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고 강하다' 비상장 헬스케어 투자 매력 높아진 비결은
HIT CHECK | 바이오 투자 시장 ㉞ '명확한 BM→조기 수익성 확보'로 경직된 조달 시장에 활기 압도적 우위나 테마 쏠림 없이 여러 키워드서 투자 스펙트럼
2023년 한 해 제약ㆍ바이오ㆍ헬스케어 투자 시장에서는 유독 '헬스케어' 섹터의 약진이 돋보였다. 연구개발(R&D) 중심의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보다 수익 전환까지 기다림이 길지 않고 사업에 대한 접근과 이해가 한층 쉬운 점 등이 헬스케어 섹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인 결과다. 헬스케어 섹터는 지난해에 들어서야 대대적인 시장 개화와 호황기를 함께 맞았다. 그만큼 투자 방향 또는 '테마' 역시 다양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금 유입 증대나 추가 섹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21일 히트뉴스가 작년 한 해 동안 자금 조달을 마무리한 국내 비상장 헬스케어 기업 현황을 '키워드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79개의 기업이 20개의 키워드로 투자 시장의 문턱을 넘었다. 이들을 통해 헬스케어 섹터에 유입된 자금 총액은 6575억원이다. 의료기기 업체거나 초기 기업으로 아직 명확한 모델을 확립하지 못한 일부 업체를 제외한 결과인데, 해당 금액은 작년 전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조달액(1조1939억원)의 절반을 넘어선다.
비상장 헬스케어 기업이 조달한 전체 자금(6575억원) 가운데 14%인 925억원이 '피트니스ㆍ헬스앱'으로 몰렸다. 작년 한 해 가장 주목받은 헬스케어 사업 키워드였다. 2020년 초부터 줄곧 조달 최상위권에 위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아온 인공지능(AIㆍ763억원)을 제쳤다. 2023년 톱픽(Top-pickㆍ최선호주)을 차지한 휴먼스케이프(시리즈 Cㆍ400억원), 대기업 롯데 계열사인 롯데헬스케어(기타ㆍ300억원)등 대어들이 이끌어낸 성과다.
피트니스ㆍ헬스앱은 유의미한 월간활성이용자수(Monthly Activate UsersㆍMAU)를 자체 플랫폼에서 확보한 뒤 이를 광고 및 제품 판매와 연계하는 비즈니스 모델(BM)이다. 휴먼스케이프는 임신ㆍ육아앱 '마미톡'과 희귀질환 플랫폼 '레어노트'로 인지도를 쌓았다. 롯데헬스케어 역시 본격적인 헬스앱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름의 상용화 모델을 확립한 상태다.
어느새 헬스케어 자금 조달 시장 '전통의 강자'로 자리잡은 AI가 피트니스ㆍ헬스앱의 뒤를 이었다. AI 기반 환자 맞춤형 항암제 효능 예측 등 정밀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프리메드가 프리시리즈 A 라운드에서 300억원을 모은 게 컸다. 이어 환자의 상태를 AI 소프트웨어가 예측하는 '바이탈케어'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따낸 에이아이트릭스(시리즈 Bㆍ150억원), 바디프랜드 계열사로 AI 기반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메디컬에이아이(기타ㆍ100억원)가 조달 상위에 자리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582억원)'의 경우 의료기기와 일면 성격이 비슷한데, 휴대성과 편의를 대폭 제고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구동 측면에서 AI와도 접점이 있지만, 제품을 양산해 매출을 올린다는 게 다르다. 인슐린 펌프 개발업체 케어메디(시리즈 Bㆍ260억원)의 사업 모델과 조달 성과가 이를 잘 나타낸다.
'비대면 의료(457억원)'의 경우 투자 열풍이 몰아쳤던 2021년 대비 열기는 잠잠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팔로우온(Follow Onㆍ후속 투자)와 극초기 기업 단계에서 투자 성과가 나왔다. 논란이 많은 의약품 배송보다는 '리모트 모니터링(Remote Monitoring)' 형태의 사업 전환을 통해 조달에 성공한 게 눈길을 끈다. 수면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는 모델을 앞세워 110억원을 조달한 비알랩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영상진단(457억원)', '헬스케어커뮤니케이션 서비스(417억원)'도 자금 조달 시장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앞서의 주요 키워드와 놓고 보면 사업 색채나 수익 창출 모델이 비슷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시장에 소구하는 접근법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 섹터는 극 초창기를 지나 세분화의 길목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신약 개발업체보다 빠른 사업화 성과를 내거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단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