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참가, 성장의 밑거름... 빅파마 설득은 탄탄한 데이터 뿐"
히터뷰 |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K바이오, JP모건 참가해 글로벌 기술이전(L/O) 문 두드려야 ABL503 임상 1상 지금 순항 중...유의미한 임상 데이터 확보
"대다수의 국내 바이오텍은 JP모건의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행사에 참여하지만 분명 큰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콘퍼런스 기간에 바이오텍 쇼케이스(Biotech Showcase) 참가를 통해 글로벌 빅파마, 투자 업계 관계자들에게 기업 소개 발표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K바이오가 JP모건서 다양한 미팅 경험을 쌓는다면 향후 JP모건 또는 바이오USA 현장에서 사업적 성과로 연결되는 징검다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2023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 3일차인 지난 11일(현지시간) 히트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전 세계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과 투자자들이 모이는 업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권위 있는 행사다. 매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다. 올해 행사에는 공식 초청받은 8000여 명의 기업 관계자와 4만여 명의 방문객이 참가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JP모건서 기존 파트너와 미팅을 진행하면서 신규 파트너와 만나 사업개발 확장을 위해 노력했다. 에이비엘바이오에 있어 JP모건 참여는 큰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 JP모건 현장에서 사노피와 빅딜을 체결한 ABL301의 경우, 2021년 JP모건서 사노피 관계자와 1시간 동안 깊이 있는 사이언스를 논의했던 것이 글로벌 기술이전(L/O)의 출발점이 됐다.
이중항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JP모건서 대세로 자리잡은 ADC(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을 업계 관계자에게 강조하기 위해 여러 미팅을 진행했다. 히트뉴스는 이상훈 대표와 JP모건 인터뷰를 통해 되짚어 봐야 할 이슈를 살펴봤다.
유난히 조용했던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글로벌 빅파마가 주목하는 ADC 플랫폼
이상훈 대표는 "이번 JP모건은 역대 JP모건 중 가장 조용한 행사라고 생각한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18억 달러(약 2조2300억 원)에 신코파마(CinCor Pharma)를 인수한 딜(Deal)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딜이 없었다"며 "메인 콘퍼런스 현장에서 빅파마 CEO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2023년 상반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 아닌 것 같다. 현재 자본시장이 침체돼 있기 때문에 올해 초반에는 지난해 분위기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빅파마들이 보유한 현금은 많은 편이지만 M&A(인수합병)나 여러가지 딜을 평소 JP모건처럼 진행하지 못한 것 같다. ADC 플랫폼 개발 기업인 시나픽스(Synaffix)는 올해 초 △암젠(Amgen) △허밍버드 바이오사이언스(Hummingbird Bioscience) △젠맙(Genmab) 등 세 개 기업과 딜을 체결했다"며 "지난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암젠에 총 1조6000억 원 규모의 ADC 플랫폼 기술이전을 진행했다. 이처럼 최근 ADC 딜을 살펴보면 JP모건 기간과 상관 없는 시점에서 딜 발표 소식을 전했다"고 했다.
이번 JP모건서 화이자(Pfizer), 모더나(Moderna), 사노피(Sanofi)는 발표를 통해 백신 관련 내용을 힘주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들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빅파마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개발에 대한 기회를 놓쳤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향후 백신에 대한 준비, mRNA(메신저 리보핵산) 딜(애브비-애니마 바이오텍)이 체결됐다"고 전했다.
항암 분야에 있어 ADC가 핵심 키워드였다. mRNA, RNA, 이중항체 등도 올해 JP모건의 주요 키워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Enhertu)는 토포이소머라아제(Topoisomerase) 계열이다. 이번 행사에서 토포이소머라아제 유도체를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다"며 "대표적인 기업이 시나픽스다. ADC는 항체(Antibody), 링커(Linker), 페이로드(Payload)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에서 현재 가장 관심도가 높은 것은 페이로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23 JP모건서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들은 일본 에자이(Eisai)와 미국 바이오젠(Biogen)이 공동 개발한 레카네맙(Lecanemab) 이슈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콘퍼런스에서 레카네맙의 향후 추세, 상업화 가능성, 장기적인 판매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CNS(중추신경계) 치료제 개발 기업 입장에서 레카네맙 가속승인 뉴스는 좋은 소식이 분명합니다. 만약 레카네맙이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아두카누맙(Aducanumab)보다 잘 팔린다면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에 있어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이 탄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디날리 테라퓨틱스(Denali Therapeutics)의 발표 슬라이드를 인상깊게 봤다"며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개발 현황이 이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 디날리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를 접목시킨 파이프라인이 이전에 비해 늘어났다"고 했다.
JP모건 참가 경험은 K바이오에 분명 큰 자산
글로벌 진출 위한 첫 걸음 내딛어야
△에이비엘바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에스디바이오센서 △SK바이오사이언스 △한미약품 △지아이이노베이션 △오름테라퓨틱 등은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공식 초청받은 국내 기업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회사 창립(2016년) 이후 매년 공식 초청을 받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을 제외한 50개 이상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JP모건 코리아(J.P. Morgan Korea)에서 1인 초대권을 받아 이번 콘퍼런스에 참가했다. 이번 JP모건에 처음 참여한 바이오텍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오늘(11일) 아침에도 모 바이오 벤처 대표 및 BD(사업개발) 담당자에게 조언을 건넸다. 빅파마에서 일했던 경험, JP모건 참가 경험이 많기 때문에 바이오텍 선배로서 후발 주자에게 여러 노하우를 전하고 싶었다"며 "(글로벌 기업을) 한두 번 만나서 딜이 성사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바이오텍이 성숙된 기술을 빅파마에게 보여주면 궁극적으로 유의미한 기술이전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사노피 담당자(Biology head)가 지난해 은퇴하면서 에이비엘바이오에게 이메일을 한 통 보냈습니다. 사노피 직원들은 2017년 JP모건서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를 처음 만났습니다. 사노피는 매년 JP모건서 에이비엘바이오가 굉장히 향상된 데이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회사에 항상 까다로운 질문과 실험 요구를 했지만, 1년 후 사노피가 인정할 만한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2022년 초 JP모건 현장에서 사노피와 10억6000만 달러(약 1조2720억 원)에 달하는 빅딜을 체결했습니다."
국내 바이오텍 입장에서 JP모건 참가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 대표는 "국내 바이오텍이 JP모건을 한 두번 참가한다고 해서 당장의 결과가 나오거나 딜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행사 참가를 통해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JP모건의 공식 초청을 받은 한국 기업들은 공식 입장권을 통해 JP모건 행사장 근처 메인 호텔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메인 호텔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입장권이 필요합니다. 호텔에 들어가면 화이자, 머크, 사노피, 모더나 등 100여 개 이상의 기업들과 미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JP모건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기업 관계자들은 빅파마와 직접적인 미팅을 못하더라도 또 다른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에서 글로벌 바이오텍과 만남을 통해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미팅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미팅이 다음 JP모건, 바이오 USA서 BD 미팅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2017년 직원들이 첫 JP모건 참여를 통해 빅파마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궂은비를 맞으면서 동분서주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웃음)."
에이비엘바이오, 지속가능한 '흑자 경영' 바이오텍 도약
"빅파마들은 JP모건 행사 기간에 소규모 바이오텍들과 매일 30분 또는 1시간 마다 계속 미팅을 진행합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예년보다 좀 더 저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 중심으로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AD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올해 회사는 유의미한 파트너십을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번 JP모건서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현재 에이비엘바이오는 퇴행성뇌질환 신약으로 BBB(Blood-Brain-Barrier, 혈액뇌장벽)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와 이를 활용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분야서 그랩바디-T(GrabodY-T)와 그랩바디-I(GrabodY-I)를 기반으로 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그랩바디-T가 적용된 ABL503과 ABL111은 미국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그랩바디-T를 활용한 ABL503이 현재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저희 파이프라인이 경쟁 기업보다 더 나은 임상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 후보물질은 아이맵 바이오파마(I-Mab Biopharma)와 같이 개발하고 있다"며 "양사가 노력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 회사는 올해까지 확실한 흑자 경영을 지속할 수 있다. 2024년에도 흑자 경영을 위해 올해 굵직한 기술이전(L/O)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