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화합 조짐? 총회균열 막은 최광훈·김대업의 중재

대한약사회 제68회 정기대의원 총회 지역약사회, 민생관련 건의사항 쇄도 --- 최광훈 회장 미니 인터뷰 "좋은 일 하지만, 고생만 남아"

2022-03-16     김홍진 기자
대한약사회 제39대 김대업회장이  제68회 대한약사회 대의원총회 회장 이·취임식에서 제40대 최광훈 회장에게 대한약사회기를 건네고 있다.

대한약사회 제40대 회장에 최광훈 당선자가 취임했다. 직전 39대 김대업 회장은 신임 총회의장이 됐다. 새출발을 맞은 이 둘은 대의원총회 두 번의 균열을 중재하며 회장 선거 후유증과 약사들을 둘러싼 급속한 환경 변화 앞에서 대명제가 된 '약사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한약사회는 15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22년 제68회 대한약사회 대의원 총회'를 개최했다. △정관개정 △2021년도 감사보고 및 세입·세출 △부회장 추인 △총회 의장 및 부의장 선출 △임원 선출 △2022년도 사업계획 △2022년도 세입·세출(안) △건의사항 접수 등을 안건으로 진행된 총회는 부회장 추인과 임원 선출에서 균열 위기가 찾아왔다.

 

첫번재 균열 위기, 부회장 추인

우선, 부회장 추인은 신임 최광훈 회장의 제40대 집행부 부회장 추인이 아닌, 제39대 부회장 추인에서 나왔다.

이 같은 갈등은 대한약사회 제40대 회장선거와 약사회 정관에 따라 발생하는 회무 시차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했다.

먼저 대한약사회 임직원은 정관에 따라 선거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선거전에 참여하는 임원은 적정 기간에 사임하며 복직은 불가하다.

이번 제40대 대한약사회장 선거 개표는 2021년 12월 9일 진행됐고, 선거기간동안 직무를 위임하며 사임했던 일부 부회장들의 공백은 신임 회장 취임인 3월까지 약 3개월간 발생했다. 이 기간은 '관례'에 따라 약사회장이 부회장들을 다시 임명하는 기간으로, 복직 할 수 없다는 정관을 재임명으로 회피하는 수단인 것이다.

이는 대의원 자격은 정관에 따라 해당 집행부 회장 임기간만 유지되는데, 개표-취임 간 공백을 매우기 위한 전임 집행부 부회장 추인을 현직 대의원 총회가 결정하게 된다는 의미로, 관례로 인식돼 온 부분이었다.

신임 대의원인 박상용 의원은 이에 의문을 제기했다. 약사회 정관상 전 집행부 부회장 추인 건을 현직 대의원들이 의결할 경우, 현재 집행부에 재심해도 정관규정상 이를 억제할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총회를 진행한 이은동 부의장은 중재를 시도했다. 이는 대한약사회장 선거와 임원의 중립의무, 회부공백 최소화, 당선 이후 취임까지 회무 시차등이 복합적으로 엮여 '관례'로 풀어갔던 문제라 설득한 것이다. 그렇지만 박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여기에 최광훈 신임회장이 나섰다.

최광훈 회장은 "이는 여러 정관이 얽힌 복합적 상황으로 관례에 따라 처리돼 왔던 것으로 정관으로 따지면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사항"이라며 "다만 선거가 있는 해에는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로 이번 총회는 '제39대 부회장 인준을 받지못한 이들'이라는 별도 표기를하고 이에 대한 문제는 새 집행부가 직접 자구수정에 나설것"이라고 설득했다.

 

두번째 균열 위기, 11인의 부회장 추천

두번째 균열은 제40대 집행부 임원 중 부회장 선출 과정에서 나왔다. 12명의 부회장 중 최광훈 신임 회장이 11인의 부회장 만을 추천하며 하나의 공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추천한 11인의 부회장은 최미영, 한갑현, 곽은호, 조양연, 권영희, 박영달, 이영희, 유태숙, 정현철, 변정석, 김은주였다.

신임 오건영 대의원은 이에 의문을 제기했다. 남은 한자리가 제40대 회장 선거에 경고 누적으로 윤리위원회 징계를 받은 현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 장동석 회장의 자리가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장동석 회장은 선거운동 시작 전 출마를 선언했으나 최광훈 회장 측과 단일화를 진행했고, 이후 선거전 동안 최광훈 회장을 보조하며 당선 1등 공신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렇지만 경고 누적으로 윤리위원회 징계를 받았고 징계를 받은 이는 임원에 임명될 수 없다는 정관으로 신집행부에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오건영 대의원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장동석 회장은 부회장 임명 가능성이 큰데, 이번 부회장 추천에 빈 한자리는 정관개정 후 장동석 회장을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한 포석인가"라고 지적했다.

*윤리위원회로부터 포상 또는 징계를 받은 본인 혹은 약사회장은 1회에 한해 윤리위원회에 재신임 할 수 있도록한다는 내용의 정관개정은 사실 이날 안건심의 1호인 정관 개정에 관한 건 핵심사항이었다.

그렇지만 정관 개정에 관한 건은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 의결정족수(재적 대의원의 과반, 당시 299명)를 만족하지 못해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같은 논란은 그 불씨가 본격적으로 점화되기 직전에 중재됐는데 여기에는 최광훈 회장의 건의로 제40대 집행부 총회의장에 추대된 김대업 의장의 힘이 컸다.

김대업 의장은 "대의원의 의견은 참석한 모든 대의원에게 잘 전달됐을 것"이라며 "부회장 선임은 회장 권한이나 추후 대의원총회의 추인을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우선 의결할 것"이라는 중재안을 냈고 이는 대의원 동의로 의결됐다.

총회 안건 중 집행부 신임 임원 요약
회장: 김대업→최광훈
총회의장: 양명모→김대업

부회장: 최미영, 한갑현, 곽은호, 조양연, 권영희, 박영달, 이영희, 유태숙, 정현철, 변정석, 김은주
감사단: 임상규(대구정책자문위원), 조덕원(여약사회장), 최재원(전 충북약사회장), 좌석훈(전 대한약사회 부회장)

니트로글리세린 호일포장, 동물약 등 지역약사 건의사항 쇄도

이날 총회에서는 각 지역 회원약사들의 건의사항이 쇄도하기도 했다.

인천 지역 대의원은 퇴장방지약으로 지정된 니트로글리세린의 호일 포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니트로글리세린은 생산이 어려울 정도로 낮은 약가를 책정받았지만 보건의료시스템에 꼭 필요해 생산을 유지해야하는 퇴장방지약이나 개봉 시 약효가 하락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낱개포장이 필수지만 최근 일본은 니트로글리세린의 대용량 호일포장을 허용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인천지역 약사는 지역 의료기관·약국 관리당국이 달라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약국 소재지는 인천 경제자유특구 내에 있는데, 경제자유무역청, 지자체 두개의 관리 당국이 있는 셈"이라며 "그런데 의료기관은 지자체가, 약국은 경제자유무역청이 관리하고 있어 연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시정을 요청하고 있으나 묵묵부답인 상황으로 약사회의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건의했다.

경기도 지역 대의원은 경기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이후 위축된 지역 동물의약품 조제·판매에 약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사경 이후 약국의 동물약 낱알조제나 베링거인겔하임, 바이엘 등 약품인 오리지널 제품 유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련 사안 대법원 판결이 진행중인 만큼 쉽지 않겠지만 지역 골목 약사들의 민생을 살펴달라"라고 호소했다.

 

"좋은 일은 하나, 고생만 남을 듯" 최광훈 신임회장 미니 인터뷰

이날 총회 이후 최광훈 회장은 오디토리움 VIP룸에서 대한약사회 기자단과 만나 짧은 취임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40대 대한약사회장으로 첫 총회를 마무리 한 소감은?

좋은 것은 하나, 고생할 것만 남은 것 같다. 오늘 총회는 그동안 약사회 총회와는 다르게 화합으로 시작해 화합으로 끝났다. 그동안 진영·생각이 다른 이들의 대결이 얼마나 소모적이었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로써 후배 약사들이 '대의원 총회는 생산적인 것을 논의하는 장소'라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

 

부회장 인사를 발표했다. 위원장 등 실무자 인사는 언제쯤?

위원장 인사는 늦어도 이번 주 내에는 발표하겠다. 다음주 중 부회장, 위원장들과 모여 상견례를 진행할 계획이다.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초작업이 될 것이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주목할 현안은?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14일부터 코로나19 재택환자 방침이 변경되면서 의료기관에서 확진받은 환자가 바로 약국에 와 의약품을 구입하는 등 일반 환자들을 위협하는 일들이 보고되고 있다.

우선은 복지부, 질병관리청과 이야기해 지침 개발 등 현 사태에 대응하려고 한다.

아울러 한약사, 배달앱, 성분명 처방 등 장기적문제들에도 대응하기 위한 논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전차저방전, 대체조제 등 보건의료 전체 의견이 필요한 사안이 있다. 대응방침은?

직역간 이익단체간 이야기에서 우리 상황만 피력할 순 없다. 공동선을 발견하기위해 소통하겠다.

 

취임사에서 학술·연구집단화 원년을 선언했는데

약은 다른 학문의 접목으로 약업경제학, 약업법률학 등이 될 수 있다. 단체, 정부, 국회와 소통하려면 근거가 명확한 연구결과 등이 필요한데, 이를 구성할 초석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금년부터 1~6학년으로 이뤄진 약대생 교육이 시작된다. 그분들은 약계를 이끌어갈 인재다. 그들에 대한 교육체계 마련을 지금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특히 2023년 전문약사제도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통해 배출될 전문약사들과 현직 약사들의 논의와 연구의 장도 구축할 계획이다.

 

회원 약사들에게 한마디

약사회 사업을 장기, 중기, 단기 사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다만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는 없다. 모두 약사회원들이 고충을 느끼는 부분이다.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모니터링해 아픈 부분은 어루만지고 가려운 부분은 긁는 회무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