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 'M&A·플랫폼 경쟁력·R&D 협업' 중요

12일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 기조세션 황만순 대표 "비상장 벤처의 복수의결권 통과…이사회 중심 경영 기대" 김용주 대표 "바이오텍, 향후 10년 내다보는 생태계 구축 나서야" 김열홍 사장 "유한양행, 탄탄한 R&D 역량 보유…글로벌 공동 개발 중요"

2023-07-12     남대열 기자
(사진 왼쪽부터)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 / 사진=남대열 기자

현재 국내 바이오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리기 위한 업계 관계자들의 담론의 장이 펼쳐졌다. 12일 한국바이오협회와 RX코리아(리드엑시비션스 코리아)가 주최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 기조세션에서 바이오 산업 생태계의 핵심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내 바이오 벤처 상황 및 제약사와 벤처간 협업 모델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기조세션은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을 좌장으로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 사장 등이 패널로 나섰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국내 바이오 산업에 한해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진=남대열 기자

먼저 마이크를 잡은 황만순 대표는 "올해 들어 국내 바이오텍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운을 뗐다.

황 대표는 "최근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이 통과됐다. 오랫동안 적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자본금이 필요한 바이오 산업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복수의결권이 통과됐기 때문에 향후 바이오텍의 이사회 중심 경영 시스템이 활성화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황 대표는 국내 바이오 산업에 한해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상장 바이오 기업들이 적정 가치를 받아야 한다. 바이오 기업 중에서 공매도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많지는 않다"며 "정부에서 바이오 분야에 한해 공매도를 없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문 인력이 많이 늘어나 허가 등에 있어 신속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엑시트(Exitㆍ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기업공개(IPO)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M&A)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글로벌 톱 ADC 기업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남대열 기자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회사는 올해 18년 차를 맞이했지만 아직 자생적인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적자 바이오텍"이라며 "우리가 바이오 스타트업을 어떤 목적으로 설립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고켐바이오도 그동안 여러번의 투자를 받았지만, 투자금 회수 기간이 굉장히 짧았다"며 "국내 시장에서 M&A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IPO 같은 단기적인 마일스톤을 원하는 경향이 짙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 미국의 씨젠(Seagen)이 판을 주도하고 있다. 결국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며 "레고켐바이오는 글로벌 톱 ADC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전 세계에서 수백개의 ADC 병용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회사는 보다 효율적인 임상 개발 진행을 위해 미국 보스턴에 지사를 설립했다"며 "현재 회사의 글로벌 파트너사는 20개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바이오텍은 기술수출(L/O), 기술도입(L/I) 및 공동 개발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바이오텍은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이 회사의 R&D 역량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이승규 부회장은 최근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국내 바이오텍을 위한 대안으로 제약사의 전략적 투자자(SI)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은 제약사와 바이오텍간 협업 모델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다만 회사 차원의 SI 투자는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적극적으로 기술 도입(L/I)에 나설 방침을 드러냈다.

김열홍 사장은 "유한양행은 그동안 새로운 혁신(Innovation)과 R&D 역량 확보에 집중해 왔다. 회사는 항암(Oncology), 대사(Metabolism) 및 중추신경계(CNS) 질환 등의 분야에서 R&D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다만 제약사가 플랫폼 및 신규 모달리티(Modalityㆍ치료 접근법) 분야에서 역량을 보유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관련 역량을 갖춘 바이오텍과 협업해 신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유한양행은 후보물질(Candidate)의 최적화와 임상시험 디자인 설계 등에서 탄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임상 개발 단계에서 글로벌 라이선싱 아웃(L/O)을 통해 공동 개발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한양행이 학계(Academia)와 바이오 벤처들과 협업하는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유한양행은 여러 바이오 벤처와 파이프라인을 검토하고 있다. 또 유한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연구 과제 담당자에게 1억원의 금액을 지원한다"며 "만약 관련 연구가 잘 되면 향후 스핀오프(Spin-off) 회사 설립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ㆍ데스밸리)'을 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김 사장은 "학계 관계자들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약 개발 연구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며 "기업들이 임상 개발을 시작할 때 명확한 전략 및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서 성공적인 신약 개발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유한양행은 당분간 전략적투자자(SI) 유치 활동을 배제할 계획이다. 그동안 회사의 SI 투자금이 누적으로 5000억원 이상인데, 현재 투자금의 회수 방법이 마땅치 않은 편"이라며 "엑시트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향후 유망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도입(L/I)에 나설 것이다. 바이오텍에 수백억원 대규모 투자를 통해 회사가 1대 주주로 올라서는 전략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