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백혈병 약 벤클렉스타, 선제적으로 쓰면 더 좋을 것"

엄기석 교수 22일 온라인기자간담회서 밝혀

2020-04-23     홍숙 기자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효과적인 약을 선제적으로 쓰는 것이 더 좋다. 환자가 나빠진 뒤에 벤클렉스타와 같은 좋은 약제를 쓰면,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제적으로 해당 약제를 쓰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엄기석 가톨릭의대 혈액내과 교수는 22일 열린 벤클렉스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벤클렉스타(베네토클락스)는 BCL-2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억제하는 기전의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다. 벤클렉스타는 BCL-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며 세포사멸 과정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엄기석 가톨릭의대 혈액내과 교수(왼쪽)와 김진석 연세의대 혈액내과 교수가 22일 애브비 벤클렉스타 온라인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했다. 

65세 이상 고령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혈액 내 림프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질환이다. 서구에서는 가장 흔한 백혈병이지만 국내에서는 전체 백혈병의 약 0.4%~0.5%에 불과해 희귀 혈액암으로 분류된다. 급성 혈액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서히 진행되지만 여러 번의 치료에도 불응하거나 자주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후속 치료 단계에서 다양한 치료법이 필요하다.

현재 벤클렉스타는 최소 하나의 화학요법을 포함한 이전 치료를 받은 재발성/불응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환자의 2차 병용요법 치료제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3차 이상 치료에서 단독요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또 이번달 1일부터 화학요법 및 B세포 수용체 경로 저해제에 재발 또는 불응인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의 3차 치료제로 보험급여를 인정받게 된다.

정리해 보면, 벤클렉스타는 2차 병용요법과 3차 이상 단독요법으로 처방받을 수 있지만, 급여는 제한적으로 3차 치료 환경에서만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엄 교수는 "예후가 좋지 않은 70세 이상의 고령의 환자 등은 새로운 치료제를 선제적으로 쓸 수 있는 의료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며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벤클렉스타 등 새로운 약제를 쓰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석 연세의대 혈액내과 교수 역시 "(만성백혈병) 기존 약제도 결국 완벽하게 치료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재발의 위험은 언제든 있다"며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약제를 다시 쓸 경우 무진행생존율(PFS)이 현저히 짧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새로운 치료제가 나와도 허가와 보험 급여가 돼야 하는 이유는 '재발' 이슈와 맞물려 있다"며 "3차 치료제만 제한적으로 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가 자비로 2차에서 리툭시맙과 병용으로 쓰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허가는 최소 하나의 화학요법을 포함한 이전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재발성/불응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벤클렉스타 정과 리툭시맙의 병용요법과 표준 치료인 벤다무스틴과 리툭시맙 병용요법의 효능·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한 제 3상 임상시험(MURANO)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일차 평가지표 분석 결과, 벤클렉스타 정과 리툭시맙의 병용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이 유의미하게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83%(HR: 0.17; 95% CI: 0.11-0.25; p<0.001) 감소했고, 전체생존율이 표준 치료인 벤다무스틴과 리툭시맙 병용투여군(HR: 0.48; 95% CI: 0.25-0.90;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음)에 비해 더 높게 나왔다.

또한, 3상 임상시험(MURANO)의 추적 관찰연구(Post-Treatment Follow-up Study)에서는 질병의 진행 없이 2년 간 투약을 마친 130명의 벤클렉스타 정-리툭시맙 병용군 환자에 대한 투약 후 18개월, 24개월에서 무진행생존율 추정값은 각각 75.5% (95% CI 67.4, 83.7)와 68.0% (95% CI 57.6, 78.4)였다.

2차 평가지표는 병용요법 치료가 종료되는 시점(9개월)의 미세잔존질환(MRD)을 기준으로 측정됐다. 미세잔존질환은 말초 혈액이나 골수에 남아 있는 백혈병 세포 숫자로 10000개의 백혈구 중 1개 미만의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세포가 존재할 때 미세잔존질환-음성으로 평가한다.

추적관찰 연구결과, 벤클렉스타 정과 리툭시맙 병용요법으로 치료 받은 환자군은 62.4%가 미세잔존질환 음성에 도달했다. 반면 벤다무스틴과 리툭시맙 병용요법으로 치료 받은 환자군의 13.3%가 말초혈액에서 미세잔존질환 음성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