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 화들짝 소송은 되고 임상적유용성 투자는 안되나
생각을 hit | 급여재평가 줄다리기에 로펌만 미소
기등재약 급여적정성 재평가가 힘겨운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급여등재도 어렵지만, 급여목록에서 제외(또는 선별급여 적용)하는 과정은 더 녹록치 않아 보인다. 재평가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던 제약계를 감안하면 예상됐던 그림이기도 하다.
급여적정성 재평가 계획은 2019년부터 화두가 됐다. 급여당국은 당해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19~2023)을 통해 의약품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는 재평가를 통한 급여체계 정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는데, 의약품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환경과 실제 치료 환경이 달라(환자 질병상태, 기저질환 유무 등)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의약품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약제 재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재평가 결과를 기초로 약제 가격 급여기준 조정, 건강보험 급여 유지 여부 결정 등 후속 조치 실시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재평가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2020년 9월 치매 외 질환에 대해 선별급여(본인부담률 80%) 전환을 결정했으나, 이는 곧 소송 복마전으로 이어졌다. 올해 3분기 안으로 급여기준 취소 본안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2심, 3심까지 3년간은 시간끌기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5개 성분 청구액 1661억원 중 365억원치 제외
타나민·기넥신·안탁스 등 기사회생
올해 초 정부는 본사업인 5개 성분의 급여적정성 재평가에 들어갔다. 2월 복지부는 비티스비니페라(포도씨추출물/포도엽추출물)와 아보카도-소야, 은행엽엑스, 빌베리건조엑스, 실리마린 등 5개 성분에 대한 재평가 계획을 공고했다.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 선정기준은 △성분 기준 연간 청구액의 0.1% 이상(약 200억원), △A8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독일, 스위스, 캐나다 등) 중 1개국 이하 급여 △정책적·사회적 요구 등이다.
하지만 자료검토 등의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정부가 계획한 당초 재평가 대상 성분 중 일부가 제외된 것이다. 재평가와 악연인 은행엽엑스는 이번 재평가에서 제외됐다. 주사제의 품목취하로 정제만 남게되면서 재평가 대상 선정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엽엑스 경구제는 독일과 스위스 등에 급여등재 되어 있다.
심평원 사후평가소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격론끝에 은행엽엑스 정제를 이번 재평가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에 따라 유유제약 타나민정과 SK케미칼 기넥신 등 78개 품목(예상청구액 308억원)은 현행유지된다.
또 하나 제외되는 약은 비티스비니페라 성분 포도엽추출물이다. 유관학회에서 포도씨추출물과 포도엽추출물은 다른 약제라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포도엽추출물은 '연간 청구액 약 200억원 이상'이라는 기준을 벗어났다. 아주약품 '안탁스캡슐' 등 22개 품목의 청구액이 52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품목을 제외하더라도 약 1000억원이 넘는 기등재약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그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해당 품목도 소송전으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콜린 사례를 보면 집행정지 인용 가능성이 높아 어느정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정책 수용성은 낮아지고 제약사와 정부간 불신이 쌓이게 될 것이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기등재약 급여 재평가는 한정된 보험재정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급여적정성이 있냐', '건보재정을 투입해도 되는 약인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곧, 급여를 투입해도 괜찮은 약이란 것을 입증하면 된다. 정부의 기등재약 급여 재평가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관과 정책의 방향성 변화 등이 또다른 콜린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연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약물로 육성하면서 임상적 유용성 입증을 위해 일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소송에 들어가는 소모적인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정부와의 쌓은 신뢰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길을 택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