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차손 딜레마', 해외는 어떻게 대처했나… 미국·일본·캐나다의 대안
해외서 제시하는 카드… 시장만 따지거나, 유예하거나, 개발비 인정하거나
'법차손 딜레마'에 빠진 K기술특례상장 바이오 벤처
[끝까지HIT 8호] 2023년 내내 비상장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상장 바이오 벤처는 세밑 한파 추위에 비견할 만한 '법차손'이라는 커다란 암초를 맞닥뜨리고 있다.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의 줄임말인 법차손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상장 바이오 벤처들에는 서슬퍼런 칼날과도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상장된 바이오텍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주요 사유 중에서 법차손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벤처 중에서 법차손 발생에 대해서 3년간의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특례가 적용되는데, 이 유예기간이 지나도록 상장 유지 조건을 미충족하는, 즉 법차손이 발생하는 바이오 벤처가 거의 대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법차손이 발생한 데 따라 그 결과 관리종목에 지정될 우려가 큰 상장 바이오 벤처가 계속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끝까지 HIT>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 벤처 앞에 놓여 있는 '법차손 딜레마'에 대해 살펴봤다. 2023년말 발행된 <끝까지HIT 8호>에 게재된 이 기사는 2023년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①기술특례상장 법차손 현황
②해외 자본시장은 어떻게 하나
여느 정책 이슈가 그렇듯, 개선안을 찾아 나설 때는 다른 이들의 시야를 빌릴 필요가 있다. 특히나 다른 국가의 증권 시장을 벤치마킹하며 시작된 것이 코스닥임을 감안하면, 진일보한 정책이나 규제가 시야 안에 들어올 때 적극 차용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유수의 국가들은 중소ㆍ벤처에 시장 진출 기회를 주기 위해 그들만의 룰(rule)을 구성해 뒀다.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관련 상장 폐지 요건으로 떠들썩한 우리네 토론장에 끌어들일 만한 요소도 충분함은 물론이다. 밖으로 눈을 돌려 미국ㆍ일본ㆍ캐나다의 사례를 짚어본다.
미국 나스닥 캐피탈 마켓
코스닥이 미국 '나스닥(NASDAQ)'을 대거 참고해 만들어졌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나스닥은 1971년 첫 선을 보인 이래로 각종 하이테크 기업들의 등용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일명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으로 불리는 메타(옛 페이스북)ㆍ애플ㆍ아마존ㆍ테슬라ㆍ알파벳(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ㆍ엔비디아도 모두 나스닥 상장 기업이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제약바이오 기업인 길리어드(Gilead)ㆍ버텍스(Vertex)ㆍ리제네론(Regeneron)ㆍ모더나(Moderna)도 이곳 나스닥에서 활동한다.
나스닥은 기업 상장 요건과 기업 규모에 따라 △글로벌 셀렉트 마켓(Global Select Market) △글로벌 마켓(Global Market) △캐피탈 마켓(Capital Market)으로 구분된다. 특히 캐피탈 마켓의 경우는 상장 요건과 상장 유지 요건이 앞의 2개 마켓보다 유연한 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벤처ㆍ중소기업은 캐피탈 마켓을 시장 등용문으로 삼으며, 이러한 점에서 캐피탈 마켓은 코스닥과 그 성격이 유사한 부분이 있다.
나스닥 캐피탈 마켓에 상장하는 경로는 크게 3가지로, 자기자본 기준(Equity Standard)ㆍ시장가치 기준(Market Value of Listed Securities Standard)ㆍ순이익 기준(Net Income Standard) 중 1가지 기준에 부합하면 상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나스닥 캐피탈 마켓의 상장 유지 조건은 기업의 상장 경로마다 조금씩 상이하다.
나스닥 캐피탈 마켓의 상장 유지 조건은 대체적으로 기업 시장가치와 주식 거래 활성도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 요건으로 작용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관련 요소는 없고, 유사한 요소를 꼽자면 순이익 기준 상장기업에 대한 순이익 관련 상장 유지 요건이 있다.
자기자본 기준ㆍ시장가치 기준 상장기업의 경우 사업손실 혹은 순이익에 관련된 상장 유지 조건은 전무하며, 대신 각각의 상장 루트에 맞는 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다. 또 3가지 유형 모두 최소 1달러 이상의 주가를 요구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일본 증권거래소 '그로스'
미국에 나스닥이, 한국에 코스닥이 있다면 일본에는 '그로스(Growth)'가 있다. 그로스의 전신은 자스닥(JASDAQ)과 마더스(Mothers)로, 일본 증권거래소는 2022년 4월부로 1부ㆍ2부ㆍ자스닥ㆍ마더스로 나눠져 있던 시장을 프라임 (Prime)ㆍ스탠다드(Standard)ㆍ그로스로 재편한 바 있다.
그로스에는 주로 중소ㆍ벤처기업이 포진해 있다. 특이한 점은 그로스 시장 상장에는 재무적인 요소가 딱히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해진 수의 주주와 일정 규모 이상의 유통 가능한 주식만 마련된다면 상장이 가능하다.
상장 유지에는 '시가총액 40억엔 이상 유지'와 '순자산 흑자 유지'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전자의 경우 상장 이후 10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그로스(Growth), 즉 성장하는 시간을 벌어주는 콘셉트에 맞는 제도로 보여지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법차손 유예기간이 3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캐나다 'TSXV'
캐나다의 토론토증권거래소는 TSX와 TSXV 시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시장에 우량 대기업과 중소ㆍ벤처기업이 상장한다. TSXV에선 약 1600개 기업이 활동하는데, 이들의 주요 사업 분야로는 광업과 에너지가 꼽힌다.
TSXV는 기업의 재무 상태와 사업 현황에 따라 티어(Tier) 1과 티어 2로 나뉜 다. 티어 1은 TSXV에서 가장 우량한 기업들로 구성돼 있고, 티어 2에는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소속돼 있다. 티어 2는 다시 4종의 하위 그룹인 광업ㆍ가스(기름)ㆍ기술 및 생명과학ㆍ부동산 및 투자로 분류된다.
코스닥 시장과 그 성격이 유사한 티어 2는 상장 유지 조건으로 재무적 요소와 특정 주식 거래 요건을 제시한다. 특히 해당 내용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사업에 투자된 개발 비용이 재무적 성과로 취급된다는 점이다. 직전 사업연도에서 투자된 15만 캐나다 달러 이상의 개발비나 최근 2개 사업연도에서 투자된 30만 캐나다 달러 이상의 개발비는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동일하게 간주된다.
이는 사업 초기에 자금 투자가 막대해질 수밖에 없는 연구개발(R&D) 중심 중소ㆍ벤처기업을 의식해 설정한 기준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의 임상 3상 전 개발비의 회계 처리가 자산화에서 비용화로 변경된 것을 감안할 때, 일본의 사례에서 살펴본 법차손 유예기간 연장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바이오 벤 처의 영업손실 부분을 줄여줄 수 있는 재무ㆍ회계적인 대안으로 캐나다 사례를 고 려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