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주력 전통 제약사 '안국약품'의 반전 매력은

다수의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공동 R&D 진행중 디지털 헬스케어로도 영역 확장…공동 판매 나서

2023-05-02     강인효 기자

지난해 사상 첫 연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안국약품은 1959년 설립된 국내 대표적인 전통 제약사 중 한 곳이다. 눈 영양제(시력개선제) '토비콤'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레보텐션(순환기용제), 시네츄라(호흡기용제), 레토프라(소화기계) 등 전문의약품(ETC)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를 상회한다.

화학합성(케미칼)의약품에 주력해 온 안국약품이 최근 들어 바이오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초기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이 공동 연구개발(R&D) 파트너로 안국약품을 염두에 두고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서다. 한 바이오 벤처 대표는 "전통 제약사로 잘 알려져 있는 안국약품의 바이오 R&D 역량이 상당히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여러 바이오 초기 기업이 신약 후보물질을 안국약품에 의뢰해 개발 단계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12월 31일 기준 / 자료=안국약품 사업보고서

안국약품의 R&D 조직(작년 말 기준)은 중앙연구소 산하 6개팀, 부설연구소 산하 5개팀 등 총 2개 연구소, 11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중앙연구소는 신제품연구본부, 바이오의약본부로 나뉜다. 바이오의약본부는 △공정개발팀(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개발) △단백질공학팀(바이오 신약 개발) △비임상연구팀(비임상 약리/약효, PK평가) △연구지원팀(연구과제 기획 및 지원) 등 4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부설연구소인 'AG CnTech' 산하에는 신제품기획팀, RA팀, 임상팀, PV팀, 글로벌사업팀이 있다.

국내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내 바이오의약본부는 임창기 상무가 이끌고 있다. 임 상무는 바이오의약 R&D를 총괄한다. 안국약품의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으로는 화학요법 유발성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AG-B1511',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AG-B1512', 노인성황반변성 치료제 'AMD' 등이 있다. AG-B1511과 AG-B1512는 안국약품이 지난 2015년 에이프릴바이오로부터 도입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안국약품 측은 "그동안 구축해 온 R&D 인프라와 전문 교육을 통해 양성된 우수한 연구 인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 및 연구 대행, 신약 개발 자문 및 알선에 관한 사업 등 미래성장산업의 발굴과 수익성 증대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국약품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7월말 '2030 뉴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포스트 코로나, 디지털 시대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제약(의약) 기술과 디지털을 융합해 안국약품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을 천명했다.

 안국약품의 2030 뉴비전 

"우리는 의약 기술과 디지털 정보를 융합해 고객에게 안전하고 차별화된 헬스케어(Healthcare) 제품을 제공한다. 그리고 안국의 토탈 헬스케어(Total Healthcare)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K-Health' 기업으로 도약한다."

안국약품은 비전 달성을 위한 중점 추진 과제도 함께 발표했다. 6대 중점 추진 과제는 △종합병원 점유율 확대 △토탈 헬스케어를 통한 사업다각화 △차별화된 개량신약 발매 △이중 및 다중항체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한 바이오 비즈니스 확대 △수출과 GMP의 글로벌화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경영 인프라 구축 등이다.

안국약품이 국내 여러 바이오 벤처·스타트업과 진행 중인 공동 R&D 작업은 '바이오 비즈니스 확대'라는 중점 추진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회사는 지난해 8월 각각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와 저분자 선천면역항암제 개발 업무협약(MOU)을, 브이원바이오와는 원헬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 MOU를 체결했다. 작년 12월에는 피노바이오와도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개발 MOU를 맺은 뒤 올해 4월에는 전략적 투자(SI) 계약까지 체결했다.

피노바이오는 2017년 설립된 ADC 플랫폼 및 표적항암제 전문 바이오 벤처다.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9월에 설립된 저분자 항암혁신신약 개발 전문기업이다. 지난 2021년 설립된 브이원바이오는 작년 2월 유망 스타트업 기술창업 지원프로그램인 '팁스'에 선정된 바 있다.

안국약품은 R&D 비전에 대해 "회사 성장의 축을 가장 유용하고 효과적인 개발 자원을 지렛대로 삼아 그 개발 자원의 힘을 통해 기업이 발전하는 이른바 'DRL(Developmental Resources Leverage)'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 사진=안국약품 홈페이지 캡처

안국약품은 2030 뉴비전에서 언급한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해서도 국내 벤처·스타트업과 다양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뷰노와는 작년 5월 인공지능(AI) 기반 안저 검사 솔루션 '뷰노메드 펀더스 AI(VUNO Med-Fundus AI)'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뷰노가 개발한 뷰노메드 펀더스 AI는 국내 최초 안저 진단을 돕는 AI 의료기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받았다. 높은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아 '국내 1호'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된 제품이다.

안국약품은 이어 올해 3월에는 크레스콤과 AI 기반 골 연령 분석 소프트웨어인 'MediAI-BA'의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크레스콤이 개발한 MediAI-BA는 AI를 기반으로 수골(손뼈) 엑스레이를 분석해 골 연령 판독을 돕는 제품으로 2020년 3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웹을 통해 영상을 업로드하면 5초 내외로 신속하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지난달에는 솔티드와 보행 관련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는 '뉴로게이트 인솔'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뉴로게이트 인솔은 솔티드의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개발된 제품으로 2021년 식약처로부터 '1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받았다. 객관화된 보행 생체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질환의 진단 보조 및 보행능력 감퇴와 치료에 따른 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웨어러블 의료기기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지난 2022년 5월 뷰노메드 펀더스 AI의 독점 공급 판매 계약을 체결한 이래로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팀'을 출범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며 "영상의료 AI뿐만 아니라 AI 신약 개발, 디지털 치료제 등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적극 도입해 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