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이 전화를 건, 내가 좋아하는 '이 남자'

특별기고 | 배진건(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체조선수 양햑선, 그는 퍼스 인 클래스 기술 '양 1' 개발 난, 신약개발 강의 때마다 양학선 만의 기술 '양1' 보여줘

2023-01-16     히트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12년 런던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선수에게 전화해 법무부 홍보대사를 부탁하는 모습이 11일 유튜브 채널 '법무부TV'를 통해 공개됐다. 사실 필자는 과학이 정치와 연결되는 것은 반대한다. 정치는 같은 기사를 두고도 좌와 우로 갈릴 수가 있다. 

신약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이라 좌도 우도 아니고 중립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보석으로 변할 수도 있다. 한 장관은 양 선수와의 통화에서 "저와 법무부가 평소에 양 선수를 아주 존경한다. 저희 홍보대사로 나와주셨으면 좋겠는데 워낙 바쁘신 분이라 부탁 한번 드리려고 전화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양 선수는 "홍보대사 기회를 주셔서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유튜브 채널 '법무부TV' 갈무리

나의 관심은 한 장관은 왜 양학선 선수를 좋아하는가? 혹시 내가 신약개발 강의에서 사용하는 양학선과 어디까지 맞을까? 거기에 관심이 있었다. 한 장관은 양 선수에게 홍보대사를 부탁한 이유에 대해 "양 선수의 전성기에, 올림픽 챔피언 당시의 경기를 보면 누구나 다 아름답다고 느낄 정도로 대단한 선수였다"며 "올림픽 챔피언 이후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는 양 선수의 근성과 꾸준함, 직업의식, 소명의식에 평소에도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는 대한민국 출범 이래 이름이 바뀌지 않은 두 개(법무부, 국방부)의 부처 중 하나"라며 법무부TV는 영상 말미 자막으로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이름이 바뀌지 않은 법무부와 올림픽 시작 이래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종목 체조"라며 "초심과 기본을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하는 법무부와 선수 생활 내내 초심과 기본을 잃지 않은 양학선 선수의 만남,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사를 읽고 일단 안심이었다. 양학선은 공통이지만 시선은 달랐다. 필자가 왜 양학선을 좋아하는가? 필자는 강의 때마다 올림픽 모토와 신약개발 모토는 똑같다고 주장한다. 'Citius, Altius, Fortius' 즉 'faster. higher, stronger(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처럼 신약도 항상 더 효과가 좋고 더 강한 약을 만들어야 한다. 올림픽 경기처럼 3등 안에 들어 메달을 따야 한다. 왜냐하면 신약개발에서도 메달을 따야 신약의 판매가 제대로 이뤄진다. 출전에 의의를 둘 수가 없다.

한국적 신약개발이 올림픽 스포츠에서 배울 점이 많다. 먼저 펜싱은 차별화(differentiation)의 중요성을 파악하여 한국형 펜싱을 개발하면서 런던올림픽에서부터 지난 도쿄 올림픽까지 좋은 성적을 거뒀다. 펜싱은 먼저 키가 작고 팔 길이가 짧은 문제점을 파악했다. 손 기술 위주의 유럽형에 대항하기 위해 발 동작을 빨리하는 훈련을 통해 2배 이상 빠르게 됐다. 필자가 신약개발 과제를 심사할 때도 '어떤 차별화가 존재하는가?'라고 항상 묻는다. 차별화를 통한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은 계속 열려 있는 것이 아니고 아주 제한적이다. 

양궁도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38년 이상 세계를 제패해왔다. 새 훈련방법을 해외 지도자들이 알아내는데 약 6개월이 걸리는데, 그 6개월간 전보다 새로운 것을 또다시 개발해 나아간 것이다.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는 이유는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다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신약은 타깃에 대한 최초의 약물인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와 계열 내 최고의 약물을 의미하는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로 나뉜다. 국산 신약 중 세계 시장에서 인정하는 '베스트 인 클래스'가 최근 들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퍼스트 인 클래스'는 전무한 상황이다.

영국의 한 마라톤 대회에서 1위 선수와 격차가 벌어진 2위 선수가 길을 잘못 들면서 그 뒤를 따라 달리던 선수 5000여명이 단체로 실격 처리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결승점을 통과하고도 264m를 덜 뛰었다는 이유였다. 지난 30년간 신약개발을 위해 달려온 대한민국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베스트 인 클래스'를 뒤쫓다가 실수하는 이런 모습이다.

체조선수 양학선은 최고난도 기술 '양1'을 개발하면서 최초(the first), 유일함(the only), 최고(the best)를 모두 이루며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선수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양학선의 '양1'은 신약으로는 바로 '퍼스트 인 클래스'이다. '글로벌 빅파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꿈이자 목표다.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지만, 블록버스터로 진입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신약개발을 진행하다 보면 세상에 완벽한 약은 존재하지 않고 당연히 여러가지 벽과 마주치게 돼 있다. 난관을 극복해야 약이지 무조건 순항하는 약은 약효 없는 밀가루일 뿐이다. 사람의 몸에 적용돼 병을 치료하게 되는 그 날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좋은 약 하나가 탄생한다.
 
필자는 신약개발 강의 때마다 2011년 토쿄에서 열린 세계기계체조선수권 대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양1'을 보여드린다. 신약개발 'K-1'이 탄생하기를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