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도매대신 약국 손잡기 활발... '경동제약의 경우'
경동제약 직거래약국 OTC 주문, 내년부터 'A사'가 대행 "제약, 영업사원·유통경로 단축해 비용 절감 도모할 것"
유통업체 역할을 온라인몰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제약회사가 자사 온라인몰 매출을 위해, 또는 영업사원 등 경비 절감을 위해 온라인몰을 대체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인데 도매업계 눈에 곱게 보일리 없다.
약국가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지금까지 영업사원이 담당해온 직거래 약국 주문을 내년부터 A업체로 교체할 계획이다. 주문 제품은 OTC에 한해서며, 약국이 A업체로 주문하면 이 업체가 주문 내용을 경동제약 주문시스템에 접속해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약사는 "최근 경동제약 영업사원이 찾아와 내년부터 OTC 주문을 A업체에게 해달라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업체 관계자는 "경동제약 영업사원이 전화 주문을 받아 본사에 주문을 넣던 내용을 우리가 대신하는 것으로, 모든 약국이 아닌 직거래약국만이며 품목도 OTC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제약사가 의약품 주문 통로를 온라인몰로 대신하려는 움직임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한미약품이 자회사 온라인팜을 설립하며 약국 OTC 주문을 HMP몰로 일원화하려 시도했고, 동구바이오는 더샵을 활용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유통업계 반발로 무산됐다.
아울러 중소업체 제약사들 일부가 특히 OTC 유통을 온라인몰이나 특정 유통사 한 곳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가 여러 유통업체를 통해 전국 요양기관에 의약품을 전달하는 '전통적인 유통경로'가, 온라인몰이나 특정 유통업체에 의해 생략되거나 간소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예의 유통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지금은 '직거래 약국'과 'OTC'로 한정하고 있지만, 제약사가 머지않아 전국 약국과 의약품 전 품목으로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경동제약 규모의 제약사가 OTC를 온라인에 주문대행을 맡긴다면 비슷한 규모의 다른 제약사들도 이를 보고 참고할 것"이라며 주문과 배송 역할을 맡은 유통업체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약사들이 유통업계와 갈등을 빚으면서 특정 온라인몰이나 유통업체를 선택하는 건 관리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경동제약만 하더라도 이번 주문대행을 통해 직거래 약국을 관리하는 영업 인력을 다른 업무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코로나시대를 지나며 비대면 영업, 비대면 주문이 일반화된 배경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비슷한 예로 한 제약사는 코로나 기간 동안 영업사원들의 약국 방문을 중지시켰다.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었으나, 당장 영업인력의 일비를 절약한 건 물론 일반약 매출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팬데믹을 거치며 영업사원의 효용성에 물음표를 가지게 됐고, 극단적으로는 영업사원이 필요하냐는 의문이 든 것"이라며 "제약사들이 경비 절약을 위해 애쓰는 이 때에 제조원가는 줄일 수 없고, 영업사원 축소나 유통 관리비용 부터 줄이려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으로도 제품 판촉을 할 수 있고, 유명제품들은 특별한 판촉이 필요하지 않으니 유명제품을 보유한 제약사부터 영업사원 축소, 유통경로 단축을 생각할 것"이라며 "도매들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온라인몰은 대부분 중간 플랫폼 역할을 하며 수수료를 가져가는데, 제약사 주문을 대행한다면 앞으로 유통의 더 많은 역할을 대신하며 입점 유통업체에 더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