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폐동맥고혈압 진단기준 완화... 적극 치료의 선언"
히터뷰 | 연세 세브란스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 ESC·ERS 폐고혈압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진단 기준 25→20 낮춰 "자신있다, 이제 치료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상징적 기준의 변화"
최근 유럽심장학회(ESC)와 유럽호흡기학회(ERS)가 폐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공동으로 업데이트했다. 2015년 업데이트 이후 7년 만이다.
ESC·ERS 폐고혈압 가이드라인 업데이트에서 주목할 점은 진단 시 우심도자술로 측정한 평균 폐동맥압(mPAP) 기준을 25mmHg 이상에서 20mmHg 초과로 낮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폐동맥고혈압(PAH) 진단 기준이 완화되고 조기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치료 단계에서는 위험 구분을 세분화해 각 위험군 별 약제 계열 가이드를 구체화해 조기진단과 적극적 치료 환경 조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히트뉴스는 연세의료원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를 만나 ESC·ERS 폐고혈압 가이드라인과 국내 폐동맥고혈압 가이드의 방향성을 들어봤다.
폐동맥 고혈압은 생소한 질환인데...
"폐동맥고혈압은 희귀난치성 질환입니다. 과거에 비해서는 의료인들 사이에 많이 알려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여전히 국내 환자 수가 5000명이 안 되니, 정의상 희귀난치성 질환이 맞지 않을까 합니다.
쉽게 생각해서 전신순환계, 발끝까지 혈액이 도는 전신순환계 말고 폐순환계의 압력이 올라간 것 전체를 폐고혈압이라고 하고, 그 폐고혈압 중에 심장이나 폐같이 명확한 어떤 장기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아닌 폐를 순환하는 순환혈관계에 이상이 있는 것이 폐동맥고혈압입니다."
국내 폐동맥 고혈압 치료 환경은 어떤가요.
"이번 2022년 유럽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 되며 이를 계기로 국내의 치료 발전 상황을 시기를 두며 봤는데, 많이 발전했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것은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약물치료 약제들도 다양해졌고 약제들에 대한 보험급여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희귀질환들은 약제를 개발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을 n 분의 1로 나누다 보니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 보험급여에 대한 부분이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과거에는 굉장히 증상이 심한 사람들에 대해서 약제를 단독으로 써보고 했던 것이, 현재는 증상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도 초기부터 병용치료 같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자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적극적인 조기 치료가 강조되면서 많이 발전한 것이죠."
이번 유럽학회 가이드라인의 주요 개정은 진단 기준입니다.
"네, 25mmHg에서 20mmHg으로 낮아졌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질병의 진단 기준을 낮춘거죠. 과거에는 병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병의 카테고리로 넣자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과거 불분명한 범위(grey zone)에 있던 사람조차도 치료하자, 치료를 하면 나아진다고 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자신 있다, 이제 치료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굉장히 상징적인 기준의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향후 국내도 이러한 변화에 따라야 할까요.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그동안 '25mmHg'이라는 기준을 채택했는데, 사실 사람들이 정한 숫자 정의가 굉장히 인위적인 기준이지만 그런 기준을 채택한 것은 그 정도 이상의 수준에서 치료를 했을 때가 안 했을 때보다 더 낫다는 데이터를 우리가 갖게 된 것입니다.
즉, 질병이라는 것이 재정의가 된 것이므로 당연히 따라야 합니다. 해외에서 환자인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단 기준 외 건강보험 등도 적용돼야 할텐데..
"지난 20여년동안 폐동맥 고혈압의 보험급여 환경은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설득해오는 과정이었습니다. 질환만 희귀한 것이 아니라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료진도 희귀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계속 내지 않으면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계속해서 치료 약제에 대한 보험 인정 확대, 보험급여기준 확대, 병용치료 인정기준 확대 등 치료방침을 순차적으로 가장 최신 지견에 맞춰 리뉴얼(renewal)하도록 보험공단을 설득해왔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질환의 정의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질환으로서 국내 기준도 맞게 인정을 받아야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번 가이드라인 변화 중 가장 굵직한 부분 중 하나로 이미 2015년부터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조기에 병용치료를 기본으로 삼는 방안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보험급여 기준은 과거 기준에 맞춰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환자 상태가 안 좋은 경우에만 병용치료를, 나머지는 스텝 바이 스텝 병용치료를 해가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조기에 쓰는 것이 기본이고 그에 맞춰 기본 약제 사용의 포맷이 업데이트된 것이죠. 기준이 낮춰지며 대상자가 확대되는 부분, 각 대상에 대해서 약제를 병용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것들이 바뀌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논의를 건강보험공단과 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올해 2월 병용 관련 급여 기준이 개선됐습니다.
개선 되자마자 한 번 더 논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너무 뒤처져 있는 것을 자꾸 끌어올리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희귀난치성질환은 기본적으로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관련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자 하는 생각은 모두가 같기 때문에 이제 노력을 또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기 치료를 강조해주셨는데 어떤 치료제가 있나요.
"암도 조기진단, 초기 치료가 중요한 것처럼 폐동맥고혈압도 암과 예후가 비슷하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예후가 나쁜 암이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일찍 발견하도록 기준을 낮추고, 발견이 된 다음에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자고 하는 부분입니다. 지난 20년의 노력으로 PDE-5i 제제, ERA 제제, 프로스타사이클린 제제 전부 가용합니다. 적극적으로 잘 섞어 쓰는 방법이 현대의 핵심입니다.
다만 약제들을 적극적으로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2제요법을 기본으로 인정한다고 치면, 실질적으로 단일요법에서 2제, 3제로 스텝 업을 하는데 임상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적기에 즉, 악화되기 전에 올리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경험과 적절한 검사가 필요하며 환자의 악화를 가늠하는 상태 평가에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약제별로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약효라는 측면에서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군별로 갖고 있는 부작용 특성이 다릅니다. 우려되는 부작용 프로파일이 다르고 치료할 수 있는 루트가 다를 뿐이죠. 부작용 프로파일과 선택할 수 있는 루트를 감안해 약제를 최소한 2개 이상 써야 한다고 의료진들은 말합니다.
2022년 2월 급여 개정을 통해, 이전에는 3제 요법 급여 대상을 ERA계와 PDE5i의 병용요법을 시행했던 환자로 제한했던 기준을 삭제하고, 2제 요법에서 사용되지 않은 작용 기전이 다른 약제 1종을 추가한 순차적 병용투여 및 3제 요법에서 급여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유럽 가이드라인에서 약제 중요도의 변화를 설명해 주세요.
"중요도 변화 중에는 프로스타사이클린 제제의 경구약 중 얀센의 셀렉시팍(상품 업트라비)이 있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약을 올릴 때 프로스타사이클린 계열 중에 IV나 흡입제형 같은 좀 어려운 방법 보다는 경구제인 셀렉시팍을 먼저 써 보게끔 하는 중입니다.
효과면에서라기 보다는, 경구제이기 때문에 편의성이 IV와 흡입제보다 더 좋으니 먼저 먹어보라고 추천하는 것이죠. 어떤 것이 효능이 더 좋다고 해서 권하는 것은 아니고, 그동안 사용했던 것들을 보면 사용하기 불편한 것으로 가기 전에 경구제부터 써보자는 의미에서 위상이 강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권고수준이 올라갔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권고 수준도 같이 올라가긴 했습니다. 추천의 레벨에서 당연히 올라갔죠. 이 또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는 있으나, 개인적으로 7년 만에 나온 부분이니 7년간 셀렉시팍을 비롯한 다른 약제들의 연구가 계속됐으니 축적을 통한 권장 강도가 올라간 것은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반대로 예나 지금이나 같은 추천의 레벨이라면 연구를 통해 근거 창출을 못했다는 의미가 되죠."
편의성은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많이 중요합니다.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는 전체 패러다임의 변화 측면에서 보면 환자가 힘들 때는 어떤 치료든 다 받지만, 일찍 치료하는 것의 의미는 덜 불편할 때 치료하라는 것이니 덜 불편할 때 많은 적극적인 치료를 하라고 하면 복약 행위에서 얻는 베네핏은 크고 그로 인한 불편함은 적어야 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조기 적극 치료'라는 패러다임에 비추면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유지할 수 있는 치료방식, 경구 치료방식이 중요합니다. 셀렉시팍의 위상 강화라고 하는 측면도 큰 틀에서 보면 이해가 되는 것이 일찍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IV 등을 쓰는 것은 좀 그렇죠. 이런 측면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에게 주실 메시지가 있다면.
"국내도 치료성적이 향상되고 있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그 성적을 더 향상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환자분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