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SK바사 L하우스... 독감백신 생산 현장은 전쟁터였다"

'백신 생산 전진기지' SK바사 L하우스 안동공장 가보니 2월 WHO 독감 바이러스 발표로부터 6개월 백신 생산 강행군 "스카이셀플루는 차세대 독감 백신…유정란 방식 대비 우월"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우리가 세계 최초 개발·상용화 성공" 자신감 보여

2023-08-23     박성수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 직원이 '스카이셀플루' 카톤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박성수 기자] "매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북반구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발표해요. 그 순간부터 전쟁이예요."

22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생산 전진기지' 안동 L하우스 공장에서 만난 이상균 공장장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생산 현장을 전쟁터에 빗대어 말했다. 

WHO는 매년 그해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해 발표한다. 대한민국이 속한 북반구에 대한 발표는 2월에 이뤄진다. 발표 직후 영국 생물제제 표준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Biological Standards and ControlㆍNIBSC)은 유행이 예측된 마스터 바이러스(바이러스 종자)를 전 세계 백신 제조기업에 배포한다. 백신 생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 후 상황은 숨가쁘게 돌아간다. 백신 접종 시기인 초가을까지 백신 생산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 남은 6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스카이셀플루를 생산하는 안동 L하우스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나 다름없게 된다고 공장 관계자는 말했다.

방균복, 헤어캡, 신발 커버까지 꼼꼼히 챙겨입고 생산 시설에 들어서면, 유리창 너머로 커다란 은색 탱크들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백신 원액 배양시설이다. 이 곳에서 세포 배양과 바이러스 증폭이 이뤄진다고 시설 관계자는 설명했다.

스카이셀플루 원액이 충전된 시린지의 모습 /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원액 배양 공정에 대해 이상균 공장장은 "영국 NIBSC에서 마스터 바이러스(바이러스 샘플)를 받으면, 이것으로 워킹 바이러스(마스터 바이러스로 재배양한 바이러스)를 만든다"며 "동시에 동물세포를 스케일업(생산규모 확대)해서 2000리터(ℓ) 규모까지 키우고, 여기에 워킹 바이러스를 넣어 바이러스를 증폭시킨다"고 부연했다. "이 모든 과정이 1개월 안에 바삐 이뤄진다"고도 했다.

이 공장장이 들려준 독감백신 생산 초반부는 다른 백신들과 판이하게 다르다. 전통적인 독감 백신 생산법인 '유정란 방식'은 엄밀히 말해 닭을 키우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관리된 환경에서 사육된 닭이 유정란을 낳으면, 그 유정란에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해 증폭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스카이셀플루는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된다. 유정란이 아닌 동물세포에 바이러스를 넣어 증폭시키는 방식이다. "단순히 유정란 방식과 다르다기보다는 유정란 방식을 뛰어넘은 차세대 기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이 공장장은 말했다.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센터(CDC)는 유정란 배양으로 생산된 백신에 비해 세포 배양으로 생산된 백신이 더 향상된 병원 방문 예방 효과를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영국 백신 접종ㆍ면역 공동위원회는(JCVI)는 2023~2024년 독감 유행 시즌에 2~64세에 세포배양 방식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도 했다. "닭을 키우고 유정란을 수확하는 시간이 필요 없으니,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 등장에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건 덤"이라고 이 공장장은 덧붙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의 완제(DP)생산 시설 전경 / 사진=박성수 기자

동물세포로 바이러스를 증폭시킨 후에는 바이러스를 죽이고 백신에 필요한 항원만을 남기는 '바이러스 불활화 공정'과 '정제 공정'이 이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원액(Drug SubstanceㆍDS)은 공장의 원액생산 구획을 떠나 완제(Drug ProductㆍDP)생산 구획으로 들어간다.

완제생산 구획의 문을 열면 각종 기계와 로봇팔이 움직이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귀를 가까이 가져대지 않으면 바로 옆 사람 말도 들리지 않을 정도다. 공장 관계자는 "원액이 충전된 시린지(주사기 본체)들은 시린지 정렬기기로 들어간 뒤 이물검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복잡해 보이는 기계 옆에 섰다. 찰랑거리는 원액을 담은 투명한 시린지들이 줄지어 기계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정렬된 시린지들이 투입되면, 이물질 검사기는 오염이 의심되는 시린지들을 뱉어낸다. 다른 한 쪽으로는 청정한 것으로 확인된 시린지들을 내보낸다. 시린지들은 로드(주사기의 막대 부분)삽입기로 빨려들어가 로드가 삽입되며 라벨이 부착된다. 공장 관계자는 "여기서 개별 '프리필드 시린지(원액이 충전된 상태의 주사기)'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노란색 로봇팔이 '스카이셀플루' 프리필드 시린지들을 블리스터 포장재 내로 옮기고 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이어 로봇팔이 등장했다. 노란 색 로봇팔이 쉭쉭거리는 소리와 함께 스카이셀플루 주사기들을 '블리스터 포장재(주사기가 담기는 오목하게 파인 플라스틱 포장)' 안으로 넣고 있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주사기들은 이내 '카톤(소형 종이박스)'에 착착 담겼다. 무게 검사기 컨베이어 벨트 위로 카톤들이 지나가며 화면에 '123.5g' 이란 숫자를 남겼다. "시린지 누락 등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카톤의 최종 무게를 잰다"고 관계자는 부연했다.

카톤 포장 후 대형 박스 포장이 이뤄지지만, 여기서 안동 L하우스의 역할은 끝나지 않는다. 품질관리(Quality ControlㆍQC) 시험도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제생산 구획에서 나와 위층으로 이동해 QC 시험실로 들어서니 확연히 분위기가 달랐다. 조용한 시험실에서 연구진들은 파이펫을 쥐고 시험에 집중하고 있었다.

QC 시험 책임자는 "스카이셀플루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QC 시험"이라며 동그란 페트리 접시를 가리켰다. 접시 안에 깔린 노란 '아가로스 겔'이 보였다. 항체ㆍ항원 반응 시험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스카이셀플루에 적당량의 바이러스 항원이 담겼는지 항체를 뿌려 확인하는 절차"라고 시험 책임자는 설명했다. "바이러스가 다 죽었는지 확인하는 불활화 공정 검증, 불필요한 바이러스가 섞였는지 확인하는 외래성 바이러스 시험, 박테리아성 독성물질이 있는지 보는 엔도톡신 시험 등 다양한 절차로 스카이셀플루 품질을 거듭 확인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시설 관계자가 생산 완료된 스카이셀플루 카톤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박성수 기자

탐방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서면 안동 L하우스가 이전과 달리 보인다. 배치(Batch) 하나에 스카이셀플루가 대형 박스로 400개, 주사기로만 15만개다. 영국에서 건너온 작달막한 독감 바이러스 샘플 하나가 수십, 수백만 개의 스카이셀플루 주사기가 돼 한국 전역과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사실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고즈넉한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공장이지만, 그 역량과 아우라는 '글로벌하다'고 느꼈다.

이상균 공장장은 "2023~2024 독감 시즌의 스카이셀플루 첫 출하가 23일부로 완료됐다"며 "내년 초까지의 접종분인 500만 도즈, 주사기 500만개 분량이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장은 이어 "SK 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부유배양 기술(배양액에 세포를 띄워 키우는 기술) 등을 활용, 세계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개발·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수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으며, 앞으로도 정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