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계약 전 모르면 낭패보는 '환산보증금·신탁·전대차·독점'
환산보증금 경계로 임대차보호법 적용 여부 달라져 '신탁인지 전대차인지' 알고 필요한 내용 특약 넣어 계약해야
마음에 드는 약국을 구하는 것도 힘들지만, 막상 계약할 약국을 만났을 때 부딪히는 예상치 못한 문제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계약서만 쓰면 될 줄 알았는데 계약서 한 장을 문제 없이 쓰기 위해선 알아야 할 임대차 상식이 무궁무진하다. 당장 계약서를 쓰자고 건물주와 마주앉은 자리에서 '환산보증금이요?'하고 물어보면 이미 늦는다.
생소하지만 꼭 알아야 할 임대차 관련 용어들, 이 용어들이 내 약국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알고 있다면 피해를 맞닥뜨릴 일도 적어진다. 대표적인 것들이 환산보증금, 신탁, 전대차 등이다. 여기에 내 약국의 독점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들을 정리했다. 이번 내용도 모두의약국이 제공한 자료와 김평수 약사, 법률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했다.
"우리 약국 환산보증금은 얼마일까?"
약국을 구하고자 조언을 얻다 보면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미리 경험해본 약사들이 '환산보증금 넘는 약국은 하지 말라'라고 조언하는데, 환산보증금이 뭔지 알고 나면 내 상황과 조건에 맞춰 적절한 약국을 구하는데 도움이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산보증금이 넘는다고 무조건 피할 약국은 아니다.
환산보증금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기준을 말한다. 임대차보호법은 민법보다 우선해 사업자등록 대상 건물에만 적용되는데, 기본적으로 영세한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규모까지 영세한 상점으로 볼 것이냐'가 중요한데,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임대보증금(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에 월세X100을 더한 금액'으로, 권리금이나 관리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금액도 지역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서울에 보증금 3억원에 월세 300만원인 약국이라면, 이 약국의 환산보증금은 3억원+(300만원X100)으로 계산해 6억원이 된다. 서울의 환산보증금은 2023년 현재 9억원이므로, 이 약국은 환산보증금 이하로 분류해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환산보증금(이하 환보금)이 넘는 약국은 세입자로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걸까?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을 때에는 민법에 따르는데, 민법에도 세입자(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이 적지 않게 담겨있다. 환보금 이하 약국과 비교해 △우선변제권 △최우선변제권 △임차권등기명령 등이 보장되지 않을 뿐, △갱신청구권 △대항력 △권리금 보호 권리 등은 환보금과 무관하게 모든 약국(상가)에 보장된다.
김평수 모두의약국 약사는 "환보금을 경계로 약국의 규모가 결정된다. 처방 규모가 큰 메디컬이나 문전,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의 대형약국은 대부분 다 환보금을 넘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처음 개국하는 약사는 이 금액 이하의 매물을 구하는 게 안전하다는 의미다. 무조건 하지 말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본다. 처음이라 해도 자금력이 되고 잘 할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볼 수 있다. 다만 개인의 선택이고, 책임질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보금이 넘는 약국을 선택했을 때 특히 주의할 점은 계약 갱신이다. 환보금을 넘어가는 약국은 '계약기간 약정'이 민법을 따르기 때문에 약속된 기간이 끝나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별다른 소통이 없었다면 갱신된 임차기간을 1년으로 본다. 이 경우 임대인은 아무 때나 임차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환보금이 넘는 약국 상가는 반드시 계약기간 만료 전 갱신 요구를 해야한다.
만약 환보금 이상의 약국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떨까. 소액(환보금 이하) 약국은 우선변제권이 있어 보증금 등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환보금이 넘는 약국은 우선 '대항력'을 활용할 수 있다.
대항력이란 민법에서 '이미 유효하게 이뤄진 권리관계를 제3자가 인정하지 않을 때, 이를 물리칠 수 있는 법률에서의 권리와 능력(출처 표준국어대사전)'으로, 쉽게 말해 '쫓겨나지 않을 권리'로 이해할 수 있다.
박정일 법무법인 정연 변호사는 "환보금 이하 약국은 우선변제권과 대항력을 모두 가지지만, 환보금 이상 약국은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경우 대항력을 써서 임대차계약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건물 매수인에게 보증금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보다 안전한 방법은 내 환보금을 넘는다면 임대차 계약시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건물 임차권 등기(전세권 등기)를 등록해 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건물에 문제가 생겼을 때 등기인 자격으로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이 방법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신도시 약국이라면 특히 '신탁' 여부 확인해야
신탁이란 재산의 관리와 처분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으로, 신탁회사가 신탁이 유지되는 동안 위탁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제도다. 최근 신도시 매물의 경우 신탁사를 낀 경우가 많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신도시처럼 대규모 건설, 분양이 일어나는 경우 상가를 지을 때 건설사(위탁자)가 신탁사(수탁자)에게 일부 권리를 위임하고 모자란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위임한 권리 중에 분양이나 임대차 계약이 들어갈 수 있는데, 이 경우 임대차 계약을 진행할 때 건물주나 분양사 외에도 신탁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신탁 여부는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가가 등기상 신탁 매물로 파악되면 신탁사와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거나, 적어도 신탁사의 동의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만약 이런 절차를 생략한다면 계약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김평수 약사는 "신탁을 모르고 계약을 진행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보증금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안전한 계약을 위해서는 토지소유자와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후 신탁회사 동의서와 금융기관(우선수익자)의 임대 동의서를 첨부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임차한 상가를 다른 이에게 또 빌려주는 '전대차'
전대차란 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계약이다. 임대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며(민법 629조 1항), 임대인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임차물을 전대한 때에는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민법 629조 2항).
문제가 되는 건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차 계약이다.이 경우 임대차 계약 갱신의 거절 사유가 되므로 임차인에게 아무리 계약갱신권이 있다 해도 임대인이 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다.
약국은 매장 특성상 일부 공간을 전대해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 특정 브랜드 판매원이 상주할 수 있게 전대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왔다. 중요한 건 이 경우 임대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계약할 약국이 중간에 임차인을 낀 전대 계약이라면, 계약서를 쓸 때 특약으로 '권리금 보장'을 적시하는 게 좋다. 약국을 운영하다 문제가 발행했을 때 매장을 비워주더라도 권리금 회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박정일 변호사는 저서 '약국법률상식'에서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전대차는 일반적으로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민법에서는 임대인 동의가 없어도 약국 점포의 3분의 1 이하 소부분을 화장품이나 건기식 매장으로 전대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예외를 뒀지만,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이런 일부분의 전대조차도 계약 갱신 거절의 정당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임대인은 계약 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진 못해도 최소한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권리금 회수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전대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이 사실을 전대차 계약서로 남기거나 문자메시지 등의 증거물로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합건물·통건물주에 따라 달라지는 약국 독점
약국 입지가 날로 중요해지면서 건물 내 약국 독점을 보장받으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같은 건물에 아무리 많은 의원이 입점했다 해도 층약국이 들어오면 경제적 피해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건물 내 약국은 하나'라는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선 이 건물의 상가 소유주가 한 사람인지 여러 사람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독점을 보장받으려면 통건물주가 보다 유리하다. 건물주 한 사람의 동의만 받으면 되기 때문인데, 단점은 이 건물주의 크고 작은 갑질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집합건물은 각 상가를 소유한 소유주들이 모두 '약국 독점'을 인정해야 하고, 이를 증거로 남겨놓아야 한다.
박정일 변호사는 저서에서 "약국 상가를 분양받을 경우 독점을 보장받았다면 이는 분양회사와 수분양자 사이의 약국 독점 특약이고 양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제3자인 다른 수분양자(약국 이외의 다른 상가 분양자)나 그 승계인에 대해서는 특별한 약정이나 사정이 없는 경우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약국 독점 수분양자는 특약을 근거로 곧바로 제3자에 대해 약국 영업 금지 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연유로 최근에도 집합건물의 독점이 깨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독점으로 인정된 상가를 분할해 타인에게 임대하거나, 임대인에게 독점을 보장받고 더 높은 임차료를 지불했음에도 다른 임차인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인데, 이처럼 다양한 경우를 통해 독점이 깨지기 쉽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김평수 약사는 "개국이 처음이라면 계약과 관련된 내용은 물론 독점, 특약, 신탁 등 주변에 전문가와 경험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좋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직접 알아보고 공부해서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자신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려면 결국 내가 알아야 한다. 개국 관련된 걸 미루지 말고 꾸준히 준비하고 공부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