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 환자에게는 2% 부족한 상병수당 시범사업"

칼럼 |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2022-12-07     히트뉴스

코로나19 대유행과 아프면 쉴 권리 그리고 상병 수당

정부의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과 연간 4000만 원까지 비급여 의료비를 지원해 주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덕분에 중증질환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크게 줄었다. 그러나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소득 상실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환자와 환자가족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공보험 체계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부상이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일을 하기 어려운 기간 동안 상실된 소득을 보전해 주는 사회안전망 제도로 "상병수당"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1월 1일부터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에 상병수당을 부가급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료 인상 및 막대한 재정 부담을 이유로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상병수당 제도 추진을 미루고 있다. OECD 36개국 중에서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스위스·이스라엘 4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2020년 2월부터 2년 10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아프면 쉴 권리'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시청각적으로 경험하게 했고, 상병수당 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2022년 7월 4일부터 시작된 상병수당 시범수당

2022년 7월 4일부터 시작되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3개 모형으로 각각 2개 지역씩 총 6개 지역에서, 3년간 진행되고, 지급액은 최저임금의 60% 수준으로 2022년 기준으로 4만3960원을, 90~120일간 지급하고, 대기기간인 3일~14일은 지급 기간에서 제외되고, 대상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고용보험 또는 산재보험 가입자뿐만 아니라 직전 3개월 동안 사업자등록 유지하고 직전 3개월 중 1개월 이상 매출이 191만 원 이상인 자영업자도 포함된다"가 핵심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의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비록 많이 늦었지만,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에 규정된 상병수당을 부가급여로 실현한다는 점에서 부상이나 질병으로 소득을 상실한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의 아플 때 쉴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계획과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범사업 적용 대상이 임금근로자와 고용보험에 가입된 예술인, 특수고용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일용근로자와 같은 비전형 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도 포함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상병수당이 근로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니라 자영업자까지 포함해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지급요건 해당 시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회보험제도로 국민에게 인식되는 방향의 시범사업으로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문제점

그렇다고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내용이 모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보완해야 할 점과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 시범사업이 모형➀(경기 부천시와 경북 포항시), 모형➁(서울 종로구와 충남 천안시), 모형➂(경남 창원시와 전남 순천시) 3개 모형에 각각 2개 지역씩 총 6개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1년간 진행되는 시범사업 1단계 예산이 109억9천만 원에 불과해 3년 후 전 국민 대상 상병수당 제도 도입을 위한 사전 적용 및 평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둘째, 시범사업에서 정한 정액수당이 2022년 최저임금의 60% 수준인 4만3960원에 불과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필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 보전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족의 생계와 필수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다.

셋째, 우리나라에서는 유급병가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상병수당 대기기간을 최대한 단기로 해야 하는데, 사범사업에서 대기기간이 3일인 모형➀을 제외하면 모형➁과 모형➂은 각각 7일, 14일로 길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아프면 쉴 권리 보장과 상실된 소득 보전이라는 상당수당 제도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넷째, 시범사업은 모형➀(대기기간 7일, 연간 최대 보장기간 90일), 모형➁(대기기간 14일, 연간 최대 보장기간 120일), 모형➂(대기기간 3일, 연간 최대 보장기간 90일) 3개 모형만 있고 투병으로 1년 정도 장기간 소득 활동을 할 수 없는 중증질환 환자들을 위한 모형➃(대기기간 3일, 연간 최대 보장기간 365일)을 추가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모형➃을 통해 중증질환 환자들에게 상병수당의 소득 보전 효과를 제대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개선할 점

상병수당 제도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일하기 어려운 근로자의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고 생계와 필수 생활을 위한 소득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이러한 제도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부상이나 경미한 질환으로 단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보다 장기간의 치료를 위해 직장을 휴직해야 하는 중증질환 환자인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의 계층 하락을 막는 사회안전망 제도로서의 역할이 더 클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1년간의 1단계 예산이 109억9천만 원에 불과하고, 암 등 중증질환 환자의 상병수당 유형이 빠진 3개 유형밖에 없고, 정액수당이 월 43,960원으로 적고, 3~4개월에 불과한 상병수당 보장기간 등을 고려하면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증질환 환자들의 계층 하락을 막는 관점보다는 중·단기적 치료가 필요한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의 조속한 소득 현장 복귀 관점이 더 강하다고 생각된다.

1년 정도 장기간 휴직을 하며 투병에 전념해야 하는 중증질환 환자가 소득 상실 기간의 3~4개월만 상병수당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 나머지 기간의 생계와 필수 생활을 위한 재정은 추가로 마련해야 하므로 상병수당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 따라서 암 등 중증질환으로 투병 중인 환자들이 상병수당만을 받아도 치료하는 동안 소득 보전이 가능하여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상병수당의 보장기간이 중요하고 적어도 1년간의 상병수당 지급이 필요하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

3년 후 전국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상병수당 본사업이 추진된다면 조 단위의 막대한 재정 투입이 예상된다. 상병수당이 건강보험제도의 틀 안에서 추진된다면 건강보험 재정 사용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상병수당이 생명과 직결된 신약·신의료기기·신의료기술, 중증질환 간병, 응급의료, 필수의료 등의 급여화보다 우선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상병수당이 근로자나 자영업자 또는 노동조합 관심 아젠다가 아니라 모든 국민과 환자의 이슈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증질환 환자들이 상병수당 혜택을 받고 계층 하락을 하지 않은 시청각적인 사례를 국민에게 많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2023년부터 시작되는 2단계 상병수상 시범사업에서는 중증질환 환자들을 위한 모형➃(대기기간 3일, 연간 최대 보장기간 365일)도 추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