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웅제약을 글로벌 기업으로..." "그래서 뭐 할라꼬?"

이종욱 전 대웅제약 CEO의 '石川 尹泳煥 명예회장 추모사'

2022-08-23     히트뉴스
2022년 8월20일 영면한 제약업계의 거목 石川 尹泳煥 명예회장.(사진은 온라인 추모관 발췌)

우리나라 제약계의 거목이신 石川 윤영환 명예회장님께서 2022년 8월 20일, 향년 88세로 타계하셨습니다. 제가 2006년부터 14년간 대웅제약의 대표이사 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많은 가르침을 주신 스승이십니다.

제가 윤 회장님을 처음 뵌 곳은 2000년대 초반, 칠칠회(윤 회장님께서 발의하여 1977년에 10명의 제약기업 임원들을 구성원으로 만드신 모임)에 입회하던 자리였습니다. 고(故) 윤 회장님은 '좋은 약으로 국민건강을 살펴, 국가를 돕는다'는 의약보국(醫藥報國) 신념으로 대웅제약을 설립하셨지요. 칠칠회는 매달 모임을 가졌는데, 항상 윤 회장님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시며, 하나라도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세밀한 부분까지 질문하곤 하셨습니다. 대기업의 총수임에도 약간 낯을 가리는 듯이, 항상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시어 대단한 외유내강 성품을 지니셨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여러 모임에서 테이블 위의 휴지를 한 장이라도 더 아끼려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모습을 보았고, 옆 사람의 물 잔이나 찻잔이 테이블 모서리 가까이 있을 때면 상대방이 눈치 채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슬그머니 안쪽으로 옮겨 놓는 배려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대웅제약에 2006년 6월 입사하였습니다. 2006년 초에 유한양행에서 32년간 봉직을 마치고 은퇴하자 함께 일해 보자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대웅제약 회장실에서 첫 면담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윤 회장님께서 질문하시기를

 

"그래, 대웅제약 사장으로서 무얼 할 생각입니까?"
 
제가 답 드리기를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 대웅제약을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당시 우리나라 상위 제약기업들은 거의 모두 세계로 진출할 미래전략 구상을 하고 있을 때인데 윤 회장님께서 전혀 제가 예상하지 못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뭐 할라꼬?" 

 

제가 깜짝 놀라서 오히려 질문을 드렸지요. 

 

"그럼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회장님 답은 단순하고 실질적이었습니다. 

 

"우리끼리 행복하게 잘 살게만 해주면 됩니다."

'우리'란 주주와 회사 임직원들과 창업자 가족들이었습니다. 그러한 목표만 이루면 나머지 사업경영은 이 사장이 내키는 대로 하라고 일임하신 겁니다. 

입사 후 국내소재 유명 외자사 대표들을 활발하게 만나 부지런히 도입한 신제품을 워낙 강한 역량을 가진 대웅의 마케팅 영업본부에서 시장규모를 더욱 크게 확충하면서 대웅제약의 업계 순위는 이전의 약 5~6위 수준에서 3년 만에 3위 수준으로 도약하였고, 연구개발 투자는 매출액 대비 4% 수준에서 이제는 12%가 넘을 정도로 증가하여 그동안 신약/신제품 개발역량도 크게 활성화시켜 이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되었다고 자부하면서, 윤 회장님의 통 큰 경영방식을 배운 기회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 회장님의 평생 염원은 한명이라도 더 많은 CEO를 육성하는 일이었지요. 약업계에 많은 제자들이 있습니다. HK콜마의 윤동환 회장, 코스맥스의 이경수 회장, 지오영의 이희구 회장 등 걸출한 CEO들이 그 예입니다. 

또한 자신의 재산 중 상당부분을 사회환원한 대단한 일도 하셨습니다. 내게 당신께서도 유일한 회장처럼 재산을 사회환원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며, 내가 유한재단의 정관, 사업 등을 벤치마킹하여 석천나눔재단을 설립하도록 하셨고, 초대 재단이사장까지 맡겨, 석천나눔재단’이 공익 실천과 상생 기여의 목적성을 더욱 분명히 하고, 윤 회장님의 창업 정신과 공익을 위한 신념을 진정성 있게 이어나기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종욱 전 대웅제약 대표(현 우정바이오 회장)

제게는 유일한 윤 회장님, 무지무지하게 존경하는 회장님이시지요. 회장님 덕분에 다양한 많을 일들을 할 기회를 가져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회장님을 가슴에 묻습니다. 항상 보고 싶을 겁니다. 

영원한 세상에서 영면하심을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