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민 A의 충고 "오래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운동을 해"
특별기고 | 배진건(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운동이다. 새해가 오면 올해는 꼭 운동을 해야지 다짐을 하고 체육관으로 간다. 그러나 그 결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2023년은 음력설도 1월 22일이기에 흐트러진 생각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또 왔다.
해가 바뀌는 것은 나이가 든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근력은 감소하며 근력이 감소하면 신체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노화에 의한 신체 능력 저하는 고령자들에게 더 흔하게 나타나므로 젊은 사람들보다 고령자들에게 운동이 더 유익하다. 운동은 늦게 시작해도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었다. 하지만 한살이라도 어릴 때 운동해야 하는 이유는 근육에도 기억력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령자를 위한 운동 프로그램에도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그리고 유연성과 균형 훈련이 필요하다. 근력 운동은 고령자들이 일상 생활 활동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근력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신체 기능이 크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골격근세포가 감소한다. 왜 그렇게 변화하는지 이유가 세포학적으로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2023년 1월 04일 'Journal of Physiology'에 "Myonuclear alterations associated with exercise are independent of age in humans"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간되었다.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운동과 관련된 근육 세포의 핵을 지탱하는 구조적 발판인 'myonuclear, 근핵'의 변화는 나이와는 관계가 없고 운동과 관련 있다는 결론이다. 논문 보러가기
무엇보다 영국 킹스 칼리지(King College) 연구팀의 접근 방법이 특이하다. Stroud교수 연구팀은 젊은 마라톤 선수들의 근육과 나이든 자전거 전문가(master cyclists)의 근육을 비교하였다. 특히 나이든 자전거 타는 사람의 평균 나이는 76세이고 100km를 6시간 30분 이내에 질주할 수 있는 분들의 근육이다.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이 찢어지고, 다시 회복하면서 근육의 부피가 커진다. 이때 근육 회복을 돕는 위성세포가 활성화돼 근육 조직으로 합쳐진다. 근육조직에 포함된 세포 핵, 근핵(myonuclei)의 수도 늘어난다. 공항의 비행기들을 조절하는 관제탑(control tower)의 역할과 같이 근핵은 근육을 조절하는 중심이다.
연구결과는 젊은 마라톤 경주자와 마찬가지로 나이든 자전거 타는 사람의 근핵의 모양은 둥그렇고 흐트러지지 않았다. 특히 근핵의 '라민 A(lamin A)' 라고 불리는 단백질이 운동을 하지 않는 비교 그룹(control)에 비해 더 두텁고 많이 생성되었다. 생쥐를 통한 재현실험에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운동을 시킨 그룹의 라민 A가 더 많이 생성되었고 근핵이 더 단단하였다. 소위 표현하는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가 생기는 주요한 부위가 바로 근핵이다.
연구결과처럼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근핵을 단단히 다지는 라민 A 단백질이 사람의 수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나이든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만들어지는 라민 A가 사람을 오래 살 수 있게 할까? 답은 '네(Yes)'이다.
먼저 던지는 질문은 '조로증(progeria)'을 아시는가? 'Progeria'는 '때이르게 늙은'이란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됐다. '조로증'의 정식 명칭은 이 질병을 최초로 보고한 영국 의사의 이름을 붙여 '허친슨-길포드 조로증후군(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 HGPS)'다.
어린이가 빠른 속도로 노화하는 이 병은 생후 9~24개월이 되면 심각한 성장 지연을 보이며, 특징적인 얼굴형을 갖는다. 대략 신생아 400만~800만 명 중 한 명꼴로 유전자 LMNA(Lamin A)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매우 희귀하며 치명적인 유전질환이다. 조로증을 가진 아이들은 죽상 경화증(심장질환 또는 심장발작)으로 대략 8세에서 21세의 범위, 평균 14세에 사망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300명 정도의 아이들이 조로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조로증이 생기는가? 'Recurrent de novo point mutations in lamin A cause 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이란 제목의 논문이 2003년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Nature>에 발표됐다. HGPS 유전자는 당시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이던 프란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 그룹에서 발표했다.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과 노화를 겪고 있는 일반인은 생물학적으로는 동일하다. 우리 모두는 조로증의 질병 유발 단백질인 프로제린(progerin)을 조금씩 생성한다. 다른 점은 조로증을 가진 아이들은 '라민 A' 단백질의 유전변화로 프로제린이 체내에 쌓이며, 이런 세포의 불안정성이 HGPS에서의 때이른 노화과정으로 연결된다.
파르네실전달효소(farnesyltransferase, FT)는 단백질에 프레닐기가 전달되는 프레닐화(prenylation) 과정에서 단백질 변형에 관여하는 효소다. 2005년 8월에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의 채닝 더(Channing Der)박사와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의 스티브 영(Steve Young)교수 그룹들이 조로증을 가진 아이들의 피부 세포에서 떼어낸 샘플에 FT 저해제를 처리하면 일반적인 세포와 비슷하게 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성숙한 라민 A 단백질이 되기 위해 파르네실 그룹이 단백질에 붙은 후에 몇몇 과정을 거쳐 펩티데제에 의해 잘려 정상적인 72KDa 라민 A가 만들어진다. HGPS에서는 라민 A 단백질이 잘리는 부분을 포함해 50개의 아미노산이 결실돼 있다. 같은 파르네실 프로세싱을 통해 기형의 67KDa 라민 A가 만들어지는데 잘리지 않으니 파르네실 그룹이 단백질에 붙어있다. 연구자들이 착안한 것은 파르네실전달효소 저해제인 FTI를 처리하면 완전하게 정상적이진 않지만 67KDa 라민 A가 만들어지면서 파르네실 그룹 없이 72KDa 라민 A와 사이즈만 다르고 비슷한 구조가 될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때까지 조로증을 치료하는 약은 합병증을 치료하는 보조적 치료가 유일했다. 브라운대학소아과 레슬리 고든 교수는 "FTI는 근본치료약은 아니지만 이를 복용하면 수명이 평균 2.5년 길어진다는 임상결과를 얻었다"며 "평균 수명이 18년도 안 되는 조로증 환자들에게 2.5년은 긴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고든 교수는 자기가 낳은 아들이 바로 조로증 환자이기에 조로증 연구재단(PRF, Progeria Research Foundation)을 설립하고 유전자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 치료제 탐색과 임상까지 관여했다. 결국 2020년 11월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조로증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미국 아이거 바이오파마슈티컬스의 조킨비(Zokinvy, 로나파닙)의 승인을 발표했다.
운동과 관련된 근육 세포를 지탱하는 라민 A의 단단한 변화는 나이와는 관계가 없고 운동과 관련 있다. 조로증의 원인은 라민 A의 변이로 인한 근핵의 유전체 보호기능이 결손 된 것이다. 라민 A 기능의 결손을 FTI로 보완하면 HPGS 환자 수명이 연장된다. 수명과 라민 A가 관련되어 있기에 나이가 들수록 라민 A가 운동으로 유지되고 단단히 만들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새해가 올 1월에 두 번 왔기에 올해는 꼭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실천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이다.
참고문헌
https://neurosciencenews.com/exercise-aging-muscles-22318/
'How Exercise Might Mitigate Age-Related Decline in Skeletal Muscle Structure and Function'
https://physoc.onlinelibrary.wiley.com/doi/10.1113/JP284128
'Myonuclear alterations associated with exercise are independent of age in humans'
https://pubmed.ncbi.nlm.nih.gov/17360355/
'A lamin A protein isoform overexpressed in 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 interferes with mitosis in progeria and normal cells'
https://pubmed.ncbi.nlm.nih.gov/12714972/
'Recurrent de novo point mutations in lamin A cause 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