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코로나 백신 2천만명분 폐기…잔여 물량은 '연구용'

엔데믹으로 백신 접종률 계속 낮아져 질병청 "기업 연구용으로 제공 예정" 전문가 "잔여백신 활용 어려워"

2023-08-30     현정인 기자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폐기되는 백신 물량도 계속해 늘어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진자 3주 연속 감소세를 비롯해 △오는 31일부터 감염병 등급 4급 하향 △최근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 백신으로 예방 어려움 등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 2022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코로나19 백신의 잔여물량(접종기관 잔여량+물류센터 재고량)은 3475만 회분이다. 폐기량은 2186만 회분(△유효기간 경과 2172만 회분 △접종 종료에 따른 미활용(6만 회분) △백신 온도 일탈(4만 회분) 등)이었으며, 해외 공여가 1024만 회분으로 집계됐다. 접종기관 사용량은 1억3443만 회분으로 전체 2억128만 회분과 비교시 약 67%만 사용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재고 물량도 폐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도입한 백신 중 올해 3~4분기 및 2024년 연내에 유효기한 만료가 예정된 백신은 총 3448만 회분이다. 그동안 유효기한 경과로 폐기된 백신이 가장 많았고, 또 같은 시점(6월 30일) 기준 6142만 회분의 백신이 도입 예정인 것으로 나타나 잔여물량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사용량과 잔여물량, 폐기량, 해외공여 현황 / 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22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은 '2022회계연도 결산 상임위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백신 활용도 제고 및 폐기물량 최소화를 위해 △외교부 협조 통한 여유 물량의 해외공여 지속 추진 △이전 계약물량 접종시기에 맞추기 위해 제약사와 도입 일정 협의 △보유 중인 백신 유효기간 연장조치 지속 진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동절기부터 기계약한 mRNA 백신을 추가 구매 없이 BA.1, BA.4/5 기반으로 전환 도입했고, 올해도 계약 물량 중 1500만 회분을 XBB.1.5 기반 단가백신으로 도입을 추진 중"이라며 "9월부터 국내 제약사 및 연구기관의 백신 개발 및 연구용 백신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무상 제공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잔여백신을 제약사나 연구기관에 연구용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은 여전한 상태다. 질병청 관계자는 "잔여백신은 대조백신이나 연구용으로 사용돼 주로 코로나 백신의 개발 및 연구 목적으로 사용된다"며 "코로나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 개발에서 잔여백신 활용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효능 비교 물질 정도로는 사용 가능하나, 물질 자체가 큰 도움은 안될 것"이라며 "따라서 전혀 다른 질병 백신 개발에 코로나19 잔여백신을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참고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잔여백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지만, 계속 남은 백신은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