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혈액제제 시장 공략위한 'GC의 과감한 결단'
스페인 그리폴스에 현지법인 · 혈액원 5520억원에 매각 국내 GC녹십자 오창공장을 베이스 캠프로 북미시장 개척
GC(녹십자홀딩스) 북미 혈액제제 시장 진출 전략이 새 국면을 맞았다.
현지 생산법인과 혈액원 등을 스페인 혈액제제 회사 그리폴스에 5520억원 규모에 매각하는 대신 국내 생산기지를 축으로 북미시장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수정됐다.
혈액제제 사업으로 성장한 GC는 10여년 전부터 북미 시장 직접 진출로 그룹의 미래를 열기 위해 힘을 쏟아온만큼 이번 캐나다 공장 매각은 '사업을 접는 게 아니라, 느려진 속도를 회복하려는 과감한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GC는 20일 북미 혈액제제 생산 법인인 GCBT(Green Cross BioTherapeutics Inc.)와 미국 혈액원 GCAM(Green Cross America)을 세계 최대 혈액제제 회사인 스페인 그리폴스(Grifols)에 매각했다. 계약 규모는 4억6000만달러(약 5520억원)다. GC는 북미 현지법인 GCNA의 자회사 GCBT를 1891억원에 매각하며 현지법인 GCAM도 같이 매각한다. GCBT는 GCAM의 지분 74%를 갖고 있다.
GCBT는 GC가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건립한 혈액분획제제 공장으로 연간 생산능력 100만 리터 규모다. GC는 지난 2015년 6월 착공, 2017년 10월 준공했다.
이 공장은 국내 기업이 북미에 세운 첫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로 2억5000만 캐나다 달러가 투입됐고, 현지 바이오 생산공장 인력이 부족하자 이듬해부터 본사가 인력·기술 지원을 할 만큼 캐나다 프로텍트는 GC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야심찬 교두보였다.
GCAM는 미국 현지에 혈장을 공급하는 법인으로 12개의 혈액원을 갖고 있다. GCAM이 만든 원료혈장으로 GCBT가 혈액제제를 생산하는 구조가 GC의 전략이었다. 혈액제제는 혈액 액체 성분인 혈장에서 면역이나 지혈 등에 작용하는 단백질을 추출하므로 안정적인 혈장 공급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따른 투자였다.
야심차게 추진하던 북미 진출 전략은 순조롭지 못했다. GC는 지난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혈액제제 'IVIG-SN(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5%'를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지금까지 허가받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GC는 IVIG-SN 5% 대신 고농도 품목인 IVIG-SN 10%부터 허가 받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GC는 직접 북미시장에 뛰어들 계획이었지만 진출 품목의 허가가 늦어지는데다, 코로나19 팬데믹마저 겹쳐 "내실을 기하는 선제적 조치"로 계열사를 매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북미진출 전략이 꺾이는 것은 아니다.
GC는 북미 혈액제제 시장 진출의 핵심기지를 GC녹십자로 조정해 글로벌 사업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GC녹십자 오창공장을 연간 최대 140만 규모로 두 배 증설했다.
GC는 오창공장 가동률을 높이는데 집중하며 올 4분기 IVIG-SN 10%의 미국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말 허가를 받고, 내후년 미국 매출을 본격화 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GC가 북미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세계 25조원의 혈액제제 시장 중 절반이 북미 시장인데다, GC의 핵심역량 또한 혈액제제 연구개발과 생산능력인 까닭이다.
GC그룹의 비전도 당연히 이에 맞춰졌다. 2009년부터 GC는 현지법인을 준비하면서 "북미에 선제적 투자를 하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해 왔고, 이는 허은철 대표의 입을 통해 확인돼 왔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2016년 오창공장 증설 당시 "고부가가치를 내는 혈액제제 사업은 녹십자의 과거와 현재이자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끌 미래이다"며 "북미 시장 진출과 글로벌 사업 확대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었다.
2년 뒤인 2017년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도 허 사장은 "100년, 200년을 위해 세포치료제 개발과 북미 사업에 미래를 걸었다"고 말했다.
결국 GC에게 북미 혈액제제 시장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되돌아설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캐나다 공장 등 매각은 곤란해진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돌파구를 적극 모색하는 시도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