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설립, 젊은 CEO가 더 유리할까?
특별기고 배진건(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2016년 창업한 바이오벤처들은 특별하다"
최근 어느 범죄혐의인은 지검의 대질 신문에서 지난 20년간 꼬빡 형님으로 모셔오고 그렇게 불렀던 형님 정치인이 자신을 회장님으로 부르고 공범관계인데도 거의 모르는 사이로 답하는 것에 화를 벌컥 내면서 "정치인 정말 무섭다, 정말 무서워"라고 뱉었다. 평소 O회장은 상대방이 자신보다 한 살이라도 많으면 형님으로 부른다고 한다.
'코리아 R&D 패러독스(paradox)'는 한국의 R&D 투자가 OECD 국가 중 1~2위이지만, 성과는 그만큼 좋지 못한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바이오 R&D 패러독스'는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바이오리더(Bio CEO)'의 나이다. 유교적인 교육과 환경에서 익숙해진 나이에 대한 이해 차이가 존재한다.
전설 'Bill Gates, Steve Jobs, 그리고 Mark Zuckerberg'의 공통점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스타트업 (Startup)을 창업하여 성공한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이다. 프랑스어 'entreprendre' 동사에서 유래한 그 뜻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모험하다' 등을 포함한다. 젊은 이십대에 창업한 전설들은 온 세상의 방식을 바꾸어 놓은 앙트레프레너 기업가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전설들 때문에 일반인의 뇌에 '창업은 어릴 때 하는 것'이라고 고정되기가 쉽다. 더구나 안정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업의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다. 전설들의 예가 존재하지만 20대 창업이 꼭 정답일까?
어느 나이에 스타트업을 창업을 하는 것이 더 성공적인 기업가가 되는 확률이 높을까? 질문에 대한 연구(Research)의 답이 2018년 7월 11일 자 '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린 'The Average Age of a Successful Startup Founder Is 45'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5명의 연구팀은 먼저 지난 10년간 'TechCrunch'라는 상을 수상한 창업자들의 창업 평균 나이는 31세였다. 또한 'Inc.'라는 이름의 잡지가 집계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2015년의 스타트업 창업자의 평균 나이는 단지 29세였다. 그러기에 'Y Combinator'의 공동창업자 Paul Graham은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창업 나이를 32살로 선을 만들어 정해버렸다. 과연 이런 관점이 맞는 것일까?
연구팀은 먼저 최근 수년간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에 나타난 자료를 바탕으로 창업자의 창업 시기를 조사하였다. 이 자료에 나타난 창업자의 평균 창업 나이는 42세였다. 그러나 이 자료의 많은 부분이 새로 시작한 비즈니스는 세탁소나 음식점처럼 크게 사업을 확장할 이유가 없는 직종이었다. 기존 질서를 파괴하면서 혁신을 창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앙트레프레너가 아닌 것이 포함되었다.
그렇기에 연구팀은 자료를 하이테크(high-tech) 스타트업에 집중하기 위하여 IP(특허)를 받은 곳, VC 투자를 획득한 곳, 특히 인구조사국의 분류에 들어있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or mathematics) 종사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을 추려내었다. 또한 회사가 실리콘 밸리나 보스턴 주변 같은 하이테크 스타트업이 많이 만들어지는 허브(hub)에 둥지를 튼 장소도 중요한 요소로 추가하였다. 이렇게 더 자세히 분할되어 존재하는 데이터의 하이테크 창업자들의 창업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좁혀진다.
그러나 이런 평균 나이 이면 속에 감추어진 것이 업종마다의 특색이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은 40세가 평균이거나 더 젊은 쪽으로 기운다. 반짝반짝한 두뇌 회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일(oil), 개스(gas) 혹은 바이오텍의 창업 나이는 47세로 더 올라간다. 이런 업종은 역시 젊은 나이의 투지보다는 일의 경험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경우는 어떠한가? 젊은 앙트레프레너가 설립한 회사가 더 성공적인가? 연구팀은 지난 5년간 성장한 최상위 0.1% 스타트업 설립자의 나이를 표로 정리하였다. 특히 최상위 0.1% 스타트업 설립자의 나이는 30대, 50대 보다도 40~50의 40대가 제일 높았다.
그러나 젊음이 마냥 좋은 것만 아니라는 데이터를 함께 보여준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확률은 20대 보다는 50대 후반까지 나이가 든 앙트레프레너가 설립한 회사들이 더 높다. 왜 그럴까? 역시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이기 때문에 유리한 것 같다. 특히 바이오텍은 경험과 인적 연결이 중요하기에 나이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주목할 만한 것은 60대 후반 이후는 40대 초반과 같이 성공률이 확 떨어진다. 사실 이 그림을 다시 보면서 필자는 ‘6자 들어서는 창업하지 마세요’ 하고 외치고 싶다.
OO이 아닌 회사 이름과 대표의 실명을 거론해서 죄송하지만 2016년 창업한 회사들이 특별하다. 1월에 창립한 박승범 대표의 스파크바이오파마, 5월의 김재은 대표의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8월의 이승주 대표의 오름테라퓨틱, 10월의 류진협 대표의 바이오오케스트라, 그리고 12월에 설립한 김건수 대표의 큐로셀을 주목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회사들이 창업 당시 40대 창업자에 속하기 때문이다. 왜 2016년은 40대 유망주들이 창업하게 만들었을까?
시간은 아무 말없이 빠르게 흐른다. 필자도 만 57세에 한국으로 돌아온 지 14년이 훌쩍 지나갔다. 앞으로 공식적으로 은퇴할 만 77세까지 6년 남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40대 창업한 회사 대표들도 현재 나이가 5자로 바뀌었다. 검은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변한다. 흐르는 시간에는 장사가 없다.
바라기는 40대가 창업한 회사들이 2023년 투자심리가 심하게 위축된 '바이오혹한기(酷寒期)'를 지나서 스타트업들이 상장하고, 성장하여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바이오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도한다. '코리아 R&D 패러독스'를 찢어버리고 '코리아 R&D 성공기'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
'바이오혹한기'를 뛰어넘어 2024년은 2016처럼(Again 2016!) 유능한 40대 창업자들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바이오의 기반이 더 단단해지기 위해 좋은 스타트업을 많이 창업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젊고 유능한 창업자들을 '형님!'으로 모시는 그런 분위기가 팽배한 대한민국,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