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바이오 벤처, 복수의결권 환영하지만…"넘어야 할 산 많아"
17일 복수의결권주식 제도 본격 시행…바이오 업계 "대체로 환영" '발기인만이 창업주 인정·누적 투자 100억', 복수의결권 발행의 걸림돌
벤처업계의 숙원으로 꼽히던 '복수의결권' 제도가 1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제도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 도입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복수의결권이란 비상장 벤처 창업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되는 제도로,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의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도입됐다. 앞서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제도를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이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복수의결권의 발행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하며, 창업주로서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에게만 발행할 수 있다. 여기서 창업주란 자본금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한 발기인으로, 지분을 30% 이상을 소유한 최대주주다. 또 창업 이후 누적 투자 유치액이 100억원 이상이고, 마지막에 받은 투자 규모가 50억원 이상이어야 복수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는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투자를 유치해 지분이 30% 이하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복수의결권 발행이 가능하다.
한편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비상장 벤처기업이 상장하는 경우 기존에 설정돼 있던 존속 기한과 상장된 날부터 3년 중 짧은 기간으로 존속 기간이 변경된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지난 7월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 기조세션에서 "오랫동안 적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자본금이 필요한 바이오 산업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복수의결권이 통과됐기 때문에 향후 바이오텍의 이사회 중심 경영 시스템이 활성화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오 업계 "복수의결권 제도 환영…경영권 위협 방지"
복수의결권 발행,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기존 주주 설득해야"
비상장 바이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에 대해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비상장 바이오 벤처 A사 대표는 "복수의결권 도입 자체는 환영한다. 회사를 끝까지 책임질 각오를 하고, 최선의 선택을 할 사람은 창업자"라며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창업자의 책임감이 무겁기 때문에 외부의 환경 및 압박에 신경쓰지 않고 회사를 위한 결정을 내리려면 복수의결권 제도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상장 바이오 벤처 B사 대표는 "요즘처럼 기업가치가 떨어진 시기에 필요한 투자를 유치하면 지분 희석이 많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경영권이 위태로울 가능성이 있다"며 "비상장 바이오 벤처 대표로서 이번 복수의결권 도입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벤처캐피탈(VC)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관련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도 수행하는 VC 입장에서 창업주에 발행되는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에 부담이 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다만 정관 개정 및 발행 결정에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요구되는 등 견제 장치가 있기 때문에 남용의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듭 투자를 유치해 성장해야 하는 바이오 기업이 지분 희석을 염려해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비상장 바이오 벤처들이 복수의결권을 발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비상장 바이오 벤처 A사 대표는 "현실적으로 복수의결권 발행이 가능한 기업이 얼마나 있을 지 모르겠다. 신주 발행으로 대표가 기존 VC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신주를 매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결국 대표가 보유한 주식을 복수의결권 주식으로 전환하려면 기존 주주들의 100%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고, 해당 정관에 근거해 신주를 발행함에 있어 가중된 특별결의 요건을 재차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이 얼마나 활성화될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외에도 최종 투자 금액 50억원, 누적 투자 금액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기업에 한정한 점과 벤처기업의 발기인만이 창업주로 인정돼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이 가능한 점도 (복수의결권) 활성화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