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 9년 동안 35% 증가... "남성에서 HPV 원인 심각"
인두암과 구강암, 두경부암 중 70% 차지... 백신 접종해야 정부, 남성도 12세부터 HPV 백신 국가 무료 접종 공약 "9가 백신이 부담스럽다면 4가 백신으로도 충분하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두경부암의 연간 발생 건수를 보면 2010년 기준 4143건에서 2019년 5613건으로 9년 동안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두경부암 중 인두암과 구강암은 40% 증가했는데 이 중 남성의 인두암 환자의 대다수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때문에 발생해 심각한 상황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두경부암은 뇌 아래부터 가슴 윗부분 사이에서 발생하는 암을 통칭하는 뜻으로 사용되며 주요 암종으로는 후두암, 인두암, 구강암 등이 있다.
과거에는 후두암이 두경부암의 주요 암종이었다. 하지만 후두암은 2010년 1183건, 2019년 1222건으로 발생빈도의 차이가 크지 않아 두경부암의 위험 인자가 달라졌다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다.
현재는 인두암과 구강암이 두경부암 중 70%를 차지하며 주요 암종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두경부암에서 위험인자가 담배에서 HPV로 크게 넘어왔다.
인두암에서 HPV가 원인이라는 것이 처음 발견된 것은 미국 데이터였다.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인자인 흡연율이 지속해서 감소하는데 두경부암에 대한 발생빈도는 증가해 분석한 결과 HPV를 원인으로 한 인두암 때문이었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세영 교수는 또한 이와 관련 국내 환자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결과 남성 인두암 환자의 3/4에서 HPV 감염을 확인했다.
이세영 교수는 "요즘에는 인두암 관련 조직 검사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며 "그럼 HPV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실 그럼 대부분 HPV고 현재는 정말 대부분이 HPV 감염 환자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성에 대한 HPV 백신에 대한 중요성은 많이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야 남자에게도 HPV 백신이 중요하다고 광고는 하지만 인지도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남성에 대한 HPV 백신의 중요성은 정부차원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현 정부 공약에서도 청소년기 건강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여성청소년과 마찬가지로 남성도 12세부터 HPV 백신 국가 무료 접종을 실시'하겠다는 항목이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차원에서 질병청과 논의 중이라고 답변했다.
백신 종류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현재 9가 백신이 부담스러워 접종을 고민하는 남성은 4가 백신으로도 충분하다"며 "물론 여성은 9가 백신을 추천하지만 남성의 경우 HPV 타입을 고려할 때 4가 백신이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