는 어르신이 눈에 들어왔다.
진료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내 다음 순서도 저 어르신이 아니다. 어르신은 병원에 언제쯤 오셨을까?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지나가며 슬쩍 대기표를 봤다. 스무명도 훨씬 넘게 남은 뒷번호다. 분명 나보다 일찍 왔는데, 방금 전까지 병원 예약은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기자수첩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 아마 의대 정원 확대 및 전공의 파업일 것 같지만, 오늘은 이전부터 꾸준히 이야기가 나오고 있던 비대면 진료 확대를 이야기하고 싶다. 한참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2년 봄, 코로나에 감염되는 바람에 비대면 진료를 처음 이용해봤다. 침대에 누워 앱으로 통화하며 증상을 말하자 진료는 끝났다. 약도 빠른 배송부터 일반 배송까지 내가 선택해 원하는 주소로 받아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편리함'이다. 잘하면 병원 가기 위해 연차를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대면 진료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의료 서비스 접근성 향상이라는 장점을 가져온다. 이는 사람들이 비대면 진료 지속을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국회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행법은 어떨까. 기자는 '현행 비대면 진료에서 초진은 제외인데, 65세 이상 노인 등의 취약 계층은 초진 경험이 없어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동시에 진료를 받기 위해 일찍부터 병원을 찾았지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던 어르신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낯선 광경이면 좋겠지만 장소만 바뀌었을 뿐 익숙한 모습이라 기분은 좋지 않았다. 은행 앱부터 키오스크까지, 우리는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어려움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디지털 격차로 인해 어르신이 소외받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약 99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9.2%다. 내년부터 1000만명을 넘길 예정이며, 전체 인구 수 대비 비율도 20.3%로 예상된다. 노인 인구 1000만 시대가 코앞인 것이다.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는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기자수첩에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에 대한 의견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제도화 결과에 상관 없이 어르신을 배려할 수 있는 정책은 보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