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삭센다·오젬픽은 '골드 스탠다드'…비만은 만성질환"

히터뷰 | 로버트 부시 미국 알바니 의대 연구소장 "GLP-1 RA 약물들, 비만 치료 패러다임 바꾸고 있어" "GLP-1 RA, 투여 중지하면 체중 원상 복귀" "노보 노디스크, 5~10년 내 신규 치료제 '카그리시마' 선보일 것"

2023-09-11     박성수 기자

한 엑스(Xㆍ전 트위터) 유저가 물었다. "헤이 일론, 몸 죽여주네요. 비밀이 뭔가요?" 그러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는 "굶기"라 대답하고는 한 마디를 추가했다. "그리고 위고비(Wegovy)".

히트뉴스가 9일 콘래드 서울에서 만난 로버트 부시(Robert Busch) 미국 알바니 의대 연구소장(의학박사)은 일론 머스크의 트윗을 예로 들며 "비만 치료 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제 비만 환자들은 굶기ㆍ운동하기 혹은 비만대사수술이란 양극단의 선택지 안에서 헤맬 필요가 없다. 약물이란 선택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약 '위고비(Wegovy)'가 대표적인 선택지다. 위고비의 인기는 상상 이상으로, "메디컬 스파(Medical Spa)라는 미용시설에서도 위고비를 팔고 있을 정도"라는 게 부시 박사의 설명이다. 약물의 효과는 그야말로 막강해서, 부시 박사가 위고비를 처방했던 한 환자는 80㎏에서 60㎏으로 단숨에 체중을 감량했다. 

부시 박사는 '위고비'ㆍ'삭센다'ㆍ'오젬픽' 등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ㆍGLP-1 RA)가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의 비만 치료에 대한 인식과 △비만이란 질병에 대한 인식, 그리고 △제1형 당뇨의 치료법에 대한 인식이 포함된다. 바뀌어 가는 패러다임 위에 더 나은 치료제를 위한 움직임도 활발함은 물론이다. 

히트뉴스는 ICOMES 2023 현장에서 로버트 부시 박사와 GLP-1 RA가 가져올 변화와 비만치료제 시장의 미래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로버트 부시 박사가 히트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ICOMES 2023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박성수 기자

 

강연에서 GLP-1 RA 계열 약물들이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근거는 무엇이죠? 

"GLP-1 RA 약물들은 두 자릿수의 체중 감소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 우회술(Gastric Bypass) 같은 비만대사수술의 효과에 필적할 정도죠. 생활습관 개선과 운동요법 등 기존에 쓰이던 치료법들은 잘해봤자 5~8%의 한 자릿수 체중 감소율을 보이는 데 그칩니다. 그러니까 기존 치료요법과 비만대사수술이란 양극단 사이를 GLP-1 RA가 메꾼다는 겁니다.  위고비 같은 경우 미국 정부의 비만치료에 대한 인식을 바꿀 거란 기대가 있어요. 지금은 미국에서 65세가 되어 정부 보험에 들게 되면, 위고비 처방에 보험 혜택이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위고비가 심부전 위험도를 20%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걸 보셨을 겁니다. 이러면 정부 입장에선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어요. '잠깐, 심부전 환자라면 보험지출을 해 줘야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죠."

 

비만 치료가 중증질환 감소와 연관됐다는 사실이 정부의 보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죠. 그리고 비만은 제 의료계 동료들이 생각하듯 단순한 식탐이나 운동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몸은 원시인 시절에서 딱히 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체중이 감소하면 우리 몸은 다시 찌우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거죠. 수렵하고 채집하던 시절의 대사적응(Metabolic Adaptation) 체계가 그대로 남아있는 겁니다. 미국에서 한 때 유명했던 예능 프로그램으로 '더 비기스트 루저(The Biggest Loser)'라는 게 있었어요. 비만 환자들을 섬에다가 데려다 놓고 운동을 시키고 식단을 관리했죠. 결국 살을 엄청나게 빼긴 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말해주지 않은 게 있습니다. 참가자들 모두 프로그램이 끝나자 도로 살이 쪄버렸어요. 방금 말한 원시인의 대사적응 체계가 작동한 거죠. 이 사람들한테 GLP-1 RA를 투여하면서 관리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겁니다."

 

우리 몸의 대사적응 체계를 GLP-1 RA로 변화시킨다는 말씀인데, 이 변화는 영구적일까요?

"아니요. GLP-1 RA 투여를 멈추면 도로 살이 쪄버립니다. 계속 투여해야 해요. 강연에서 말했듯 비만은 만성질환이고 만성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비만 하나만을 관리하려는 게 아니라, 비만에서 올 수 있는 합병증들도 관리하려는 겁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GLP-1 RA 계열 약물인 위고비ㆍ삭센다ㆍ오젬픽의 펜형 주사기 이미지 / 사진=각 제품 공식 홈페이지 캡처

 

얼마나 긴 시간 동안 투여가 필요할까요? 평생?

"평생이죠. 비만은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을 가지셔야 합니다. 이전에 나온 연구 결과로, GLP-1 RA 20주 투여를 한 후 환자 절반은 투여를 계속하고 절반은 투여를 멈춘 뒤 관찰한 적이 있어요. 투여를 지속한 군은 체중이 계속 감소했지만, 투여를 멈춘 군은 체중이 도로 증가해 버렸어요. 그러니까 비만 관리는 고지혈증 관리와 비슷한 겁니다. 고지혈증 환자가 스타틴(Statin)을 투여받다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좋아졌다 해서 스타틴을 끊지는 않죠. 비만 치료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시겠지만, 6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오젬픽·위고비 등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의 투여가 초기 1형 당뇨에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됐어요. 질병 기전 상 1형 당뇨가 GLP-1과 관계가 없을 것이라는 종전 예상과 다른 결과인데요, 어떻게 보시죠?

"1형 당뇨라 해도 GLP-1 RA가 들어가면 글루카곤(Glucagon) 수치가 감소합니다. 글루카곤은 원래 혈당을 올리는 작용을 하죠. GLP-1 RA 투여로 이 과정이 억제됩니다. 그리고 GLP-1 RA는 위배출(Gastric Emptying)을 지연시키죠.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방금 언급한 연구의 경우, GLP-1 RA 투여가 1형 당뇨 환자의 인슐린 사용 횟수를 줄여줬다는 게 주요 결과죠. 규모가 작은 연구였지만, 제 동료들은 시도하는 치료법이기도 합니다. 오프라벨(Off-label)로, 보험이 된다는 가정 하에서요. 기전 상 말이 되니까 해볼 법한 치료죠."

 

GLP-1 RA가 효력을 발휘한 배경과 관련, 다른 가설도 있습니다. 초기 1형 당뇨에선 아직 소량의 췌장 베타세포가 남아 있어 여기에 GLP-1 RA가 작용했다는 주장이더군요.

"맞습니다. 사실 초기 1형 당뇨의 경우 약간의 베타세포가 남아 있습니다. 허니문 단계(Honeymoon Phase)라고 불리는 상태죠. 이 때는 본격적인 당뇨가 발병하기 전 단계예요. 이 때 '티질드(Tzield)'라는 항체약물을 투여하면 2년 반 동안 당뇨 발병을 막아줍니다. 2년 반은 괜찮은 수치지만, 기간을 더 늘려준다면 좋겠죠. 많은 학자들은 이걸 GLP-1 RA 투여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티질드와 함께 소량의 GLP-1 RA를 주는 거죠. 아직 가설의 단계지만, 여기서 GLP-1 RA는 베타세포 사멸을 막아 생존을 돕는 것으로 보입니다. 랫드(Rat)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결과로, 아직 인간에선 관찰된 바는 없습니다."

티질드 제품 이미지 / 사진=티질드 공식 투여 가이드 브로슈어 캡처

 

GLP-1 RA 약물의 아성을 뛰어넘을 만한 약물들도 개발 중일까요? 

"GLP-1 RA는 이제 표준 치료법, '골드 스탠다드(Gold Standard)'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많은 제약사들이 여기 도전하고 있어요. 노보 노디스크는 지금 '카그리시마(Cagrisema)'라는 아밀린(Amylin) 유사체와 세마글루타이드의 병용약물을 개발 중입니다. 5년에서 10년 정도 있으면 볼 수 있을 겁니다.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트리플지(Triple G)', 그러니까 글루카곤ㆍGLP-1ㆍGIP의 삼중병용 약물을 개발 중이죠.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라 불리는 이 후보물질은 약 24%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바 있습니다."

 

비만치료제, 건강보험이 급여를 해야할까요? 

"노보 노디스크의 GLP-1 RA 비만 치료제들은 미국에서 환대를 받습니다. 단 사보험에서만요. 메디케어(Medicare)는 이 약들을 커버하지 못합니다. 오젬픽 2㎎이 메디케어 보험 적용이 되긴 하는데, 2.4㎎은 또 적용이 안 됩니다. 그리고 환자가 체중 감량 목적으로 비만 치료제를 투여받는 경우는 보험 적용이 안 되죠. 이건 이상한 거예요. 체중 감량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보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과체중을 병적인 상태로 안 쳐준다는 것입니다. 고지혈증 치료제와 고혈압 치료제에 보험 적용이 되는 것처럼, 체중 감량 목적의 치료제 투여도 같은 결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