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도매 규제·CSO 제도권 흡수 '찬성'...보험자 입찰제 '반대'

건보공단, 유통거래 선진화 방안 주제 토론회 진행 보험자 입찰제 시행 시, 저가 덤핑낙찰 야기에 R&D비용 감소 등 부작용 발생 의약품거래소는 도매업체의 옥상옥 가능성 지적

2020-08-21     이현주 기자

제약·유통업계가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보험자 입찰제'와 '의약품거래소 설립'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의약품 제조 및 공급 주체인 제약 및 도매업계에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실효성에도 의문이 생긴다. 

20일 건강보험공단이 '의약품 기술혁신 및 유통거래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의약품 공급·구매 체계 혁신 3차 토론회'에서는 공정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험자 입찰제와 의약품거래소 설립이 제시됐다. 

학계에서는 의약품 선택권을 가진 요양기관의 우월적 지위때문에 부적정한 거래가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보험자가 의약품 구매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제약과 유통업계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김준수 정책위원장(한국애브비 전무)은 "도매업체가 3000개가 넘고 제약사에서 환자에게 의약품이 전달되기까지 도매, 도도매, 도도도매의 과정을 거치면서 유통투명화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해결방안으로 보험자입찰제 실시와 의약품거래소를 설립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정책 하에서 저가 제네릭을 입찰제를 통해 보험자가 직접 구매하는 것은 제네릭의 품질 경쟁을 저해하는 방향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보험자 입찰제를 맞이하게 되는, 제네릭을 통해 비즈니스를 영위하고자 하는 제약사들은 시설투자나 품질 관리보다는 저가 덤핑 낙찰에 더 신경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곧 의사나 환자들에게는 지금보다 제네릭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차의과대학 이평수 교수는 투명한 유통거래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의약품거래소 설립 방안을 제안했다. 

의약품거래소는 기존 유통 질서를 개혁하기 보다 공공도매상이 추가되는 형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책임성 있는 주체가 불분명한 거래 당사자가 참여하는 공적 비영리법인의 형태로는 혁신을 도모하기 힘들고 방만경영의 문제가 대두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유통질서하에서 도매 마진을 현실화하고, 도매상 관리기준을 엄격히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김기호 약가제도전문위원(HK이노엔 상무)도 보험자 입찰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보험자 입찰제는 최저가 상환으로 인한 제약사 R&D비용 감소 문제, 저가 제네릭의 시장진입 지연 문제, 일부 제약기업 및 품목 퇴출 문제, 입찰성분외 다른 성분 처방이 증가하는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다"며 "일부 다른나라에서 밝힌 입찰효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의약품거래소를 설립할 경우 대금흐름에 따른 부적정 거래는 차단할 수 있을지 모르나 판매촉진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리베이트는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반쪽짜리 개선안에 불과하다고 예상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 김덕중 부회장은 보험자 입찰제는 위험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보험자 입찰제는 의약품 처방 선택권을 뺏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정의 어려움이 있다"며 "보험자 안에 전문가 조직을 만들거나 가격에 의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어 의약품 공급 퀄리티가 약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약품거래소 설립은 정부에서 추진하다 실패한 의약품물류정보센터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의약품 공급자, 품목 수를 줄이는데 중점을 둬야한다. 아울러 카드수수료, 적정한 유통마진 책정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제약 및 유통업계는 학계에서 내놓은 보험자 입찰제 등에는 반대했지만 의료기관 직영도매 규제, CSO 제도권 흡수 등에는 적극 찬성을 표했다. 

김 부회장은 "의료기관과 특수 관계에 있는 직영도매는 저가로 의약품을 구매하지 않고, 보험 상한금액 기준으로 구입한 약값은 환자에게 전가된다"며 "의약품 거래질서를 헤치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