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논문' 국내 언론보도는 '울트라, 자이언트 스텝'

생각을 hit | 빈곤한 팩트와 과도한 해석

2022-07-29     남대열 기자

K-바이오의 가장 뜨거웠던 이번 주 이슈는 단연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 의혹' 보도였다. 22일 연합뉴스의 '알츠하이머 핵심연구 자료 조작됐나…16년간 과학계 오도 의혹'이란 첫 보도가 나간 이후 국내 언론사들은 앞다퉈 해당 논문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냈다.

수십여개의 기사가 포털에 게시됐으며, 이중 몇몇 제목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을 확신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부 언론의 기사 제목을 들여다보면 본질을 파악해 알리기보다 이슈 증폭에 목표가 있는 듯 보일 지경이다.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 의혹' 관련 기사 제목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 논란...신약 개발 전략에 '불똥'? (A매체)

'치매 원인 물질' 논문 조작 의혹 터지자 국내 제약사 주가도 불똥 (B매체)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됐다"...치매 치료제 개발사들 '날벼락' (C매체)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언론이 합리적 해석이나 비판을 할 수 있지만, 이번 기사 내용은 아밀로이드 베타(Aβ) 가설 논문이 지니는 과학적 의미를 살펴보기 보다 추정에 기반한 부정적 영향력만 증폭시켰다. 한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큰 기사인 것이다.  

조작 논란에 휩싸인 해당 논문은 아밀로이드 베타*56(Aβ*56)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Aβ*56은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단백질 그룹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오히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유발의 중요 원인으로 아밀로이드 베타 1-42가 꼽힌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논문이 조작으로 판명됐다고 하더라도 아밀로이드 베타(Aβ) 가설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언론의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 의혹 보도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가설 자체에 대한 타격보다 가설의 신뢰도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벤처캐피탈(VC) 바이오 투자심사역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논문 자체가 갖는 과학적 의미는 판단하지 않고, 침소봉대하는 몇몇 언론들의 확대 해석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의 잇따른 임상 실패로 인해 아밀로이드 베타(Aβ) 가설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자들이 알츠하이머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 Aβ 가설을 정립했고, 그들의 과학적 성과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신약개발의 길은 험난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약개발 연구자는 특정 이슈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 과학적 태도를 지녀야 한다. K언론 역시 특정 이슈에 대해 편향된 시선으로 벌떼처럼 달려들 것이 아니라 연구자의 과학적 발견과 성취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