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 원산지 위조' 법정 다툼, 익수제약-식약처 첫 변론
1년여만 열린 첫 재판 익수제약 "우린 몰랐다, 성분도 문제없다" 식약당국 "처분은 고의·과실 따지지 않아"
2021년 한약 제제 내 사향의 원산지 위조를 두고 행정처분을 취소하기 위한 제약사와 처분을 유지하려는 식약당국의 소송이 1년 여만에 처음 시작됐다.
위조를 알지도, 하지도 않았으며 원물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익수제약과 처벌은 고의성을 가리지 않는다는 양 측의 의견이 어떤 판결 결과로 나타나 타 제조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수원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16일 익수제약이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을 상대로 제기한 제조중지및 판매중지명령 등 취소 소송의 첫 변론을 진행했다.
해당 사건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 러시아산 사향의 수입허가 신청 당시 위·변조된 수출출증명서로 러시아산 사향이 수입, 완제의약품 총 6종에 쓰였다는 정보가 입수되면서 시작됐다.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제조·판매중지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허가 취소 등을 조치한 바 있다.
CITES에서는 수출입시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 대상인 수컷 사향노루의 사향선 분비물인 사향 관련서류가 위조됐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약사법 제71조 1항과 2항, 제72조 등을 준용해 판매·저장·진열·제조 또는 수입한 의약품등이나 불량한 의약품등 또는 그 원료나 재료 등을 공중위생상의 위해로부터 막기 위해 판매 및 유통정지 처분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날 익수제약 측은 이 날 식약당국의 조치는 재량권 일탈 및 남용 즉 식약처의 업무 범위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익수제약 측은 "회사는 사향의 관련 서류를 변조한 사실이 없고, 이를 알지도 못했다. 위조 여부는 식약처가 판단해야 한다"며 "이번 건에는 성분에 문제가 없어 국민 보건상 위해가 없음에도 제조·판매·회수 등의 처분을 내리는 것은 재량권 일탈 혹은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약처 측은 처벌은 적법하다는 주장이다. 식약처 측은 "(익수제약이) 위조를 몰랐다고 하지만 (처분에는) 원고의 고의나 과실 여부는 필요가 없다"며 "위조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이 농후하다"며 유사한 판례를 재판부 측에 미리 제출했다.
양 측은 이후에도 자료 및 증거 제출 등에서도 미묘한 기싸움을 이어가며 다퉜다. 재판부는 향후 기일에서 식약처의 처분 근거와 법령의 취지 등을 설명할 것을 요구하며 다음 기일을 기약케 했다.
이번 사건이 관심을 끄는 것은 잘못된 CITES의 관리 책임을 누구에게 둬야 하는지 그로 인해 천연물을 사용하는 회사의 책임을 어디에게 둘 수 있을 지를 정할 또다른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식약처가 2021년 조사 당시 위변조 수출증명서로 확인된 혹은 의심되는 수입허가건수는 총 19건에 달했다. 이 중 6건은 실제로 위조사실이 적발됐다.
식약처는 조사 과정 이후 현지 업체를 대신해 낸 수출 증명서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익수제약은 위조된 증명서의 경우 그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제약업계도 피해자라는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실제 사향은 잘알려진 우황청심원 등을 시작으로 공진단 등에도 쓰일 정도로 한방 분야에서는 귀하게 여겨지는 데다가 가격도 매우 높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사향의 가격은 더욱 높아진 상태라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식약처의 조사 이후 익수제약 측은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이들의 움직임이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위조 사실도 모른채, 안전성 기준을 통과한 약을 판매하지 못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소송과 함께 진행된 가처분이 받아들여진면서 회수폐기는 막았다지만 소송 패배시 처분 등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식약처도 이유는 있다. 앞선 식약처의 주장처럼 문제가 없다 해도, 회사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허가 과정에 필요한 절차를 적법하게 밟지 않은 채 만들어진 의약품은 처벌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더욱이 식약처 역시 회사의 서류를 검토할 뿐 위조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운 탓이다.
결국 이번 소송의 끝이 식약처 처분의 정당성이냐, 업계의 예외적 상황을 봐주는 것이냐를 가르는 하나의 '전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오는 5월 열린 공판에서 향후 식약당국의 주장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