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대한민국 원료의약품 산업은 '고독사' 하고 있다

전통 제약, 바이오벤처는 신약개발로 나는데 원료의약품사들은 중국, 인도산 원료에 밀려 정책적 지원 사각지대서 눈길주는 사람없어

2021-05-03     조광연 기자

 '원료의약품은 제약바이오산업 반도체'...이 말이 더 슬프다

K제약바이오 산업은 뜨겁고, 원료의약품 산업은 차갑다. 끌어다 덮을 이불 한자락없는 정책 사각지대서 중국산, 인도산 원료의약품의 가격 공세를 견디며 활로를 찾고 있다.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에게 역주행 기회는 있을까? 비가역 낭떠러지로 갈지, 글로벌 주요 플레이가 될지 갈림길이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

① 방치된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자급률 20% 남짓
②원료산업계의 하소연 "정부로부터 푸대접 받는다"  
③ 사막화 원료의약품 시장에 사과나무 심는 이 기업    

대한민국 원료의약품 산업은 고독사(孤獨死) 중이다. 고독사 한 그 자리에 모란과 연꽃(중국과 인도의 국화)이 화사하게 피어났다. 너무 눈부셔 눈이 멀 지경이다. 100여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토대가 되었던 원료의약품 산업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고독사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중국이나 인도산 원료의약품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가격경쟁력이 꼽힌다. 완제의약품을 제조하는 제약회사의 구매 담당자들은 "국내 원료의약품의 품질에 믿음이 조금 더 가는 것은 있는데, 중국과 인도 등 외국산 원료의약품과 가격 차이가 워낙 나다보니  쓰기 힘든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료의약품 산업계 관계자들은 "국산 원료의 가격경쟁력이 낮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산업이 이렇게 말라 비틀어지는 동안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배려는 있었느냐"며 아쉬워 하고 있다.

원료 산업계 관계자들의 이 같은 지적은 불행히도 사실에 가깝다. 정부가 신약개발과 이를 통한 글로벌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들은 수시로 내놓았지만, 원료 의약품 산업과 관련한 정책을 내놓은 적은 99.9% 없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원료의약품 등록에 관한 규정 개정'과 관련해 원료의약품 제조업체 및 수입업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내놓은 '1985년도 대비 2000년 원료 대외의존도' 인용 자료는 정부가 원료의약품 산업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설명하고도 남는다. 원료의약품에 관한 고고학 관점의 정책 리뷰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20년 전 자료를 회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었을까?

 

참담한 국내 원료의약품 시장의 현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2020 제약바이오산업 DATABOOK(통계정보)'에 따르면 2019년도 국내 의약품 등(완제의약품, 원료의약품, 의약외품) 총 생산액은 23조8000억원 규모다. 

이 중 완제의약품 생산금액이 19조7750억원으로 83.1%를 차지했으며, 원료의약품 생산금액은 2조2730억원(9.6%)이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의약품 등 총 생산규모에서 원료의약품 비중은 2019년 결국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5년간 연간 성장률 역시 완제의약품이 7.4%인데 비해 원료의약품은 3.9%로 낮았다.

이 데이터로만 국내 원료의약품의 좌표를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38년간 수입하거나 국내 생산으로 원료의약품을 공급해 온 삼오제약의 오장석 대표(전 의약품수출입협회장)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2020.12. Vol. 21)에 ‘제약바이오산업 기반 구축과 원료의약품 자급률 제고’를 타이틀로 기고한 내용에 따르면, 근래 5년 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 정도다.

원료의약품 자급률 20%라는 말은 국내 기업이 생산한 원료의약품으로 완제의약품을 만든 비중이다. 나머지 80%는 다른 국가에서 수입한 원료의약품으로 완제의약품을 생산했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했던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 회의자료에 따르면, 1985년 국내 원료의약품 대외의존도는 55%였다가, 2000년 90%로 크게 높아졌다. 대외의존도를 자급률로 치환해 설명하면 1985년 원료의약품 자급률 45%, 2000년 10%가 된다.

원료의약품 자급률 변동 추이는 식약처가 2002년 7월 도입, 시행 중인 원료의약품 등록제도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원료의약품등록제도(Drug Master File)란 원료의약품 품질 관리를 통해 완제 의약품의 안전 및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용어설명,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완제의약품은 모든 제조공정이 완료되어 최종적으로 인체에 투여할 수 있도록 일정한 제형으로 제조된 의약품을 말하고, 원료의약품은 합성, 발효, 추출 등 혹은 이 방법들의 조합에 의하여 제조된 물질로써 완제의약품의 제조에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출처 : 의약품등 안전에 관한 규칙‘ [별표 1]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히트뉴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공공데이터 정보를 분석해보니 2002년 7월~2020년까지 등록된 원료의약품은 7111개 였으며, 이 중 수입 원료의약품은 5822개, 81.9%였으며, 국내에서 제조된 원료의약품은 1289건, 18.1%였다. 

외국산 원료의약품이 본격 등록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등록 원료(DMF)는 총 7085개 였으며 이중 외국산 5748개(81%), 국내 제조 1337개(19%)였다. 등록 원료를 국가별로 분석해보면 인도와 중국산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외국산 원료 5748개 중 인도산 원료의약품은 2534개(44%), 중국산은 1516개(26%)였다. 외국산 원료의약품 중 인도, 중국산 이 70%를 차지했다.
   
DMF 등록 현황과 다르게 국가별 원료의약품 수입 현황(아래표)에서는 중국산 원료의약품이 압도적 위상을 갖고 있다. DMF 등록을 한 원료의약품은 인도산이 많지만, 실제 완제의약품 제약회사들은 중국 원료의약품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오장석 전 의약품수출입협회장의 기고문에 나타난 국가별 원료의약품 수입 현황에 따르면 중국, 일본, 인도,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순으로 수입금액이 컸다. 

2019년 기준 중국산 수입원료 금액은 7억4074만 달러 규모인데 비해 인도산 원료 수입금액은 2억8000만 달러 규모에 머물렀다. 2018년과 견줘 중국산은 19.13% 증가했으며, 인도산은 12.89% 성장했다. 미국산 수입 원료 금액이 1억8573만 달러로, 2018년 1억6771만원 달러와 비교해 10.74% 성장한 것은 국내 제약회사들이 인 라이센싱한 완제의약품이 늘면서 자동적으로 원료의약품 수입도 증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