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L/O' 막판 스퍼트… 작년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1.2조 조달

HIT CHECK | 바이오 투자 시장 ㉜ 최악의 상반기 이겨내고 하반기 들어 본격적 반등 시작 오름테라퓨틱이 쏘아올린 빅딜 바이오 섹터 전체 '빅뱅'

2024-01-07     강인효 기자

2023년 한 해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과 고금리 및 고물가가 융합된 불확실성 속에서 유달리 혹독한 한 해를 보낸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금 조달 규모가 가장 적었던 것도 이같은 사정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하반기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섹터 최고 기대주인 오름테라퓨틱을 포함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잇따른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ㆍ기술수출) 소식을 기점으로 시작된 '자금 조달 막판 스퍼트'가 눈길을 끈다. 작년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섹터에 집결된 자금만 5000억원에 근접한다. 시장 전체를 짓누르던 어두운 그림자를 곳곳에서 터져 나온 빅딜을 통해 걷어낸 모습이다.

7일 히트뉴스가 자체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총 1조1939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역대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던 2021년(3조303억원)과 2022년(1조7601억원)과 대비하면 다소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해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의 영향에 펀딩 시장이 짓눌렸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총 자금 조달 규모는 2022년과 비교하면 3분의 2(67.8%) 수준이다.

해당 기간 펀딩 라운드나 세부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해 2023년에 총 160곳의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이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다.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고 공개한 기업수는 2022년(146곳)보다 소폭 늘었다. 다만 작년 한 해 조달 규모가 2022년 상반기(1조3075억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조달 기업 수의 변동이 큰 의미를 차지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섹터의 2023년 상반기 조달액은 약 3611억원이었다. 하반기에는 약 8328억원이 유입됐다. 상반기와 하반기의 격차가 2배 이상 난 점을 보면 최악의 자금 조달난을 이겨내고 조금씩 투자 분위기가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진단해 볼 수 있다.

특히 작년 연말 두 달(11월~12월) 동안 유입된 금액이 5000억원에 근접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통상 연말 북클로징(Book closingㆍ회계연도 장부 결산)을 전후해 대규모 자금 집행이 이뤄지지만, 2022년 최악의 시기에는 이조차도 사라졌던 점이 작년과는 대조된다. 멀티클로징(Multi closingㆍ추가 증액)분을 제외하고 2023년 11월과 12월에 집행된 자금을 살펴보면 11월 조달 규모는 2442억원, 12월의 경우 1903억원이었다.

작년 한 해 시장 및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휴먼스케이프'였다. 시리즈 C 라운드를 열고 2023년 5월 200억원을 모았는데, 연말에 다시금 멀티클로징을 마치며 총 자금 조달 규모는 400억원을 달성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섹터'에서 자체 사용자 풀(pool)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화 모델을 구축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선급금(업프론트)으로만 1300억원을 확보하며 바이오텍 자금 조달 분위기를 반전시킨 '오름테라퓨틱'은 지난해 260억원을 조달했다. '신약 개발 섹터'에서는 톱픽(Top-pickㆍ최선호주)이다. 단백질분해제(TPD) 파이프라인을 다시금 항체와 결합(Conjugation)하는 AnDC 플랫폼이 빅파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의 빅딜을 이끌어냈다.

2023년 한 해 동안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규모 자금 조달 사례, 이른바 '메가딜'이 1건도 포착되지 않은 점도 특기할 만하다. 헬스케어 기업 가운데에서는 휴먼스케이프가 근접할 수준의 딜을 만들어 냈지만, 신약 개발 바이오텍으로 눈을 돌리면 엇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낸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막바지 각종 빅딜 소식에 힘입어 자금 조달 규모가 대폭 늘어난 점은 위안거리로 삼을 수 있어 보인다. 앞서 오름테라퓨틱 외 상장 제약사(종근당) 및 바이오텍(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도 각종 빅딜이 터지면서 침체됐던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각각 2023년 11월 오름테라퓨틱과 종근당, 2023년 12월 레고켐바이오에 이어 2024년 새해 벽두에는 LG화학까지 선급금(업프론트) 규모만 1000억원이 넘는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무엇보다 수년에 한 번 찾아볼 수준의 대형 글로벌 L/O 딜이 직전 3개월 사이에 몰리면서 2024년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펀딩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