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라자 먼저"에 3년째 대기 중인 에브리스디

칼럼 | 척수성근위축증 경구치료 옵션 열어주는 게 옳다

2023-03-13     박찬하 기자

가수 백지영이 척수성근위축증(SMA) 캠페인 인스타그램에 '너라는 우주의 시작'이라는 신곡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는 보도자료를 접하고 잠시 접어 두었던 SMA를 떠올렸다. 식약처 품목허가 후 14개월 만인 2022년 8월 1일 보험급여가 시작된 20억 원짜리 SMA 원샷 치료제 졸겐스마는 희귀질환과 초고가치료제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변곡점 중 하나였다. 운동 기능에 필수적인 생존운동신경세포(Survival Motor Neuron; SMN) 단백질 결핍으로 전신 근육이 점차 약화되는 SMA의 치료 접근성 문제는 '초고가'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렇게 일단락되는 줄로만 알았다. 졸겐스마 개발사인 노바티스의 한국 내 환자(질환) 프로그램의 일환이었을 가수 백씨의 뮤직비디오는 SMA 접근성 측면에서 여전히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게 했다.

"SMA 캠페인_ 너라는 우주의 시작" 유튜브 캡처.

SMN 단백질 결핍이라는 질환의 원인이 밝혀진 덕에 척수성근위축증은 희귀질환으로는 드물게 짧은 기간 내 3가지 치료제가 연이어 개발됐다. 첫 치료제는 척수강 내 주사하는 스핀라자(바이오젠)로 2018년 1월 허가를 받고 2019년 4월 보험급여가 시작됐다. 두 번째는 유전자치료제인 졸겐스마. 세 번째는 SMA 최초의 경구제인 에브리스디(로슈)로 2020년 11월 허가를 받았으나 현재까지 보험급여 등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신생아 1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는 SMA는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환자 90%가 2세 이전에 사망(SMA 1형)하는 만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가장 심각한 유형인 1형의 경우 운동신경세포가 6개월 이내 95% 이상 손실되고 다시 복구되지 않는 만큼 신생아 선별검사 급여 항목에 SMA를 포함시켜 조기발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첫 해 6회, 이후 4개월 마다 투여하는 스핀라자는 △영구적 인공호흡기 사용 △운동기능 유지 및 개선 정도 2회 연속 입증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험급여가 중단되는 문제가 있다. 이 같은 스핀라자의 급여기준을 개선하는 안건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문가 회의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서 수차 논의됐지만 현재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따라서 스핀라자를 대체약제로 보험급여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 에브리스디의 경우 경구제라는 새 치료옵션임에도 불구하고 보험급여 기준 논의의 첫 관문 조차 넘지 못한 채 비급여 상태로 남아 있다. 심평원은 2022년 11월, 히트뉴스에 "에브리스디 급여등재 평가를 진행 중"이며 이는 "스핀라자 급여기준 개선과 연계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척수강 주사 치료에 대한 공포와 트라우마는 차치하더라도 스핀라자 투여 중 척추측만이 심화돼 척수강 주사를 시행할 수 없는 SMA 환자의 치료 지속성은 에브리스디 보험급여의 뚜렷한 명분으로 보인다. 졸겐스마 급여 등재를 통해 12세 이하 소아 SMA 환자들에게 복수의 치료 옵션을 보건당국이 제공했던 것 처럼, 13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 SMA 환자에게도 척수강 주사 외 다른 치료 방법을 선택할 권리를 찾아줄 수 있다는 점도 명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약제 논리를 들어 에브리스디가 새 치료옵션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방치하는 것은 합리적 행정으로 보기 어렵다. 한 방(샷)에 19억8173만원인 졸겐스마 보험급여에는 환급형, 총액제한형, 환자 단위 성과기반형 등 환수 꼬리표가 달려있다. SMA 환우회 주장 처럼 "현재의 기준 대로 경구치료제를 우선(先) 급여"하더라도 1년 3억 에브리스디의 보험재정 영향을 최소화할 수단 정도는 보험 당국이 충분히 쥐고 있다.

20억 짜리 졸겐스마가 14개월만에 보험급여 권에 신속히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치료효과가 없을 경우 제약사가 약값을 공단에 되돌려주는 환급 계약을 건강보험공단이 체결했기 때문이다. 초고가약 협상 신속급여화 사례는 보건복지부의 '2022년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같은 SMA치료제인 에브리스디를 적극행정, 혁신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2020년 허가 받은 에브리스디가 대체약제 논리에 걸려 심평원 단계에서 출발 조차 못하는 건 과학적, 행정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형식논리라고 비판 받을 공산이 크다. 깐깐한 협상자 건보공단이 다음 단계에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