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bD를 향한 식약처의 고군분투 10년, 그러나
국내 QbD 도입 허가 제품은 아직 전무한 상황 "글로벌 진출 비관세장벽 넘기 위해 QbD 필요"
신년기획 | 제약산업계에 등장한 유령 'QbD'
누가 '설계기반 품질고도화(QbD)'의 실체를 보았나. 제약산업계에서 임의제조 같은 GMP 품질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QbD는 유령같은 존재다. 들어는 보았는데, 이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도입되고 있는 지, 업체들이 우려하는 점은 무엇인지, 속 시원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히트뉴스가 QbD의 단편들을 모아 그 실루엣을 살펴본다.
① 식약처가 이어온 국내 QbD의 발자취
② QbD 앞에 선, 국내 제약사의 현실
③ QbD, 왜 고객은 고려하지 않습니까?
QbD(Quality by Design)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의약품의 전주기 과정의 사전 위험평가에 기반한 과학적·통계적 검증에 따라 설계 공간(Design Space, DS) 내에서 공정관리와 품질관리를 일원화해 관리하는 것'로 정의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의 임의제조(허가사항 위배 제조) 이슈가 2020년부터 수 차례 등장하며 'QbD'에 대한 언급도 잦아졌다. 이로인해 QbD가 최근 도입된 개념으로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식약처는 2011년부터 용역개발과제를 시작으로 "QbD, QbD"라고 외치며 QbD 도입을 준비해 왔다.
'10년 QbD 외침'과는 다르게, 현재 우리나라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QbD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라든지, QbD를 도입해 허가 받은 품목과 같은 실체는 없는 상황이다.여전히 가물가물한 현실이다.
이 상황에 대해 의약품 품질관리 전문가들은 "해외 제약 선진국에 비해 QbD 도입 시기가 늦고, 신약 및 생물의약품에 비해 제네릭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QbD의 시작은 규제기관이 아닌 제약사가 시작한 것으로 파악한다. 화이자, GSK 등 글로벌 탑티어 제약사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QbD를 도입, 의약품을 개발해 왔다.
뒤이어 ICH(의약품국제조화회의)에서 'Q8(R2) 의약품 제제 개발(2009년)', 'Q9 의약품품질위해관리(2005년)', 'Q10 의약품 품질 시스템(2008년)'를 발행했고, 이 가이드라인은 QbD와 관련된 용어와 품질 고도화 전략 및 관리 체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안내해 왔다.
이 가이드라인은 미국 FDA, 유럽 EMA에서 참고해 양 기관 GMP 규정 내에 포함하고 품목허가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식약처 QbD 사업 10년... 많이 한 것 같은데 산업계 시큰둥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용역개발과제를 통해 QbD의 국외 현황 및 국내 도입 방안을 연구해왔다. 2014년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 회원국이 되면서 국내 개발 의약품의 품질관리 수준을 국제 조화에 맞추기 위해 QbD 사업을 본격화 했다.
식약처는 2015년 국내 개발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신속한 제품화와 글로벌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의약품 분야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식약처 첨단 바이오의약품 특별자문단(MFDS Special Advisory Board) 제2기' 출범해 바이오의약품 설계기반 품질관리(QbD) 시스템 구축에 기여하려 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의약품 QbD 예시모델 개발 사업을 매년 다른 제형으로 실험실 및 시험 생산 규모로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2015년 △일반방출정제(실험실) △복합이층정제(실험실), 2016년 △경질캡슐제(실험실), 2017년 △(액상)주사제(실험실, 시험생산), 2018년 △일반방출정제(시험생산) △경질캡슐제(시험생산), 2019년 △복합이층정제(시험생산) △(동결건조)주사제(실험실, 시험생산) 등의 예시모델이 개발됐다. 해당 예시모델은 CTD(국제공통기술문서)로 작성돼 제약사들이 QbD 개발에 참고할 수 있게 공유됐다.
식약처는 2020년 중기부와 MOU(업무협약)을 맺고 QbD를 기반으로 한 제약 스마트공장(Smart Factory) 구축을 지원할 것을 밝힌 바 있으며, 이 사업은 KIMCo(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에서 수행기관을 맡아 올해 5월부터 시행했다. KIMCo는 업체를 위해 △현장 지원 등 맞춤형 컨설팅 △스마트공장 핵심인재 양성 이론·실습 교육 등을 제공한다.
스마트공장(Smart Factory)
공장 내 설비와 자동관리 솔루션을 연동하여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활용하고,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공장이다. 이는 제조소가 QbD 기반이 선행 됐을 때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시스템이지, 그 자체가 QbD의 구성요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는 2020년부터 매년 QbD 컨설팅 지원업체를 공모해 각 회사가 추진하려는 제형별로 세분화해 개발과정의 주요 애로사항을 맞춤 해결하는 핀셋형 컨설팅을 추진했다. 컨설팅 구성은 △QTPP(목표품질제품프로필) 설정 △품질 속성 △QA(품질 속성) 위험성 평가 △CQA(중요품질속성) 및 허용 기준 설정 등이다.
지난해 2월에는 '바이오의약품 설계기반 품질고도화(QbD) 모델 개발 안내서(민원인 안내서)'를 발행했고, 8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규정 별표14. 매개변수기반 출하'에 실시간 출하 시험 개념이 추가된 개정사항이 행정예고 된 상태다.
식약처 취지는 글로벌 비관세 기술장벽 돌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제약업계에 "QbD!"를 10년 째 외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비관세 기술장벽으로 작용하는 QbD의 존재 때문이다.
비관세 기술 장벽으로 QbD 자료를 요구하는 국가가 늘어남에 따라, 식약처는 국내 제약업계의 신속한 QbD 도입을 지원해 글로벌 진출을 실현시키려 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QbD적 접근방법을 통한 의약품 개발 방식을 '기술장벽'으로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제약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도 의약품 품질규제에 QbD 개념을 정착시킨 상황이다.
제네릭 중심의 국내 기업들도 식약처가 QbD 도입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도입을 위한 시설 투자비용 부담으로 인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국내 제약사들 스스로 QbD의 본질을 이해하고, 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속적 QbD 워크숍 및 교육 그리고 연구비 지원 등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