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코로나 백신 2천만명분 폐기…잔여 물량은 '연구용'
엔데믹으로 백신 접종률 계속 낮아져 질병청 "기업 연구용으로 제공 예정" 전문가 "잔여백신 활용 어려워"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폐기되는 백신 물량도 계속해 늘어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진자 3주 연속 감소세를 비롯해 △오는 31일부터 감염병 등급 4급 하향 △최근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 백신으로 예방 어려움 등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 2022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코로나19 백신의 잔여물량(접종기관 잔여량+물류센터 재고량)은 3475만 회분이다. 폐기량은 2186만 회분(△유효기간 경과 2172만 회분 △접종 종료에 따른 미활용(6만 회분) △백신 온도 일탈(4만 회분) 등)이었으며, 해외 공여가 1024만 회분으로 집계됐다. 접종기관 사용량은 1억3443만 회분으로 전체 2억128만 회분과 비교시 약 67%만 사용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재고 물량도 폐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도입한 백신 중 올해 3~4분기 및 2024년 연내에 유효기한 만료가 예정된 백신은 총 3448만 회분이다. 그동안 유효기한 경과로 폐기된 백신이 가장 많았고, 또 같은 시점(6월 30일) 기준 6142만 회분의 백신이 도입 예정인 것으로 나타나 잔여물량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은 '2022회계연도 결산 상임위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백신 활용도 제고 및 폐기물량 최소화를 위해 △외교부 협조 통한 여유 물량의 해외공여 지속 추진 △이전 계약물량 접종시기에 맞추기 위해 제약사와 도입 일정 협의 △보유 중인 백신 유효기간 연장조치 지속 진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동절기부터 기계약한 mRNA 백신을 추가 구매 없이 BA.1, BA.4/5 기반으로 전환 도입했고, 올해도 계약 물량 중 1500만 회분을 XBB.1.5 기반 단가백신으로 도입을 추진 중"이라며 "9월부터 국내 제약사 및 연구기관의 백신 개발 및 연구용 백신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무상 제공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잔여백신을 제약사나 연구기관에 연구용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은 여전한 상태다. 질병청 관계자는 "잔여백신은 대조백신이나 연구용으로 사용돼 주로 코로나 백신의 개발 및 연구 목적으로 사용된다"며 "코로나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 개발에서 잔여백신 활용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효능 비교 물질 정도로는 사용 가능하나, 물질 자체가 큰 도움은 안될 것"이라며 "따라서 전혀 다른 질병 백신 개발에 코로나19 잔여백신을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참고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잔여백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지만, 계속 남은 백신은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