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환수협상 볼멘소리... 이는 보건당국 최소한 조치"

임상재평가 약제 관련 재정적 안전조치 설정 필요

2023-02-01     장덕규 Specialist

콜린알포세레이트에 관한 협상명령 취소 소송전에서, 제약사 측이 협상명령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제사한 근거 중 '평등원칙과 자기구속원칙 위반'이라는 것이 있었다. 행정청은 동일한 사안이라면 모든 상대방을 동일하게 대할 의무가 있고(평등원칙, 행정기본법 제9조), 동일한 사안에서 다른 상대방에게 처분한 내용은 선례가 되어 행정청을 스스로 구속한다(자기구속의 원칙, 헌법재판소 1990. 9. 3, 90헌마13 등).

5년 후 임상재평가가 실패한다면 재평가 기간동안의 건강보험 청구액을 반환하라는 복지부의 협상명령에 대해 제약사들은 외쳤다. "(이미 임상재평가 중인) 아세틸 엘 카르니틴도 옥시라세탐도 가만 두었는데 왜 우리(콜린)만 협상 대상인가!"하고.

바로 그 옥시라세탐에 대한 임상재평가 결과가 지난 16일에 발표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아세틸 엘 카르니틴에 이어 옥시라세탐도 임상재평가 결과 유효성을 입증하는데 실패, 결국 품목허가가 취소된 것이다.

의약품의 임상재평가 실패가 곧 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한다는 점은 모두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연간 수십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 라인업에서 사라진다는 뜻으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던 인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매출과 주가가 직접적으로 떨어지는 등,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병원이나 의사 역시 대체약제를 찾아야 하고 적절한 처방을 고민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임상재평가 실패로 인한 진정한 어려움은 이 약을 사용·소비해 온 환자와 보험자에게 발생한다.

보는 방향을 바꾸어 환자와 보험자의 시각에서 이 사안들을 살펴보면, 임상재평가의 실패는 곧 그동안 복용하거나 급여로 제공해온 약이 약이 아님을 의미한다. 본인부담금을 부담한 환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약값의 대부분을 부담해 온 보험자와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황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통의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상품 시장이었다면, 제조사의 책임부담과 환자의 손해보전방법 등의 논의가 업계에서든, 정치권에서든 뒤따를 일인 듯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의약품 시장에서는 '알고 봤더니 약이 아니었지만 실제 약으로 팔리며 수천억원의 매출을 거둔 무언가'에 대하여 법적 책임 소재 여부가 문제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유일한 예외가 바로 서두에 언급한 콜린알포세레이트였다. 제약사들은 임상재평가 실패는 장래를 향하여만 효력이 있을 뿐 취소되기 전까지는 허가가 유효한 품목에 관해 청구액을 반환할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지만, 결국 건강보험공단과 청구액의 20%를 반환하기로 합의하였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당장 허가가 취소된 것은 아니므로 억울할 수 있으나, 보험자나 보건당국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물건을 사면서 하자가 있으면 나중에 물건 값의 일부를 돌려달라고 하는 요구는 법리를 떠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같은 합의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에 걸쳐 협상 명령과 결렬이 반복되었고, 각각의 협상명령에 대해 연달아 집행정지와 취소소송, 행정심판에 헌법소원까지도 제기되었다. 복지부와 공단 입장에서도 상당한 인력과 자원을 소모하고 나서야 합의에 이를 수 있었고 엄청난 진통을 겪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다시금 임상재평가가 문제된 의약품에 대해 이러한 시도를 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위 두 약제와 같이 아무런 책임부담 없는 임상재평가의 실패가 지속된다면, 이는 소비자의 상식 선에서도 보건당국 행정의 평등원칙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 왜 약효도 없는 약에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을 지출하였느냐는 비판과 왜 누구는 청구액을 반환하고 누구는 가만 놔 두냐는 볼멘소리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세틸 엘 카르니틴도, 옥시라세탐도 결국 모두 콜린과 동일하게 유효성 근거 부족을 이유로 한 임상재평가가 실시된 대상이다. 물론, 위 두 약제에 대하여는 보건 당국과 각 제약사 간 아무런 합의가 없이 임상재평가가 마감되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추가적인 법적 조치는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소비자의 법감정이나 앞서 본 평등원칙 혹은 자기구속의 원칙을 고려한다면 보건 당국은 앞으로 있을 유사한 임상재평가 사안에 대해 콜린과 같은 재정적 안전 조치를 설정해 놓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만약 매번 협상이나 법률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겪어야 할 진통이 고민이라면, 아예 임상재평가와 환수의무 부여(협상)를 연계한 법률의 입법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약품의 품목허가와 특허를 연계하는 것과 같이, 법률에 임상재평가가 실시되는 의약품에 관하여 재평가 실패 시 청구액 반환의무가 연계됨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곧 고갈될 건강보험재정과 폭증할 보험료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 '약도 아닌 약'에 보험재정을 지출하는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다. 보건당국과 국회 등 관련 당사자들이 유의미한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