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디앙, 만성 심부전 치료까지... 몸집 얼마나 커질까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 60만 명가량 시장 리드 가능성 높아 "임상 현장에서는 아직 비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하고 있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하던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한국릴리의 SGLT-2 억제제 자디앙(성분 엠파글리플로진)이 만성 심부전 치료제로 적응증을 늘리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대한심부전학회 회장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강석민 교수는 12일 양사가 자디앙 적응증 확대를 알리는 간담회에서 "자디앙은 이미 표준 치료를 받고 있는 심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및 좌심실 박출률(LVEF)이 40%를 초과하는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모두에서 유의미한 혜택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강석민 교수는 "현재 자디앙은 좌심실 박출률(LVEF)과 무관하게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심혈관계 사망감소 혹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 감소 효과를 임상으로 증명한 치료제다"며 "앞으로 국내 임상현장에서 심부전 치료의 새로운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자디앙은 두 번에 걸친 허가를 통해 만성 심부전 전체를 포괄하는 치료제가 됐다. 2021년 11월 심박출률 감소 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했으며 올해 5월 심박출률이 40% 초과하는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도 허가받아 만성 심부전 좌심실 박출률(LVEF) 스펙트럼 전체를 포괄하는 치료제가 됐다.
자디앙이 심부전 치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자디앙의 심혈관계 랜드마크 임상 연구인 EMPA-REG OUTCOME 연구결과가 공개되면서부터다.
이후 EMPEROR 임상연구를 통해 당뇨병 동반 여부에 관계없이 심박출률이 감소된 성인 만성심부전 환자(HFrEF)와 심박출률이 보존된 성인 만성심부전 환자(HFpEF)를 대상으로 효과를 입증했다.
만성 심부전 치료제 시장은 경쟁 약물이 많지 않다. 현재 허가 받은 치료제로는 △노바티스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 발사르탄)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성분 다파글리플로진) △바이엘 베르쿠보(성분 베리시구앗) 등이 허가받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심박출률이 보존된 성인 만성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받은 약제는 자디앙뿐이다.
대한심부전학회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환자 수는 2018년 기준 약 116만 명이다.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는 전체 심부전 환자 중 약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자디앙은 단순 계산으로 약 60만 명의 시장을 리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조현재 교수는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심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보다 더 많은 동반질환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5년 이내 사망률이 65%에 달하지만 그동안 임상적으로 유용한 치료 옵션이 극히 제한적으로 심혈관계 질환 치료에서 미충족 수요가 큰 질환이었다"고 강조했다.
조현재 교수는 "자디앙은 임상연구에서 심혈관계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의 상대적 위험을 21% 감소시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며 "임상 현장에서는 아직 비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하고 있다. 비급여로 사용하면 환자는 한달에 2만 5000원 내외로 부담하게 되는데 약제의 효과를 고려할 때 자디앙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는 부득이하게 설명드리고 처방 중"이라고 실제 임상 현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편 유럽심장학회(ESC)는 2021년 심부전 가이드라인에서 자디앙을 제시하며 심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의 초기 치료제로 SGLT-2억제제를 최고 등급인 1(LOE A)로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 3대 심장 학회인 미국심장학회(ACC), 미국심장협회(AHA), 미국심부전협회(HFSA)에서는 제2형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증상이 있는 만성 심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권고등급 1, 근거수준 A로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