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 급여기준 2년, 적절성 논의할 때 됐다"
안기종의 곧이곧대로 [9] 비소세포폐암 면염항암제 적정 투약기간 확인 '공익 연구' 필요하다
최초의 표적치료제 '글리벡(성분 이매티닙)'이 2001년 6월 20일 식약처 허가를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출시됐다.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도 5년 생존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글리벡 복용만으로 약 80%가 5년 이상 생존하게 됐다. 글리벡 출시 이후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 아이클루시그, 셈블릭스와 같은 표적치료제들이 계속해 출시되고 있다. 그 덕분에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5년 이상 생존율은 80%를 넘어 90%에 육박하고 있다.
글리벡이 정상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라는 특성 때문에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 면에서도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져 환자들의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됐다. 이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표적치료제를 복용하며 3개월마다 외래에서 혈액 검사와 유전자 검사로 추적 관찰을 하면서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표적치료제 복용을 중단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
2010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치료 성적이 좋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표적치료제 글리벡 투약을 중단하는 임상 연구가 시작됐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추천되는 표적치료제 투약 중단 대상은 최소 5년 이상의 표적치료제 치료를 했고, 4년 이상 백혈병 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완전 유전자 반응을 유지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다. 투약을 중단한 환자 중 절반 이상이 2년 이상 암세포 증가 없이 추적 관찰만 하고 있다. 암세포가 증가된 환자도 다시 표적치료제를 복용하면 암세포가 대부분 사라진다.
필자의 아내는 2001년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10개월간 글리벡을 복용한 후 2002년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다. 그러나 2006년 암세포가 조금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자, 글리벡을 다시 8년간 복용했다. 다행히 글리벡 치료 성적이 좋았던 아내는 2013년부터 글리벡 복용을 중단하는 임상 연구에 참여했고, 현재 10년째 3개월마다 외래진료를 다니며 추적 관찰만 하고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치료하는 상당수의 의사는 표적치료제 중단 관련 연구 결과 덕분에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성적이 목표한 수준에 도달하면 표적치료제 투약 중단을 환자에게 제안한다. 투약 중단 시 혹시라도 암세포가 증가하거나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주저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의사와 충분히 논의한 많은 환자가 투약 중단에 참여한다.
이러한 결정이 가능한 이유는 국내외적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치료제 투약 중단 연구 결과가 많이 축적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는 예전에는 표적치료제를 평생 먹으면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투약을 중단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것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트렌드가 크게 바뀌게 됐다.
투약 2년 면역항암제 중단 여부 결정해야 하는 환자들
표적치료제와는 작용기전이 다르지만, 치료 효과나 부작용 면에서 개선된 최초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와 '옵디보(성분 니볼루맙)'가 2017년 3월 20일 식약처 허가를 받아 우리나라에 출시됐다. 면역항암제는 4기 비소세포폐암의 생존율을 크게 향상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간인 2년보다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들도 많아졌다.
특히 키트루다는 2022년 2월까지는 첫 번째 치료에 실패한 후 두 번째 치료 때부터 사용이 가능한 2차 이상 치료제로 건강보험 등재가 됐지만, 2022년 3월부터는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는 1차 치료제로 기준이 확대됐다. 폐암은 국내 암 발생률 2위,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환자 수는 많고 치료 성적이 좋지 않은 대표적인 중증 질환이다. 전체 폐암 중 비소세포폐암이 약 80%를 차지하고, 비소세포폐암 중 약 40%가 4기에 진단을 받는다.
결론적으로 4기 비소세포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치료 성적이 나쁘면서도 환자 수가 많은 질환에 속한다. 현재 키트루다 급여 기준은 투약일로부터 2년까지다. 비급여로 치료하면 1년 약값이 7000만원에서 1억원이나 들어가기 때문에 2년까지 생명을 연장한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나 의사 모두 키트루다 추가 투약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는 연간 5000만원까지 보장이 되지만, 2000만~5000만원은 여전히 환자가 감당해야 하므로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키트루다로 2년 이상 생명을 연장한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비급여로 약값을 계속 부담하며 치료를 받거나 키트루다 치료를 중단하고 외래로 다니며 추적 관찰을 하고 있다. 키트루다 치료를 중단한 환자들이 계속 투약받는 환자들보다 재발 불안과 정서적 고통이 큰 것은 당연하다.
제약사도, 의사도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투약기간
해당 제약사가 키트루다의 식약처 허가 적응증을 투약일로부터 2년으로 신청한 이유는 약값을 높이 받는 데 가장 유리한 치료 기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키트루다 치료는 2년까지만 하고 추가 치료를 하지 않아도 2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그룹과 2년 이내 사망하는 그룹이 분명하게 나눠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키트루다는 4기 비소세포폐암에 2015년 3월 20일부터 건강보험으로 2차 이상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었다. 2022년 3월 1일부터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기준이 확대됐고, 2차 이상 치료제로 사용할 때보다 치료 성적이 더 좋다.
이미 지난 8년 동안 연간 수천 명의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키트루다로 치료를 받았고, 이들 중 일부는 급여 기준인 2년 이상 살아있다. 그렇다면 키트루다 치료 효과가 좋아 급여 기준인 2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현재와 같이 투약 기간이 2년이 적절한지, 아니면 그 이상의 기간이 적절한지는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어젠다(agenda)다.
문제는 해당 제약사도, 키트루다로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도 아직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부터 매년 230억원씩 8년 동안 총 1840억원의 국고를 투입해 의료기술의 효과성을 밝혀내는 임상 연구를 지원하는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식약처 허가나 건강보험 등재 이후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약제, 의료기기를 포함한 의료기술 간 효능을 비교·평가해 의료기술의 근거를 산출하는 임상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사업을 말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의료기술의 근거를 토대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거나 불필요한 의료기술을 개선하거나 퇴출해 ①환자가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②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며 ③건강보험 재정과 환자 의료비를 절약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키트루다가 2015년부터 식약처 허가를 받아 지난 8년 동안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사용됐기 때문에 환자들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후향적 연구 방법을 통해 2년 생존율뿐만 아니라 투약을 계속한 그룹과 투약을 중단한 그룹의 치료성적 비교도 Real World Data(실사용 데이터)로 검증이 가능하다.
키트루다를 판매 중인 제약사를 포함해 면역항암제를 판매하는 다른 제약사도 수익 확대를 위해 폐암 이외의 다른 질환으로 적응증과 건강보험 기준을 확대하는 것에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의 적절한 투약 중단 시기를 찾는 연구에는 소극적이다.
해당 제약사가 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키트루다로 치료하는 의사에게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키트루다 투약의 적절한 중단 시기를 결정하는 공익적 임상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치료 성적이 좋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와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표적치료제 중단 관련 충분한 임상 연구 결과를 근거로 투약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투약 2년 후 면역항암제를 중단해도 재발 불안이 아닌 완치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임상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