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키트'가 남긴 것은, 코로나 군상 그 자체였다
생각을 hit | 지붕 속 코로나 '상자'만 바라보던 이들에게 남은 것 거센 물살 속 한껏 헤엄친 업계, 이젠 새로운 노젓기 필요할 때
코로나19 3년간 그토록 많이 나왔던 그 단어는 바로 '검사'다. 어디선가 날아든 미지의 역병, 이를 위해서는 내가 그 병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 했고 그 여부를 알아야만 치료든 무엇이든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자가검사키트는 코로나 방역은 물론 누군가의 주머니까지 두둑하게 해준 귀한 물건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토록 쓰던 '검사'라는 단어는 어원부터 코로나19를 지칭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그런데 검사라는 두 글자의 한자 속에는 이른바 진단업계 안팎이 겪었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 하다.
검사하다의 '검'(檢)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한자가 오밀조밀 붙어있다. 나무(목, 木)와 모두(첨, 僉)라는 뜻이다. 모두 나무를 들여다본다는 뜻이다. 이 글자가 생긴 배경은 자못 흥미롭다.
첨이라는 글자를 먼저 보면 가장 위에 하나의 지붕이 올려져 있고 사람의 입(口)이 그 위에, 그 밑에는 두 사람(人)이 있다. 많은 이들이 한 데 어우러져 자신의 이야기를 앞세운다.
이렇게 모인 모두는 한 나무에 바싹 붙어있다. 사람들이 귀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나무 상자 안에 담아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지키는 형태가 검사하다의 검이라는 글자로 귀결된다는 것이 한자를 공부한 많은 이들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코로나19 상황과 대입시켜보자.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코로나19 속 국내에 소위 유동성이라고 하는 돈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사람들은 나무 상자 안에 든 자가검사키트를 보았고 자신의 중요한 것을 상자 안에 잔뜩 부어넣었다. 한 푼씩 모였던 자가검사키트를 향한 돈에 기업은 한참을 커올랐다.
키트를 담은 상자, 그 속의 돈이 더욱 커지면서 사람들도 몰려 들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로 키트의 효용성을 고민했던 이들도 유통업계의 매출 신장에 하나하나 지붕 안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그 안의 돈을 함께 나누기보다는 가격 덤핑으로 자신의 이문을 챙기는 이부터, 품귀현상에 부르는 게 값이라며 외려 더욱 비싸게 제품을 파는 이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그렇게 키트의 성장과 침체가 계속되던 상황에서 상자는 한껏 쪼그라들었다.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줄면서 판매는 예전같지 않았고 그로 인해 차마 담지 못한 돈은 바닥으로 떨어져 주울 수도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진단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떠나갔고 결국 상자 안의 돈을 챙기지 못한 이들도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업계를 마냥 욕할 수도 없다. 가격의 비합리성 혹은 덤핑, 업계를 향한 과도한 기대와 비판은 어찌보면 이들을 떠나가게 한 이유일 수 있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이들 업계 역시 그 확산세가 주춤해지며 자연스럽게 조금은 하락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그리고 이 안에서는 키트라는 상자를 마법처럼 포장해 투자자의 돈을 담아내며 자신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업체부터 시장 상황 침체로 수장의 지분을 팔아버린 곳도 있다. 한 데 모인 지붕 안의 사람들은 작아진 상자를 탓하고 차마 빼내지 못한 돈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기대감이 키운 상자가 오히려 그 기대감을 한껏 짓누른 형국이 된 셈이다.
검이라는 글자가 검사키트를 보는 주변의 이들을 이야기했다면, 옆 붙어있는 사는 이런 차원에서 자가검사키트 업계의 뒷머리를 턱 하고 때리는 글자이기도 하다.
조사하다라는 뜻의 사(査)는 나무(木) 아래에 또한(차, 且)이라는 뜻이 붙어있다. 겹겹이 쌓인 나무라는 뜻에서 과거 뗏목이라는 의미로 쓰이던 글자다. 하지만 쌓여있는 나이테를 보듯 그 겹겹의 면면을 본다 해서 살핀다라는 뜻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키트에 기대했던 게 어디까지 이어질 지 모르는 물결을 타고 헤치면서 속력을 냈지만 결국 유속이 느려진 지금 뒤를 보니 많은 이가 그 물에 떠내려 갔다.
그 안에는 업계를 기대하고 있었던 투자자와 함께 사업을 영위했던 파트너도 있다. 무엇보다 물살을 타면서 몇 명 정도는 떨어져도 문제 없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추운 겨울 찬 물에 빠져 몸을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에 따른 책임을 모두 투자자 혹은 파트너사로 돌리는 것이 사공의 책무는 아니리라 본다.
검사키트의 경험이 한껏 쌓인 업계 안팎은 더욱 건전해지고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물길을 잘 탄 업체만이 하나씩 남아 그 전철을 밟지 않고자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에 다른 의미로 '빠졌던' 이들 업체에 놓여진 느려진 물길은 이제 코로나가 아닌, 지금을 헤치기 위한 노젓기가 필요함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