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MASH 임상 2상 성공에 주가 '점프' 한미약품… 기대 포인트는
[HIT글로벌] 돈이 보이는 글로벌 바이오 뉴스
※ 투자자를 위한 핵심 포인트 두 가지
①일라이릴리가 발표한 MASH 2상 소식은 엄밀히 말해 '절반의 성공'으로 봐야 합니다. '섬유증 개선' 효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②내달에 허가될 것으로 보이는 '레스메티롬'과 의미있는 경쟁을 하려면, 한미약품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섬유증 개선 효과도 보여줘야 합니다.
나온 지 5일은 다 돼가는 소식에 <HIT글로벌>이 '뒷북'을 치러 왔습니다. 일라이릴리(Eli Lilly)의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임상 2상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 그 소식입니다. 이 뉴스 덕에 지난 7일에 한미약품의 주가가 5% 가까이 뛰었습니다.
한 번에 이해가 어려운 소식입니다. 이게 무슨 임상이었던 걸까요? MASH는 뭐고, 한미약품의 주가는 왜 덩달아 뛰었을까요? 우리도 일라이릴리와 한미약품에 지금이라도 투자해야 하는 걸까요? 이해하기 어렵다고 포기는 금물! <HIT글로벌>이 뒷북을 치는 대신 알기 쉽게 제대로 취재해 왔습니다.
MASH가 뭐죠?
작년까지만 해도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으로 알려져 있던 질병, MASH를 짚으며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것이 어떤 병인지 모르면 이번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렵거든요.
지방간, 간섬유증, 간경화, 간암. 모두 들어봤던 병명일 겁니다. 이들은 서로 연결돼 있는 질환들입니다. 간에 과도하게 지방이 쌓여서 지방간이 되고, 지방이 염증을 일으켜 간에 상처를 냅니다. 상처가 계속 생기다 보면 간에 흉터가 남는데, 이 현상을 간섬유증이라 합니다.
살갗에 흉터가 지면 피부가 울퉁불퉁하고 딱딱해지듯, 간섬유증이 계속되면 간이 딱딱해지며 제 기능을 잃습니다. 이 상태가 간경화입니다. 간경화가 지속되면 결국 간암이 일어나고요.
이같은 '지방간-간섬유증-간경화-간암' 미끄럼틀 입구에 위치한 질환이 바로 MASH입니다. 지방간에 염증이 수반된 상태를 말합니다. 그리고 MASH가 진행되고 있다면, 많은 경우 초기 간섬유증도 함께 진행됩니다.
그래서 많은 제약사들은 여태 지방간ㆍ염증ㆍ섬유증 중 하나만 건드리는 식으로 MASH 치료제 개발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모두 실패했죠. 그 이유는 MASH 특유의 '악순환' 때문입니다. 지방간만 치료하면 섬유증은 그대로 남아 계속해서 염증을 일으킵니다. 염증만 치료한다면 남아있는 지방간과 섬유증이 또다시 염증을 일으킵니다. 섬유증만 치료한다면 남아있는 지방간과 염증이 또다른 섬유증을 유발합니다.
즉 가장 이상적인 MASH 치료제는 지방간ㆍ염증ㆍ섬유증을 동시에 해결해야만 합니다. 말했듯 하나의 증상만 건드려서는 MASH 진행을 막을 수 없으니까요. 이제 오늘의 주제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임상 2상에서 '성공'했다는 일라이릴리의 터제파타이드는 지방간ㆍ염증ㆍ섬유증을 모두 해결했던 것일까요?
일라이릴리가 거둔 '반쪽짜리' 성공
일라이릴리는 지난 6일(미국 현지 시각) 터제파타이드의 MASH 임상 2상 시험 '시너지-내쉬(SYNERGY-NASH)'의 중간 결과를 알렸습니다. 시험 대상자 상당수의 MASH가 완치되며, 1차 평가지표가 충족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일라이릴리가 임상 2상에 성공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1차 평가지표가 충족되기는 했으니까요.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일라이릴리는 이상적인 MASH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있어서는 절반만 성공했습니다. MASH가 완치된 건 맞는데, 섬유증은 치료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일라이릴리가 말한 'MASH 완치'는 '섬유증 진행 없는 MASH 완치'입니다. 정확한 해석이 필요한 표현인데요. '지방간과 염증이 없어졌으니까 MASH가 완치된 건 맞는데, 이미 진행되고 있던 섬유증은 더 악화되지 않게만 만들었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상술했듯 섬유증을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염증이 다시 일어납니다. 염증은 섬유증을 더 악화시키고, 결국 간섬유증-간경화-간암의 굴레를 시작시킵니다. 그래서 이번 임상 2상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일라이릴리의 터제파타이드는 이상적인 MASH 치료제라 부르기 어렵습니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왜 뛴 거죠?
한미약품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가 터제파타이드와 작용기전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둘 다 GLP-1/GIP 수용체 이중작용제입니다.
용어에 겁먹지 맙시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세포에 돋아있는 버튼을 몇 개 눌러줘야 하는데,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가 그 버튼 역할을 합니다. 터제파타이드와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이 버튼들을 눌러주는 약물이고요.
두 약물 모두 같은 버튼을 눌러주기 때문에, 터제파타이드가 좋은 임상 결과를 보인다면 에피노페그듀타이드도 비슷한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사실을 인지한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한미약품에 투자하면서 주가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한미약품이 지난 2020년 미국 머크(MSD)에 기술수출한 물질로, 역시나 MASH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현재 임상 2상 시험을 거치고 있죠.
일라이릴리가 절반만 성공했다면, 한미약품도 절반만 성공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건 모르는 일이니, 속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약물의 작용기전이 유사하다고 해서 항상 같은 결과를 내지는 않습니다. 관전 포인트는 '에피노페그듀타이드가 이상적인 MASH 치료제의 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상에서 지방간도 줄이고, 염증도 줄이고, 섬유증도 줄이는 결과를 보여줄 것인지 눈여겨봐야 합니다.
작년 6월 유럽간학회(EASL)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일단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지방간에 꽤나 출중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지방을 줄였다면 염증도 덩달아 줄였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데, 여기 대한 결과는 추후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섬유증에 대한 효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미약품은 여기에 대해 계속해서 자신감을 보여 왔습니다. 애초에 섬유증을 개선시키는 작용이 동물실험에서 확인됐기 때문에 MSD가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사갔다는 것이죠. 이 효과를 임상 2상과 3상에서 재현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어찌됐건 일라이릴리는 이대로 개발해도 괜찮지 않나요? 어차피 MASH 치료제는 출시된 게 없는데요.
얼추 맞는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입장을 종합하면, MASH 치료제 허가를 위해선 섬유증 악화 없이 MASH를 치료하거나 MASH 악화 없이 섬유증을 치료하는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일라이릴리의 터제파타이드는 전자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임상 2상 결과가 임상 3상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된다면, 허가 가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합니다. 섬유증 악화 없이 MASH가 치료된다는 건 의미 있는 효과가 맞습니다.
문제는 터제파타이드 혼자 선방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미 결승선에 거의 다다른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의 '레스메티롬(Resmetirom)'이 FDA 허가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오는 3월 중에 허가 여부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레스메티롬의 개발이 더 빨랐던 건 둘째치고, 일라이릴리가 신경이 쓰일 만한 부분은 레스메티롬이 이상적인 MASH 치료제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레스메티롬은 지방간ㆍ염증ㆍ섬유증에 모두 효과가 있었습니다. '레스메티롬 허가는 시간 문제'라는 발언이 도처에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죠.
만약 레스메티롬이 출시된다면, MASH 치료제 후발주자들은 레스메티롬과 최소한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장점을 보여줘야 할 겁니다. 즉 지방간ㆍ염증ㆍ섬유증에 모두 효과를 보여주는 걸 기본으로 갖춰야 레스메티롬과 의미 있는 경쟁이 가능해집니다. 터제파타이드는 임상 2상에서 지방간ㆍ염증에만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임상 3상에서 섬유증에 대한 효과를 더 보여주거나 뭔가 다른 전략을 들고 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약품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어떻게 될까요?
마찬가지로 임상 2상과 3상의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합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상에서 섬유증 개선 효과까지 확인되고, 그 결과가 임상 3상에서도 확인되는 것이겠죠. 모쪼록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