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2심', 발사르탄 항소 제약업계 '사실상' 승리
10여개 제약사 구상금 지웠다…구상금 지급사도 소송 비용 25%만 업계서도 "의외의 결과" 반응 속, 상황 예의주시
보일 듯 보이지 않던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 제제의 불순물 함유를 두고 건보재정 구상권을 다투던 정부와 제약업계의 소송이 '사실상 업계의 승리'가 된 모양새다. 일부 회사는 구상금 청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또 일부 제약사는 1심 당시 구상금 수준만을 납부하라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반소에서도 소송 비용을 사실상 정부가 부담하게 되면서 1심의 결과를 뒤엎는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10일 서울고등법원 제27-3민사부는 대원제약 등 33개 제약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한림제약, 콜마파마(현 제뉴파마), 삼일제약, 바이넥스, CMG제약, 한화제약, 구주제약, 다산제약, 신일제약, 환인제약, 광동제약, 종근당 등 10여개 제약사에는 구상금을 부과하지 않아도 되는 판결을 내렸다. 또 대원제약, JW중외제약, 휴텍스, 명문제약, 아주약품, 유니메드제약, 휴온스, 대화제약, 삼일제약, JW신약 등의 회사들은 1심 당시 조정된 구상금만을 제출하라고 판결했다.
여기에 구상금을 부담하지 않는 회사들은 반소를 기각하고 소송 및 반소에 필요했던 소송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게 했으며, 구상금을 내야 하는 곳은 소송 비용 25%만 부담하고, 나머지 75%를 정부가 내도록 했다. 사실상 이번 소송전은 제약업계 측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8년 발사르탄 제제 내 세계보건기구(WHO)가 기정한 2A급 발암유발 가능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검출된 뒤 정부가 선제적으로 이들 제제의 판매를 제한하고 검출되지 않은 타 약제로 재조제를 유도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2019년 사건이 정리된 이후 발사르탄 성분 제제를 가지고 있던 업체들에 재처방 및 조제에 들어갔던 건보재정을 제약업계가 부담하도록 하는 구상금을 청구했다. 제조물에 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반대했다. 기존 검사법으로 알 수 없던 불순물 검출이었음에도 정부가 상황이 터지자 구상금을 청구해서 제약업계에 책임을 지라고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가운데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제약사들은 서울고등법원에 이를 항소하며 총 7번의 공판이 이어졌다.
이들은 소송의 열쇠가 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실조회를 두고도 서로 다퉈왔다. 정부는 발사르탄 내 NDMA 함유량은 기준치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약사법상 해당 제품에 내려졌던 조치였으며 그리고 문제있는 제품을 만든 제약사에 구상금을 청구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제약업계 측은 검출량 기준이 위해 가능성에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면서 식약처에서 지정한 NDMA 검출량 0.3ppm은 위험수준을 예방적으로 설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론을 던졌다. 2018년 발사르탄 내 NDMA 검출 당시 복용 실태에서 그 위험성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밝혔던 점을 들며 진짜로 환자에게 위험성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기싸움을 벌이던 소송이 제약업계 측의 승리로 나오면서 사실상 불순물 문제를 두고 벌어진 첫 소송전에서 1심을 뒤집는 다소 유리한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업계 관계자들도 놀라는 분위기다.
실제 소송을 참관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판결 이후 "2심에서도 정부가 이길 것이라고 판단하고 참관했다"며 "오히려 제약사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실제 관계자들 역시 판결문을 확인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소송 결과와는 별개로 대법원 상고가 이어질 지 여부도 관건이다. 이번 소송 자체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조 공정에서의 불순물 함유 여부를 두고 앞으로 유사한 사례시 이번 판결이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이유에서다. 소송을 지켜본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경우 정부 측에 다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며 "(정부가) 대법원으로 사건을 가지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