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 이사회 개편 예고…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영입

코오롱티슈진 사외이사→최고의학책임자…인보사 이어 항암제 임상 맡을 듯

2023-03-15     강인효 기자
서울 마곡에 위치한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코오롱 One&Only Tower' 전경 / 사진=히트뉴스 DB

코오롱생명과학이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를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는 코오롱티슈진 사외이사를 지냈고, 현재 이 회사 최고의학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ㆍCMO)를 맡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의 계열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 지분 11%를 보유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선진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김선진 사내이사 후보자에 대한 이사회 추천 사유에 대해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가인 동시에 동종업계 종사자(플랫바이오 대표)로서 이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플랫바이오는 서울대 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해온 김선진 대표가 2018년 8월 창업한 회사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 첫 단계인 동물실험을 할 때 사람에게 암이 생긴 부위와 같은 부위에 암이 자라게 하는 동소이식모델(Orthotopic model) 분야 및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임상이행연구(Clinical translational research)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임상이행연구는 다른 회사의 신약후보물질을 위탁받아 개발 과정 컨설팅과 맞춤형 임상시험계획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선진 대표와 코오롱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코오롱티슈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는데, 이듬해인 2021년 6월 일신상 사유로 자진 사임한 바 있다. 하지만 사임과 동시에 코오롱티슈진의 CMO를 맡아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TG-C)'의 무릎 골관절염(Knee OA) 미국 임상 3상을 총괄하고 있다.

또 지난해 김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제기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당시 회사 측은 “김선진 박사는 미국 임상 중개 분야 전문가로 항암제와 관련해 미국에서 임상 등을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았는데, 이후 인보사의 주성분 변경 사실이 드러나면서 2년 만인 2019년 7월 해당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현재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처분의 부당함에 대해 행정소송 등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주황색 하이라이트 부분은 기존 사내이사 3인으로 이 중 2명은 물러날 예정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코오롱생명과학 사업보고서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을 2025년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는데, 김 대표가 코오롱티슈진 비상근이사로서 CMO를 겸직하고 있는 만큼 코오롱생명과학 사내이사로 활동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로 재직 당시 많은 수의 항암제 전임상을 진행했고, 그가 설계한 임상을 거쳐 탄생한 항암 신약만 해도 12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창업한 플랫바이오 역시 항암제를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중이다. 췌장암, 난소암 2개 적응증에서만 50여개의 노블(novel) 타깃을 확보하고 있다.

임상이행연구 전문가로서 김 대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에 이어 주력하고 있는 항암제 파이프라인(고형암 치료제 KLS-3021) 개발에 지원사격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KLS-3021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종양 살상 바이러스로, 현재 전임상 중이다.

게다가 이번에 김 대표와 함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되는 윤석중 충북대 의대 교수 역시 종양학 전문가다. 윤 교수는 “비뇨기종양학 교수로서 대한비뇨기종양학회 방광암진료지침 위원장을 역임하고,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정밀의료 위원장으로 재임 중에 있다”며 “이를 통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의 항암제 개발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존 사외이사였던 이찬희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윤 교수가 이 교수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진 대표와 함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는 양윤철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지원본부장(상무)과 사외이사 후보자인 윤석중 교수까지 포함해 주총에서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이사회도 대대적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정관상 회사의 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하고,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으로 하게끔 돼 있다. 따라서 이사의 총수는 4인으로 해야 한다. 사외이사가 1인만 선임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존 사내이사 3인(이우석 대표, 조영우 전무, 김수정 상무) 중 2명은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주총에서 해당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이사회의 윤곽도 뚜렷하게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기사수정 이력 

코오롱생명과학 이사회 개편과 관련해 회사 측 입장이 추가적으로 확인돼 기존 이사회 현황 <표>와 마지막 문단의 내용을 보강했습니다. 이를 독자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