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률 높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임브루비카' 급여로 치료기회↑"

한양대병원 내과 오석중 교수 인터뷰 "국내 매년 200명 환자 진단, 그 수는 매년 늘고 있어" "8년 안전성 데이터 가진 '임브루비카', 복약편의성·의료진 친숙함 강점"

2023-12-08     황재선 기자
한국얀센의 혈액암 치료제 '임브루비카캡슐'

매년 200명의 유병률을 보이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ymphomaㆍCLL)'은 단클론으로 증식한 성숙한 림프구들이 골수를 비롯해 말초 혈액 및 림프 조직에 축적되는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비교적 드문 희귀암 중 하나다. 이 질환은 재발률이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초기 재발 관리가 환자의 건강에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혁신 항암제들이 개발됨에도 보험 급여 등 환자 접근성 문제로 'FCR 요법(플루다라빈-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 리툭시맙)' 또는 '클로람부실' 등 허가된 지 수십년이 지난 약들만을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했다. 다만, 지난 9월부터 한국얀센의 혈액암 치료제 '임브루비카캡슐(성분 이브루티닙)'이 급여 확대되며, 65세 이상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1차 치료 옵션이 늘어나게 됐다.

임브루비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브로톤 티로신 키나제(BTK) 단백질 억제제'다. 악성 B세포의 생존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B세포 신호 신호전달 물질을 차단해, 악성 B세포의 생존 및 확산을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가진다.

<히트뉴스>는 혈액암 분야 전문가인 한양대병원 내과 오석중 교수를 만나 국내외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 전략의 최신 흐름과 이번 임브루비카의 1차 치료 급여 확대가 가지는 의의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한양대병원 내과 오석중 교수 / 사진=히트뉴스

 

희귀암으로 알려진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은 어떤 질환인가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림프구가 악성으로 변화하고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만성 백혈병으로 발병하는 질환이다. 급성 백혈병보다는 천천히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보니, 지속적으로 경과 관찰을 하다가 병이 진행하는 소견이 보이면 치료를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CLL은 2차 질환이나 감염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림프구가 증식하면 면역 시스템이 무너져 감염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65세 이상 고령 환자 비율이 높은 질환인 점도 특징이다. 그렇다 보니 동반질환의 위험성이 올라갈 수 있다."

 

국내 CLL 환자 동향이 궁금하다

"국내에서는 매년 200여명이 새롭게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구 국가들보다는 적은 수준이지만, 그 수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혈액암은 진단 과정이 다를 것 같다. CLL의 진단 과정은 어떻나

"CLL은 피검사 결과에서 림프구 수가 늘어난 것을 확인하고, 발병을 알게 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늘어난 림프구와 함께 백혈구도 2~3만대로 점점 증식하면 환자가 종합병원으로 내진하게 되며, 종합병원에서 골수 정밀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는다. 다만, 진단 후 림프구 수와 백혈구 수가 높아도 치료를 바로 진행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도 있다. 빈혈이 있거나 혈소판이 감소하는 증상이 있고, 체중이 감소하고, 야간 발한 증상이 있을 때 치료를 시작한다."

 

의료진은 CLL 치료 차수별로 어떻게 진행하나

"그동안 젊고 항암 치료를 잘 받는 환자의 경우 'FCR 요법(플루다라빈-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 리툭시맙)'을 처방해 왔다. 75~80세로 나이가 많은 고령자처럼 복합항암제를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는 '클로람부실'이라는 오래된 약을 써왔다. 다만 이런 약제들의 문제는 2~3년 안에 질환이 재발한다는 것이었다. 재발 환자는 2차 치료로 '임브루비카(성분 이브루티닙)'를, 3차에서는 '베네토클락스'를 순차적으로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의료진들은 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ㆍNCCN) 가이드라인를 참고한다. NCCN에 따르면, CLL 1차 치료제로 이브루티닙은 최우선 조건인 카테고리(Category) 1로 권고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는 이브루티닙을 포함해 다양한 BTK 억제제들이 허가됐고, 처방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임브루비카가 1차 치료제로 급여 등재됐다.

어떤 환자에게 사용해야 하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1차 치료제였던 FCR 요법의 단점은 입원 치료와 케모포트 삽입, 사망까지 유발할 수 있는 백혈구 감소의 부작용, 그리고 2~3년 만에 재발해 약제를 바꿔야 하는 한계점이 있었다. 반면, 최근 초기 치료로 급여를 받게 된 임브루비카는 경구약으로 복용이 편리하고,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임브루비카를 투여한 환자는 5년 내 재발하는 환자가 20% 미만으로 재발률도 낮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서는 획기적인 치료제로 1차로 보험 급여등재가 된 점에서 환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사용할 수 있는 환자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65세 이상의 환자 중 Cumulative Illness Rating Scale(CIRS) 점수가 6점보다 크거나 또는 사구체 여과율이 70㎖/min 미만인 환자는 1차 치료로 임브루비카를 처방받을 수 있다. CIRS는 환자의 동반 질환에 따라 치료 순응도와 예후를 판단하는 하나의 척도인데,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7점 이상의 점수가 보통 나온다. 이 척도는 CLL의 글로벌 임상 연구에서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고령 환자의 경우, 대부분 기저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CIRS점수가 7점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또 사구체 여과율은 콩팥 기능을 평가하는 척도인데, 콩팥 기능이 정상보다 다소 감소돼 항암 치료가 부담스러운 환자들이 70㎖/min 미만으로 평가된다. 이런 환자들에게 임브루비카를 처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급여 확대는 글로벌 임상 3상인 'RESONATE-2' 연구 결과를 근거로 했다. 이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연구진은 RESONATE-2 연구에서 획기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주요 데이터를 소개하자면, 이전에 치료받은 적 없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에서 전체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이 92%로 확인됐다. 또 8년까지 장기간 추적한 연구결과, 임브루비카 치료군의 객관적반응률(ORR)은 92%에 달했으며, 전반적으로 질병 진행의 위험(risk of PD or death)을 클로람부실(위약) 대비 85% 감소시켰다. 이브루티닙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지만, 추적 관찰 7년 시점에서 전체 생존율(OS)은 78%로 나타났다.

위약 대비 무진행생존율(PFS)의 차이가 8~9배 이상이었던 점, 8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전체 생존기간 중간값(mOS)을 도달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임브루비카는 임상적 유용성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본다."

 

글로벌로 보면 임브루비카 외  다른 BTK 억제제도 처방되고 있다. 이 약제들과 비교해 이브루티닙의 강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1세대 BTK 억제제인 임브루비카는 2016년부터 처방해 왔기 때문에, 의료진에게 굉장히 친숙한 약제다. 또 8년 이상의 장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의료진들이 이상반응(Adverse event)이 발생했을 때 이를 관리할 수 있는(manageable) 노하우가 쌓여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의료진이 임브루비카를 선택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CLL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CLL 치료에 있어서 무조건적으로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각 거점의 임브루비카의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들이 있다. 그들을 통해 CLL 치료를 받기를 권고하며, CLL 환자들은 2차 감염에 취약한 만큼 이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정기적인 백신 접종 등을 실천해 지속적으로 건강 관리를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