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지사제라고요? 사재기가 생길 게 없는데…"

일부 품목 외엔 처방 위주·물량 부족 등 쓸어담기 어려워 업계서도 '불안감이 만든 가수요' 지적

2023-01-05     이우진 기자

"조제 과정에서 설사에 쓸 수 있는 품목은 많습니다. 그나마 인기 있는 품목이 출고가 어렵고 약국에서도 수량이 많지 않은 것 뿐인데 (중국인들이 한국인에게 자주 처방되는 약을) 사기 어렵죠."

최근 국내 약업계를 비롯해 일각에서 감기약, 진통제에 이어 '지사제를 사재기한다'는 등의 사례가 업계 안팎에서 들리고 있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장 내 구할 수 있는 품목의 수도 많고 처방용으로 나감에도 마치 가수요를 유도하듯 업계 내 불안감만이 조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시국에서의 공급 부족 여부에 제약사의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약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모아보면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이른바 지사제 사재기 논란에 업계 내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반응은 약국가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 지사제 계열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약국에서도 평소 대비 조금씩 사입 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 한 개국 약사는 "최근 들어 지사제를 사려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며 "처방 비중이 높은 우리 약국의 특성상 지사제를 직접 구입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은데 최근 들어 '뉴스를 보고왔다"며 "평상시 대비 3배 정도 수준은 판매가 나오는 듯 하다"고 전헸다.

서울 도심 내 외국인 일반의약품 판매 빈도가 높은 한 약국의 약사 역시 "공급 차질을 겪을 만큼의 부족 사태는 없고 실제 지사제를 살 수 있느냐며 물어본 중국인도 몇 명 되지 않았다"며 "아세트아미노펜 등을 찾는 수요에 비해 지사제는 매우 수요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반응과 달리 실제 유통업체 내에서는 일반약을 비롯해 약국 사입수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모 유통업체의 지사제 관련 판매수량을 확인해 보면 앞서 나온 감기약 수준은 아니지만 전주 혹은 전월 대비 판애량이 약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가 내에서 괜찮다고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실제 판매 수량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해당 업체의 설명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SNS 플랫폼인 웨이보 내 검색 결과. 설사나 설사약을 찾아보면 '본인이 코로나 중 설사로 고생하고 있다', '약이 필요한 상황' 등이라는 반응을 쉬이 찾을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이 나오는 데에는 '새로운 XBB 변이가 장염 및 설사을 유발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최근 나오고 있는 중국인의 감기약 사재기 우려가 약국가와 소비자의 불안감을 키운 '방아쇠'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최근 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 등에서는 XBB변이가 복통과 설사를 일으킨다는 글이 4일 오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먼저 특정 제품을 제외하고는 실제 지사제가 필요한 환자에게 가는 약은 전문의약품으로 그 사정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그나마 일반약은 이른바 비스무트/아크리놀/베르베린/스코폴리아 성분이 소비자의 소비빈도가 높지 않은 축에 속한다.

트리메부틴 등이 들어가는 일부 일반약은 처방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절대다수고 최근 들어 이미 품절을 겪는 등 이미 시장에서 없어서 팔래야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국내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일부 품목의 경우는 혹시 (많이 팔릴 지) 모르겠지만 그 수량 자체가 많지 않을 것이고 일부 소비자의 구매가 약국의 구매를 어렵게 할 수준의 가수요로 이어질 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미 중국 내에 주요 지사제의 가격이 오르거나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등의 이야기가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감기약 사재기 의혹과 맞물리면서 가수요 구매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내부의 추정이다.

관계자들은 소비자와 약국가의 불안감이 결국 시장에서의 가짜 수요를 만들어 낸 '학습된 불안과 공포'의 일종이라는 반응을 던진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설사에 쓸 수 있는 품목 자체가 많다. 그나마 인기 있는 품목은 출고가 어렵고 약국에서도 수량이 많지 않은데 (중국인들이 한국인에게 자주 처방되는 약을) 사기는 어렵지 않느냐"며 "제약사 입장에서는 원가 상승 등으로 새로 제품을 안만드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시장 내 물량이 제법 되는 탓에 중국인 관광객이 어느 정도 사도 문제가 될 것도 없거니와 처방으로 나가는 품목은 의료기관에서도 일부러 과량을 처방하지 않는다"며 "시장에서의 불안감이 필요없는 약을 사도록 만드는 것이고, 그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