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주도 맞춤형 건기식, 민간기업과는 다르다"

히터뷰 | 오원식 대한약사회 건강기능식품위원장

2022-10-21     정혜진 기자

뜨뜻미지근한 소분형 건기식 시장, 판도가 뒤집힐 수 있을까? 정부가 건기식의 대형마트 자유 판매와 소분판매를 제도화하면서 관련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그간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약사회도 입장을 바꿔 적극 참여를 예고한 상태다. 

약사회에서 건기식 규제 완화 과제를 틀어쥔 오원식 약사(대한약사회 건강기능식품위원장)를 18일 만났다. 오원식 약사는 머리로 제도, 시장, 협력체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구상하면서 발로는 정부부처와 기업체를 다니느라 분주하다고 했다. 시쳇말로 '불도저'처럼 움직이는 오 위원장. 인터뷰와 MOU 체결을 위해 제주에서 아침 비행기로 막 서울에 도착한 참이었다.

오원식 대한약사회 건강기능식품위원장

많이 바빠 보인다. 

"바쁜 것도 맞고 아닌 것도 맞다. 약사회 일로는 매우 바쁘고 일상생활은 매우 여유롭다. 서울에서 볼 때만 바쁘고 제주도에서 보면 한가해 보일 것이다. 어쨌든 행복과 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일을 통해 많은 약사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믿기에 바쁜 상황을 즐기려고 한다. 건강기능식품이사를 맡으며 비행기 탈 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대한약사회가 정부의 건기식 규제완화에 발을 맞추기로 했다. 

"그렇다. 전 집행부까지는 반대해왔지만 정부가 정책을 정했고 발표까지 하지 않았나. 최광훈 회장님이 내 입장을 물었을 때, 계속 반대만 하다간 시장을 전부 뺏길테니 차라리 적극 나서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자고 했다. 이후로 관련 회무를 전적으로 일임해주었다. 이형우 부위원장과 12명 위원이 모여 일하고 있다."

 

약사들이 가장 궁금한 건 진행 상황을 듯 하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당장 22일에 건기식위원회 워크숍이 있다. 위원 9명이 모여 규제샌드박스에 들어갈 약사들 만의 기준의 개요를 정하려 한다. 정부, 약사회, 민간 합작 플랫폼이 될텐데 큰 그림을 정한 후 늦어도 내년 2월 까지는 정부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제도적으로 수정·보완할 예정이다. 내년 6월 안에 약사, 약국의 개인 맞춤형 모델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발표하고 기업들이 발벗고 나섰다.

약사회가 특별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건가.

"정부가 2024년 6월을 기준으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판매업과 건강상담관리사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지 않았나. 이에 따라 식약처가 개인 맞춤형을 위한 건기식 소분을 허용하고 건강상담관리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거다. 

정부는 맞춤형 건기식 판매 허용을 위해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추진하고 있는데 약사회의 참여를 위해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미팅한 결과 '약사들만의 개인 맞춤형 건기식 기준을 만들어 샌드박스에 참여하는 것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것이 다른 업체들과는 다른 사업 모델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식약처의 샌드박스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되, 약사 직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발전된 모델을 제안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이야기 된 '약국만의 모델'을 알려달라.

"처음에는 △건기식소분사업장 기준 등록에서 약국은 면제 △건강상담관리사 교육 의무사항에서 약사 면제 등 당연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다. 약국과 약사는 이미 더 까다로운 검증을 통해 건강과 의약품을 다룰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나. 약국이 맞춤형 건기식을 도입할 때 불필요한 등록이나 자격 획득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이것만 해도 거의 매달 식약처와 면담을 추진하고 약사로서의 진정성을 납득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8월 식약처가 '약국은 영업등록을 면제하도록 법률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건기식위원회가 바라는 가장 큰 숙제는 끝난 셈이다. 이어서 온라인 시장과의 경쟁, 약사의 직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약국형 온라인시장을 개척하고자 '약국형 맞춤 건기식 소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부디 약사에게 다가오는 건강기능식품소분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참고로, 건강기능식품법은 故김명섭 회장이 국회의원 당시 약사가 건기식을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든 선물같은 법이다. 불행히도 건기식 시장의 중요성을 당장 느끼지 못한 약사들이 그 기회를 놓쳤다고 본다. 하지만 건기식 소분시장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전문가의 상담이 더 필요하다. 약과 건기식, 생활습관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직역군이 약사다. 우리는 이 시장에서 이익만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얻어 믿고 맡길 수 있는 건강의 코치이자 조언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모델과 약사들만의 모델,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건 약사, 약국이 가지고 있는 의약품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거다. 이를 위해 약정원이 이번 맞춤형 건기식 사업에서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약국프로그램을 활용해 소비자의 약물 복용 이력을 가져와 이에 맞는 건기식을 추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데이터 관리를 통해 잘못된 건기식 복용을 바로 잡고 무분별한 건기식 소비를 막을 수 있는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 역할을 통해 약사회는 약물복용과 연계된 건기식 복용내역과 내담자 피드백도 기록해 새로운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의약품과 건기식 상호 작용을 데이터화하는 건 전세계 유례가 없는 일이다. 만약 성공하면 우리가 최초가 된다.

방법적으로는 온라인, 오프라인이 동시에 작동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오프라인 상담을 거쳐 온라인에서 재구매가 가능하고, 또 온라인 신청을 통해 가까운 약국에서 오프라인 상담과 구매가 가능하도록 말이다. 시범사업 동안 오프라인 약국은 100개 미만으로 진행하려 한다. 

처음에는 샌드박스 사업 자체를 활성화하는 게 목표였다. 사실 약사회가 이 일을 진행하는 것은 장치의 마련이 가능한 것인가를 확인하고 안정적으로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끔 법을 개정하는데 필요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제도가 운영이 된다면 법 개정 이후에 시장 활성화를 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수십개 업체들이 앞다퉈 '맞춤형 건기식'을 광고하고 있다. 

"알려져있듯 수십개 업체들이 AI, 개별 상담, 전문가 영입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곳은 없다시피 하다고 알고 있다. 

이유는 정확한 '맞춤형'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맞춤형이라는 건 소비자 스스로 '관리 받는다', '내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다',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나온 모델들이 아무리 AI를 활용하고 상담을 오래해 제품을 제공한다 해도 약물투여환자나 만성질환자의 상담에 있어서는 내담자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다. 약사회와 약정원, 전문IT업체가 협업한 우리의 모델은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기업들, 약사회, 약국체인 등 서로 다른 모델을 내놓고 있다. 누가 성공한 모델이 될지는 결국 소비자에게 달려있다. 

"그렇다. 다만 약사는 건강에 대해서는 의약품, 식품(건기식 포함), 생활습관등을 아우르는 전문 지식을 갖고 있으니 소비자 니즈에 더 부합하는 관리자이자 전문상담사로 다가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약사들도 자신의 직능을 더 활용해야 하고, 그 수단 중 하나가 맞춤형 건기식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바라는 건 약사회 모델이 일반화돼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았으면 한다는 거다. 건기식 시장이 너무 혼탁하다. 약인지 식품인지 구별할 수 없는 광고도 넘쳐난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 약사가 중심에서 올바른 기준을 정립해 시장 질서가 잡힌다면 그 역시 약사 직능이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맞춤형 건기식에 관심있는 약국들에게 당부한다면.

"오는 11월에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맞춤형 건기식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날 현장에서 오프라인 맞춤형 건기식 참여 약국을 모집하고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한 관련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