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 "기존 항우울제에 반응 않는 환자위해 새 약물 필요"

HIT, 환자와 만나다| 이상열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원광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0-11-18     홍숙 기자

"▷기존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고 ▷관해율이 낮고 ▷뇌충격 요법까지도 취해도 그간 치료 반응률 60%, 관해율 40%입니다. 즉, 어떤 치료 방식을 취해도 반응률이 60% 밖에 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기존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제가 필요했습니다."

이상열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원광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17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프라바토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우울증의 초기 치료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히트뉴스는 이날 발표와 질의응답, 영상을 통해 전달된 환자들의 목소리를 토대로 우울증 치료 환경과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에스케타민연산염)가 가치를 지니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한국얀센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열 이사장(대한정신약물학회)이 발표하고 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겪으며

서너번의 약제를 바꾸는 경험도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진 3년이 됐죠. 우울증을 겪으며, 팔에 자해를 하기도 하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우는 일도 많아지고, 비관적인 말투와 욕을 많이 쓰기도 했죠. 병원을 다니며 약물 치료도 받아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 했습니다. 2번 정도 병원을 옮겨 다니기도 했고, 약물을 여러 번 바꾸기도 했습니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25살의 청년에게 다가온 우울증은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까지 동반하는 질환입니다. 이러한 우울증은 비단 이 청년만이 겪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연평균 7%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이는 벨기에와 가나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여기에 주요우울장애 환자 3명 중 1명은 기존 우울증 치료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일 수 있습니다.

치료 저항성 우울증(TRD)은 흔히 알려져 있는 주요우울장애(MDD) 환자가 최소 2개 이상의 다른 경구용 항우울제 치료제를 적정 용량과 기간 동안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반응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4%가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역학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우울 증상을 겪고 있지만 진단을 받지 못한 수가 전체 인구의 약 15% 가량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많은 환자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여전히 신체적 질환에 비해 정신적 질환은 국가보건의료정책의 우선순위에 밀려나 있습니다."

 

진단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운 우울증, 정책적 소외 문제도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환자가 우울증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까요? 주요 원인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단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에 있다고 합니다.

"우울증은 체중감소, 우울한 기분, 피로, 집중력 저하, 불면증 등 흔히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증상을 동반합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다녀도, 정확한 진단을 받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결국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고, 다른 진료과조차 우울증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정신과로 안내하는 상황도 드문 편입니다.

2019년 기준 국내 우울증 유병인구는 약 250만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약 80만명만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우울증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우울증은 특별한 증상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 질환입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우울증의 경우 ▷초기 치료 ▷완전관해를 목표로 하는 효율적인 치료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 적극적인 치료전략이 필요한 질환임을 강조했습니다.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매년 1500명 정도입니다. 우리 병원에 내원하는 우울증 환자 역시 약 350여명이 매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런 극단적 결과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은 보건의료정책에서 소외된 양상을 보입니다. 암, 뇌혈관 질환 등 다른 질환만큼 우울증에 대한 균형있는 보건의료 정책도 필요합니다."

 

약물과 정신적 치료 병행돼야…30년만에 나온 신약 '스프라바토'

높은 약가 대비 비용 효과성에 입증은 어려워 비급여로

우울증의 치료의 최종목표는 '관해'(증상이 호전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기능까지 좋아지는 것을 회복이라고 합니다. 또한 중요한 치료 목표 중 하나는 질환의 재발의 막는 것입니다. 약물치료와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해 관해에 도달하는 것. 이것이 우울증의 최종 치료 목표입니다.

"우울증과 관련된 전세계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결국 경증 우울증을 약물 치료를 끊는 것이 목표고,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은 정신치료와 항우울제를 병행해 치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수가 등의 이슈로 정신과치료보다는 기존 항우울제의 약물 치료만 이뤄져 왔습니다."

또한 관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치료를 받지 않은 기간이 짧을수록 관해가 좋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또 치료 기간이 지연되면 뇌의 해마 용적이 감소해 뇌 구조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존 항우울제에 효과를 보이지 않은 환자의 경우 스프라바토 같은 항우울제를 조기에 쓰는 전략도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합니다.

"(기존에 항우울제에 효과가 없는 환자의 경우) 새로운 항우울제가 필요합니다. 조기에 좋은 치료를 해야 반응률을 높이고, 자살률 등을 낮출 수 있습니다. 실제로 초기에 우울증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으면 자살률이 4배 가량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완전 관해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초기 치료부터 스프라바토를 쓸 수는 없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사항에 따르면, 스프라바토는 최고 2개 이상의 다른 경구용 항우울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는 성인의 중증도에서 중증의 주요 우울장애 치료제로 처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약은 경구용 항우울제와 병용 투여 돼야 합니다.

"외국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에 한해서는 초치료로 고려될 수 있는 약제입니다. 향후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초치료로 활용될 수 있는 결과도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30년만에 출시된 우울증 신약 스프라바토의 접근성에 가장 큰 문제는 약가입니다. 스프라바토의 한 해 투약비는 미국 표시가격 기준 약 3만2000달러(약3800만원)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스프라바토는 국내 약가정책 상 급여출시가 어려워, 비급여로 출시됐습니다.

회사 측은 장기적으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급여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약제 대비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교수는 질의응답 시간에 이런 문제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 약물에 대한 비용효과를 입증하는 비교약제로 기존 정당 1000원 상당의 오래된 약제와 비교하라는 게 현행 제도입니다. 희귀질환, 암 등 초고가 약제에 대한 급여는 이뤄지는데, 정신건강에 대한 급여 문턱을 넘기는 턱없이 어려운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