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을 향한 일동제약의 도전과 모험, 그리고 새벽

칼럼 | 한미약품의 2013~2014년도 그러했다

2023-06-16     조광연 기자

2013년과 2014년 한미약품을 둘러싼 바깥 공기는 흉흉했고, 외부 공기를 흡입한 적잖은 내부인들이 흔들렸다. '신약개발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것인데도, (임성기) 회장님이 돈키호테처럼 R&D에 몰빵해 위기를 불렀다'는 말들이 입에서 입으로 부풀려졌다. 그리하여 산업계 안에 신약 R&D 회의론이 새벽안개처럼 짙게 깔렸다. R&D에 손대지 않은 기업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들을 대견하게 여겼다. 조단위 기술수출을 이뤄낸 한미약품의 2015년 새벽은 이처럼 칠흑의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신약개발로 혁신하려는 제약회사에게 시련은 숙명같은 것일까? 20%에 가까운 매출액대비 연구개발비를 쓰면서 '신약개발 중심 R&D 전문회사'를 목표로 질주하던 일동제약의 '근 5~6년 강렬했던 신약 개발 꿈'이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 당연히 돈 문제다. 당면한 재무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연구비 효율화, 파이프라인 조기 라이선스 아웃(L/O), 임직원 ERP 등 쇄신안을 바깥에 공표한 상황이다. 82년간 인간존중 문화가 뿌리내린 일동제약에게 이같은 쇄신안은 매우 비장한 것이다.

일동제약의 신약개발은 결코 주가 부양을 향한 제스처가 아니었다. 창업 3세 윤웅섭 대표가 중심을 잡고 회사의 DNA를 바꾸기 위해 드라이브를 건 '진심 R&D'였다. 근래 매출액 R&D비율이 이 모든 과정을 보여준다. ① 2017년 10.5%  ② 2018년 10.9% ③ 2019년 11.1%였던 것이 ④ 2020년 14% ⑤ 2021년 19.3% ⑥ 2022년 19.7%로 높아졌다. 1000원 매출에 200원을 연구개발비로 쓰는 단계에 이르렀다. 금액으로 보면 2018년 547억원이던 것이 2021년 1082억원으로 갑절 가까이 늘었다. 작년 6358억원 매출 중 1251억원을 썼다.

의욕적으로 연구개발비를 늘리던 시절, 회사의 경영과 재무상태는 좋지 않았다. 2019년부터 2022년(별도 기준)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1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특히 2020년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래 올해 1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데, 공격적 R&D 투자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동제약은 일단 멈춰 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쇄신안에 있듯 파이프라인 창고에서 기술수출할 것은 하고, 개발단계를 높일 것은 높이는등 파이프라인을 두고 더 냉정하게 Go, No Go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대비 수익 가능성'이라는 단순 관점, 다른 말로 기대값 측면에서 대개 사업회사인 국내 전통제약회사가 신약 R&D를 쭉 밀고 나가는 것은 1980년대나 2023년 지금이나 미친 짓에 가깝다. 같은 돈을 쓸 때 제네릭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거둘 확률이 압도적인데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사업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기업가의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꺾이지 않는 기업가 정신과 기업 이념을 엔진삼은 '일동제약 식 신약개발 투자'는 그래서 숭고한 도전과 모험이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그렇다해도 미래가치 확대를 위해 현재를 무한정 희생할 수 없는 것도 기업 생리다. 현재가치가 더 중요한 주주가 있고, 임직원과 그의 가족들이 있고, 거래 관계사들이 있다. 한층 스마트한 '일동제약의 R&D 전략'을 가다듬기 위해 그룹은 일보 후퇴의 용단을 내렸다. 일동그룹 아래는 ① 사업회사 일동제약 뿐 아니라 ② 신약개발 및 상용화 전문회사 아이디언스 ③ 신약물질 발굴전문회사 아이리드비엠스 ④ 임상약리 컨설팅회사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있다. R&D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한 그룹과 조직원들의 비장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약품의 2015년처럼, 일동제약의 새벽이 열려 'R&D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차고 넘쳤으면 좋겠다.

PS

사족이라면 쓰지 않아야 옳다. 첫 구상대로 이 글을 마무리할 재간이 없어 사족을 남긴다. R&D의 늪에 빠진 일동제약의 사례는 국내 전통제약회사가 어디에서 R&D 캐시 카우를 마련할 수 있는지, R&D를 하려는 곳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몇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몇 개, 세계 50위 진입기업 몇 개와 같은 공허한 목표를 넘어 그곳을 향해 가는 기업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정책이 절박하다. 근래 '제네릭 가격은 낮추고 혁신가치는 보상한다'는 정책기조는 '따뜻한 아아'처럼 국내 전통제약산업계에는 아직 형용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