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은 일시적이지만, 집행정지는 영원하다"

정부 콜린 제제 1심 판결 승소했지만 또 다시 집행정지

2022-12-13     장덕규 Specialist

콜린알포세레이트(이하 '콜린') 선별급여에 관한 1심 판결문을 앞에 놓고, 4년만에 돌아온 축구의 시즌을 맞아 글을 이어 나가기 좋은 아주 유명한 문구가 떠올랐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

영국 축구클럽 리버풀의 전성기를 이끈 전설적인 명장, 빌 샹클리가 남긴 말이다. 선수든 팀이든, 일시적으로 기량이 하락할 수는 있지만 원래의 본질적인 클래스는 언제든 다시 살아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말은, 왠지 이번 콜린 선별급여에 관한 소송의 흐름을 보며 이렇게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판결은 일시적이지만, 집행정지는 영원하다(Judgement is temporary, Suspension of execution is permanent)."

거꾸로 쓴 것이 아닐까 싶지만 정확히 쓴 것이 맞다. 일시적이어야 할 선별급여고시 집행정지는 한달 만인 20. 9. 25. 발효되어 1심 판결 선고일인 22. 11.10.까지 2년 이상 유지된 반면, 복지부의 승소로 다시 빛을 보나 싶었던 선별급여고시는 항소심 재판부가 12. 7. 곧바로 다시 집행정지를 결정하여 적어도 항소심 판결이 선고될 때 까지는 다시 어둠 속에 묻혀 버렸기 때문이다(대웅바이오 측이 제기한 소송을 기준으로).

지난 2018년 즈음부터 시민사회 단체와 의약계를 거쳐 국정감사장에까지 콜린의 유효성 논란, 보험재정 지출 타당성 논란이 제기되었다. 복지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개발국인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그 어느 나라에도 허가 및 공보험 등재 사례가 없고, 치매 외의 적응증에 대하여는 문헌 근거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복지부는 콜린을 급여재평가 대상에 포함하여 문제제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국민건강보험법(이하 '건보법')상의 선별급여제도를 활용하여, 콜린의 적응증을 축소하고 환자 본인부담 비율을 늘렸다. 대체약제 범위가 넓지 않고 사회적 요구도가 큰 약이었던 점, 급여 삭제는 침익성이 너무 강해 반발 가능성이 큰 점, 선별급여를 통해서도 보험재정 지출을 상당부분 감축할 수 있던 점 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작년 한 해 콜린의 건강보험 청구액은 5022억원이었는데, 이 중 치매를 제외한 나머지 적응증의 비율은 약 80% 정도, 4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선별급여 고시가 유지되어 30%내외인 본인부담률이 80%로 늘어났다면, 처방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1143억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2021년 한 해에만 약 2800억원 이상의 보험재정 지출 절감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약제비 소송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는 집행정지는 이 사건에서도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행정소송법 제23조는 본안 소송이 계속중인 법원이 처분으로 인하여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집행정지 단계에서는 본안 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의 위법성은 판단하지 않고, 처분으로 인한 손해의 회복 가능성 여부만을 가지고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행법 상으로는 만에 하나 선별급여 고시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질 경우 제약사들이 입을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집행정지가 인용되었고, 이에 제약사들은 선별급여 고시의 적용 없이 기존 조건 그대로 콜린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절차와 법령 그 어디에도 위법함이 없는 상황이지만, 결과론적인 정의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결국 적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선별급여 고시의 효력을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정지시켜 놓았고, 그 기간 동안 추가로 지출된 건강보험 재정은 5000억원이 넘으며, 심지어 항소심에서도 다시 집행정지신청이 인용되어 판결 선고 시까지 기약 없이 고시의 효력이 정지되었다. 어떻게 결과가 나오든 아마도 당연히 상고할 테고, 상고심에서도 집행정지가 다시금 인용될 수 있다. 같은 기간 건보 재정이 속절없이 지출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복지부가 몇 년 후에 항소심, 상고심에서 최종적으로 처분이 적법했다는 판결을 받아든다 한들, 글쎄, 그동안 지출되었을 보험 재정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까. '이런 걸 두고 지연된 정의라고 하던가?' 라는 자문을 해본다. 졸겐스마가 한 병에 25억원이라고 하던데, 그 돈이면... 이라는 생각까지는 너무 나간 건가 싶기도 하다.

실제로 행정소송법은 손해회복이 어려울 우려가 있을 때 집행정지를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법원 스스로도 '의약품으로서의 유효성을 입증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의약품(?)에 돈을 쓰느라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죽어가는 5, 6살 아이들에게 약을 못 쓴다는 상황이라면, 법원도 '건강보험 영역에 있어서의 공공복리'가 무엇인지 재삼 숙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쉬움은 법원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약제비 소송 대응법안이 2년 전부터 국회에 계류되어 있고, 복지부가 제출한 요양급여기준규칙도 법제처에서 1년 넘게 심사중이다. 요지는 간단한데, 제약사가 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본안 소송을 졌다면 부당이득을 건강보험공단에 반환하고(환수), 집행정지 결정을 못 받았는데 본안 소송을 이겼다면 공단이 부당이득을 제약사에 반환한다(환급). 환수 쪽에 눈길이 가는 법안이지만, 실제의 포커스는 뒤에 있다. 어차피 집행정지 결정을 못 받아도 본안을 이기면(즉,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들면) 약제 고시 후 소송 기간 동안의 기대 이익을 전부 공단으로부터 지급받는다. 그렇게 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법원도 굳이 공공복리 침해를 무릅써 가며 집행정지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위헌성 논란 끝에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소위로 떨어져 표류하고 있는데, 이 법안에 핏대를 세우며 반대하던 한 의원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느 제약회사가 간이 부어가지고 건강보험을 상대로 감히 (부당이득을 달라고) 소송을 하겠어요?" 라고 하면서... 

글쎄, 최근 몇 년간 제약회사가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개수를 세어보았는데, 하나 둘, 세다가 세 자리 숫자가 넘어가자 일일이 세는 걸 포기했다. 왜 건강보험 약제비 소송만 행정소송 집행정지 원칙의 예외가 되어야 하냐는 것인데, 적법한 처분의 집행정지로 이렇게 대규모의 공공재정이 누수되고, 본안 소송을 져도 그 이익을 수취하는데 문제가 없는 처분도 (필자가 알기로는) 약제비 고시밖에는 없다.

실제로 대법원은 집행정지에 관해,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결정이 이루어졌더라도 본안에서 해당 처분이 최종적으로 적법한 것으로 확정되면, 처분청으로서는 당초 집행정지결정이 없었던 경우와 동등한 수준으로 해당 제재처분이 집행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집행정지는 잠정적 조치일 뿐이므로, 본안 확정판결로 해당 제재처분이 적법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면 제재처분의 상대방이 잠정적 집행정지를 통해 집행정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제재를 덜 받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처분상대방이 집행정지결정을 받지 못했으나 본안소송에서 해당 제재처분이 위법하다는 것이 확인되어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처분청은 그 제재처분으로 처분상대방에게 초래된 불이익한 결과를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하여, (대법원 2020. 9. 3.선고 2020두34070 판결 등) 집행정지는 가(假) 구제 수단일 뿐 결코 최종적인 이익수취의 수단이 되어서는 아니됨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수백 건 단위의 건강보험 약제비 소송이 이런 구조로 가고 있지만, 유독 콜린의 선별급여 판결을 보면서 더 아쉬움이 느껴진다.

실제로 1심 판결은 복지부가 선별급여를 통해 유효성이나 경제성 논란이 있는 약제의 공단부담률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해준 점, 선별급여를 통할 때는 상한금액 조정 또는 급여목록 삭제의 절차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절차 규정에 관한 선례를 남긴 점,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따라 구체적인 보험급여의 방법과 범위 상한 등을 정하는데 복지부의 넓은 재량 범위를 인정해준 점, 법원이 볼 때에도 치매를 제외한 나머지 질환에 대하여는 콜린의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하고, 비용효과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대체가능성이 있다고 본 점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지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여전히 집행이 정지된 처분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