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1년만에 메자닌 발행한도 확대 재시도

CBㆍBW, 2000억→4000억…신약 개발 비용 선제적 조달 포석

2023-03-21     강인효 기자

에이치엘비가 다시 한번 '메자닌(Mezzanine)' 발행 한도 확대에 나선다. 앞서 작년에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자진 철회하면서 메자닌 발행 한도를 늘리기 위한 시도는 무산된 바 있다. 메자닌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채권이다.

에이치엘비는 오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 한도를 변경하는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CB와 BW의 발행 한도를 각각 기존 2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2배 증액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CB의 경우 발행 목적과 대상에 대한 근거 조항도 신설한다. 긴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 전문투자자 및 기타 이사회에서 정한 자에게 CB를 발행할 수 있고, 사업상 중요한 기술도입, 연구개발, 생산, 판매, 자본제휴를 위해 CB를 발행할 수 있다고 세부적으로 규정했다. 반면 BW에는 발행 관련 구체적인 근거 조항 신설은 없었다.

앞서 에이치엘비는 작년 3월 정기 주총을 하루 앞두고 CB와 BW의 발행 한도를 각각 기존 2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2.5배 증액한다는 안건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올해의 경우 발행 한도의 증액 배수에만 차이가 있을 뿐 근거 조항 신설 등의 구조는 작년과 동일하다.

 

최근 5년간 에이치엘비가 발행한 CB와 BW 총 발행 규모는 각각 1130억원, 1387억원이다. 현재 정관 규정대로라면 발행 가능 한도가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신약 개발을 위해 들어간 임상 비용만 2021년 기준 480억원에 육박한다. 아직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았는데, 작년 3분기까지의 임상 비용은 약 362억원이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해 연결기준 18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739억원, 930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비용을 외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의 경우 전체 매출의 4분의 3이 바이오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3분기말 기준 바이오·의료기기 사업부문에서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489억원, 552억원이었다.

신약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게끔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메자닌 발행 한도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회사는 선박 기자재업을 내려놓고 헬스케어 중심의 사업 확장을 위해 정관 변경에도 나선다. 또 선박 및 파이프로 요약되는 ENG 사업부문의 물적분할 승인 안건도 주총에서 표결에 부친다.

회사 측은 "CB와 BW 발행 한도를 각각 2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증액하면 총 4000억원 증액되는데, 이는 지난 2월 22일 종가 기준 약 10%의 주가 희석이 예상된다"며 "물적분할을 통해 경영 위험을 분산하고, 주력 사업인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에 전문성과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