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알 짜리가 잘 팔린다"...'덕용' 주목하는 일반약시장
'다제스' 시작으로 30정 포장 "타이레놀 30정, 진열 족족 팔려나가" 가정상비약 문화 자리잡은 영향
'정중동(靜中動)'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일반약 시장에 최근 작은 '움직임(動)'이 감지되고 있다. 새로운 질환군 개척이나 신제품 출시가 아닌, 포장 단위만 바꾼 변화다. 박스포장에 '10정' 단위가 법칙처럼 적용되던 일반약 시장에서 20정, 30정 포장 단위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약사들은 가정상비약 개념이 일반화된 덕분으로 보고 있다.
'다제스' 시작으로 '이지엔', '팜편안-디' 등 30정 포장 줄이어
덕용 포장 일반약의 가능성을 알려준 건 한림제약의 표적소화제 '다제스'다. 종이 포장에 PTP포장이 일반적이었던 시장에 다제스는 30정 병포장을 선보였는데, 의외로 꾸준히 판매된 것이다. 30정 포장은 약국 조제용으로 소포장으로만 공급되던 터였다.
경방신약도 인후통치료제 '쎄파렉신'을 10정, 20정 단위로 출시했다. 약국에서 보통 감기 증상에 판매하는 품목이 10정 단위인데, 진통제 1정에 쎄파렉신 2정씩 복용하도록 지도하면 알맞다는 점에서 약국에서 효용성이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30정 일반약에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이지엔6' 브랜드 중 프로 연질캡슐과 이브 연질캡슐 두 품목을 병 포장 형태의 30캡슐 단위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 서울의 한 약사는 "30정 포장을 이용하는 환자는 처음부터 '이지엔 30정 짜리를 달라'고 지목한다"고 설명했다.
대중에게 일반약 30정 병포장 인식을 심어준 건 타이레놀, 애드빌과 같은 수입 의약품이다. 현재 타이레놀 등 진통소염제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공급이 달릴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다. 그 중에서도 30정 병 포장은 약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품목 중 하나다.
부산의 한 약사는 "얀센과 직거래를 해 그나마 연 중 3회 정도 50병 씩 받고 있는데, 진열하면 하는 족족 팔려나간다. 50병이 3주 내에 다 소진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의 한 약사도 "타이레놀은 10정, 20정, 30정 단위가 있는데 30정 병 포장이 제일 잘 판매된다"며 "타이레놀을 찾는 환자들이 오픈매대에서 가격을 확인하면 대부분 30정 짜리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약국체인 휴베이스는 일반약 PB상품을 출시하며 아예 덕용에 초점을 맞췄다. 소화제(판편안-디), 진해거담제(팜-뮤코), 항히스타민제(알러팜), 속쓰림 완화제(팜편안-엠), 근이완제(팜듀얼-렉스)는 모두 20정 또는 30정 포장이다.
휴베이스 관계자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 앞으로는 덕용포장에 메리트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일반약 중 5대 질환 중심으로 제품을 디자인하며 10정 단위는 생략하고 20정, 30정 단위로만 구상했다. 감기약도 12정 단위로 출시했다"며 "제품은 1년에 2번에서 3번 생산하는데, 약국 주문이 많아 생산 당일날 품절된 후 약 3개월 간 제품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덕용 포장 강점은 무엇보다 경제성...편의성도 한 몫
소비자가 덕용 포장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보통 10정 짜리 한 팩의 소비자권장가격이 3000원이라면 20정은 5000원, 30정은 7000원 정도로 책정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포장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덕용 제품의 공급가를 내릴 수 있고, 소비자는 정 당 저렴한 가격으로 같은 제품을 구매하는 셈이다.
서울 강남의 한 약국은 타이레놀 10정, 20정 포장을 각각 3000원, 6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30정 판매가는 8500원이다. 소비자는 30정을 500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서울의 한 약사는 "5대 질환에 해당하는 일반약은 집에 두고 계속 먹어야 하는 것들"이라며 "소화제,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등은 자신이 증상을 알고 그때 그때 1알, 2알 씩 먹다보니 20정, 30정도 유통기한 2~3년 안에 충분히 소진할 수 있다. 30알이 부담스러운 양이 아니라는 계산이 가능하다"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의 약사는 병 포장의 이점에 주목했다. PTP보다 보관과 사용이 편리해 성인이 이용하기에 이점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 약사는 "단골 환자 중 꾸준히 운동을 하는 분은 병포장 근이완제를 지속해서 구매한다. 가방에 넣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복용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약국의 오픈매대 확산도 덕용 포장 일반약 자리매김에 일조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전 약국과 같이 약사가 꺼내주는 구조에서는 환자가 선뜻 30정 포장을 알수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약사는 "진통제를 달라는 환자에게 약사가 30정 짜리를 판매하려면 아주 많은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러고서도 예상 금액 3000원 정도로 생각하고 온 환자에게 7000원짜리를 판매하는 건 쉽지 않다"며 "하지만 오픈매대에 10정, 20정, 30정을 나란히 진열해놓으면 환자는 정 당 단가를 생각해 어렵지 않게 덕용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약사는 "덕용 포장 의약품에 대한 호응은 결국 약사 사회가 오래 전부터 강조해온 '가정 상비약 문화'가 이제야 자리를 잡은 결과"라며 "경제성이 높을 뿐 아니라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 환자 편의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제품이 덕용으로 출시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