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진 사장 "한 달 만에 체결된 오리온과의 빅딜, 그게 사실은…"

"오리온 측으로부터 '자율 경영'이라는 최대 한도의 '약속' 받았다" "오리온은 이미 대내외적으로 시장에서 검증된 바이오기업 찾은 것" "제약사 바이오벤처 인수, 구성원 간 불필요한 의견 충돌 가능성 있어"

2024-01-17     남대열 기자

 '글로벌 빅파마' 꿈꾸는 레고켐바이오, 왜 오리온과 손잡았나 

오리온그룹이 15일 55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글로벌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하기로 하면서 최대주주에 등극할 전망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의 신약 연구개발(R&D) 역사를 써내려 온 레고켐바이오가 오리온그룹에 매각되는 셈이다. <히트뉴스>는 레고켐바이오 공동창업자 인터뷰 및 업계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오리온그룹과 레고켐바이오의 '빅딜(Big deal)'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① 오리온과 빅딜에 관한 박세진 사장 브리핑
② 오리온과 빅딜에 관한 김용주 대표의 속내
③ 오리온·레고켐 빅딜 체결에 대한 업계 반응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사장(COO)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4~5년 동안 (신약 개발) 파트너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 오리온과의 딜은 지난해 12월 1일 양사가 첫 만남을 가진 후 양측 최고경영진들이 몇 번의 미팅을 통해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체결된 딜입니다."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사장(COOㆍ최고운영책임자)은 16일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오리온ㆍ레고켐바이오의 빅딜 체결 과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레고켐바이오는 왜 오리온과 손잡았나?

박 사장은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가 지난 18년 동안 해 왔던 회사의 조직문화 및 경영진을 최대한 존중해 줄 수 있는 기업"이라며 "특히 레고켐바이오의 '자율 경영'을 보장하는 관점에서 회사의 마음을 움직였다. 회사는 오리온으로부터 최대 한도의 '약속(Commitment)'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만약 제약사가 바이오 벤처를 인수하게 되면 구성원 간 불필요한 의견 충돌이 생길 수 있지만, 오리온의 경우 그럴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리온에서 '레고켐바이오의 신약 개발 사업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오리온은 검증되지 않는 기업을 키우는 것이 아닌, 이미 대내외적으로 시장에서 검증된 바이오기업을 찾아 나섰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사업 확장 의지를 내비친 오리온과 대규모 연구개발(R&D) 자금이 필요한 레고켐바이오 간의 니즈와 맞물리면서 이번 빅딜 체결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박세진 사장은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 제과 사업을 바탕으로 그동안 자산을 축적해 왔는데, 무엇보다 바이오 산업 진출에 대한 그룹의 목표가 명확했다"며 "그들이 보유한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함께 할 바이오 기업을 찾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이어 "(이번 빅딜을 통해) 오리온 측이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로 거듭나지만, 회사의 신약 R&D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줬다"며 "양측의 입장이 맞아 떨어져 이번 딜이 체결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만9000원에 796만3283주의 신주를 배정받고, 구주로 공동 창업자인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기준가 5만6186원에 총 140만주를 매입해 레고켐바이오 주식 총 936만3283주를 확보함으로써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대금 납입 예정일은 오는 3월 29일이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하는데, 레고켐바이오의 기존 경영진 및 운영 시스템은 변함 없이 유지한다.

오리온 측은 이번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ADC 항암 치료제 시장에 한 발을 내딛게 됐으며,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및 신사업인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두 회사 간의 시너지에 국내 산업계가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오리온 측으로부터 풍부한 R&D 등 임상 자금을 확보한 레고켐바이오의 향후 개발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