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신약 개발 회사로 탈바꿈"

2030년까지 오리지널의약품 매출 비중 40%까지 끌어올릴 계획 그룹 상장 3사간 합병 속도감 있게 추진…연내 합병 기대 저평가 해외 바이오 M&A 추진…국내 바이오 생태계 조성 지원

2023-03-29     강인효 기자
사진=셀트리온

2년 만에 셀트리온그룹 총수로 복귀한 서정진(사진) 명예회장이 신약(오리지널의약품) 개발 전문 바이오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예고했다. 내년에 총 10개의 신약 개발에 나서는 것을 필두로 오는 2030년까지 자체 개발 오리지널의약품의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인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간의 합병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또 미국과 캐나다에 자체 직접 판매망(직판망)을 구축한 만큼 의약외품 사업에도 뛰어들어 새로운 캐시카우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최근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해외 제약바이오 기업을 인수합병(M&A) 대상으로 물색함과 동시에 국내 유망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에서 신약 개발 기업으로 탈바꿈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은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의 청사진을 밝혔다. 서 명에회장은 "많은 분이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전문업체로 이해하고 있는데, 올해 10월 '램시마SC'에 대한 신약 허가 승인이 이뤄지면 셀트리온은 신약을 출시한 회사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4년부터 이중항체 플랫폼 등 신약을 비롯해 6개 파이프라인이 임상을 개시할 예정이며, 항암제 파이프라인 4개 등 총 10개의 신약 임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약 개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개발하는 파이프라인도 있을 수 있다"면서 "임상 1상 또는 2상 단계에서 기술 수출하는 형태로 협력하는 모델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신약 개발 전문기업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mRNA, ADC, 이중항체 등 플랫폼 기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6월말까지 mRNA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을 신약 개발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매출 비중을 회사 전체 매출의 60%로까지 낮추고, 신약 매출 비중을 4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는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 선두 주자에서 신약 개발 부문 톱티어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겨루는 회사로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 회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플랫폼 기술 등을 인수 또는 도입해 균형감 있게 파이프라인을 보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 합병, 속도감 있게 추진…연내 합병 기대

서 명예회장은 과거 공표한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의 합병이 늦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합병 추진을 위한 준비는 거의 다 종료된 만큼 합병 마무리도 신속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선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면서 "향후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합병과 관련한 마일스톤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 주주들이 합병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합병은 4개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합병을 오랫동안 검토했고, 이에 대한 준비도 마친 만큼 올해 안에 합병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 명예회장은 최근 셀트리온그룹이 미국과 캐나다에 직판망 구축을 완료한 만큼 새로운 캐시카우 창출을 위해 의약외품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도 의약외품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를 갖고 있다"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의약외품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세계 직판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데, 셀트리온도 세계 직판망 구축이 완료된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낮지 않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외품 시장 진출 논의는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의 합병법인이 출범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의약외품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낮지만 매출 기대효과 측면에서 본다면 제약시장만큼 크기 때문에 회사의 매출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평가된 글로벌 바이오 기업 M&A 추진…국내 유망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투자

서정진 명예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의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거시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바이오 기업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탄탄한 해외 기업도 휘청거리면서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라며 "모든 회사가 저평가돼 있을 때인 만큼 잉여 자산(현금)을 가지고 대규모 M&A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지난해부터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A에 필요한 재원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개인적으로 보유한 주식 등 스와핑 방식을 통해 4조~5조원 규모로 자금을 마련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명예회장은 "하나의 신약을 보유한 기업보다는 신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을 우선순위에 놓고 M&A를 검토하고 있다"며 "문어발식 경영이 아닌 셀트리온그룹과 시너지 효과가 있는 전후방 사업을 중심으로 미국, 일본, 인도 등 여러 국가의 기업을 관찰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부터 미국 월가의 파트너와 대규모 M&A를 준비해왔다"며 "상반기 내 인수 대상 기업이 10개로 압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명예회장은 해외 기업 M&A 추진뿐만 아니라 한국 바이오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M&A 대상으로 주로 해외 기업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유망한 국내 바이오 벤처·스타트업도 관찰하고 있다"면서 "3분기 말부터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함으로써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 산업 생태계가 위협받지 않도록 생태계 보강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