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약가공개 필요성 제기 OECD 전문가회의 내용은?
항암제 접근성·약품비 지출효율화도 논의
이다희 주임연구원, 2차회의 의제 등 소개
OECD 보건위원회는 의약품·의료기기 관련 활동과 정책 자문역으로 전문가그룹을 조직해 지난해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의약품·의료기기 관련 최근 정책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의제를 다루는데 올해 5월 9~10일 양일간 프랑스 파리소재 OECD 본부 국제회의장에서 2차 회의를 열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일부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항암제 접근성과 의약품 지출 효율화 등이 주요의제로 다뤄졌다. 특히 WHO Geneva 대표는 항암제 가격 책정 주제 발표에서 투명성 증진을 위해 회원국들이 상호 의약품 가격을 공개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다희 주임연구원(심사평가원 의료보장연구부)은 'OECD 의약품 및 의료기기 지출 산출정보 개선방안: 전문가 회의를 기반으로'라는 제목의 '2019 HIRA 정책동향(13-5)' 기고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심사평가원은 한국을 대표해 의약품·의료기기에 대한 OECD 사무국 보고서에 의견을 개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OECD는 올해 5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전문가 그룹 2차 회의를 열고, 의약품 및 의료기기 지출 산출정보 개선방안, 항암제 접근성 관련 과제, 합리적 의약품 사용을 위한 정책 방안, 의약품 분야 향후 OECD 역할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올해 예정돼 있었던 처방의 질을 높이고 다품목 처방을 줄이기 위한 정책 관련 조사 등에 대해 적극적 협조를 각국에 당부했다.
이 주임연구원의 기고글은 이 2차 회의를 정리한 내용이다.
OECD 의약품·의료기기 지출 산출정보 개선방안=3일 이 주임연구원에 따르면 OECD에 보고되는 의약품 관련 통계는 보건자료(Health Data)에 포함된 의약품 판매액 통계와 보건계정(Health Account)에 포함된 약품비 지출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두 가지 통계를 모두 산출해 OECD에 제출한다. 문제는 두 통계 산출 기준이 다르다는 데 있다.
이에 OECD 사무국은 통일된 하나의 기준을 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지출에 대한 표준화된 접근방식의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standardised approaches)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이번 회의에서 소개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보건통계작업반(Working Party on Health Statistics, WPHS)과 협력해 수행하며, 올해 10월 OECD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전문가 그룹과 OECD 보건통계 실무자 대표들이 참석하는 워크숍에서 진행상황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이 주임연구원은 소개했다.
OECD 사무국은 의약품 지출 모니터링을 위한 활동을 통해 더 많은 국가가 의약품 지출 통계를 제출하도록 장려하는 동시에 의약품 유통 경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주임연구원은 특히 "이번 회의에 참석한 우리 대표단은 병원에서 할인되는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 비용을 지출에 반영하고, 의료기기 지출을 산출하기 위한 자료원이 구축돼 있지 않은 국가는 국제 사회와 협조해 적절한 자료를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OECD 사무국에 제시했다"고 했다.
산업활동·성과 모니터링 미래 프로젝트 실현 가능성=이 주임연구원은 "OECD는 2018년 ‘Pharmaceutical Innovation and Access to Medicine’ 보고서를 통해 의약품 정책 관련 정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가령 "성공적으로 출시된 의약품의 연구개발 비용 추정치는 수백만 달러에서 26억 달러까지 그 추정 범위가 넓다(DiMasi, Grabowski and Hansen, 2016; Prasad and Mailankody, 2017). 또 의약품 시장 크기와 기업 이윤에 대한 추정치를 제시하는 보고서도 다수 발간되고 있으나(Deloitte Centre for Health Solutions, 2016; IQVIA, 2019) 추정치 산출 자료원과 방법론이 명확하지 않아 해당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제약산업의 수익성을 파악하기 위한 신뢰도 있는 자료가 부족해 논쟁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하고 있다.
이에 OECD 사무국은 미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산업활동 모니터링 방안을 제시했는데, 주요 목적은 이런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표를 잘 수집하는 것이었다고 이 주임연구원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OECD 사무국은 산업 활동 모니터링을 위해 분석틀을 개발하고 지표를 선정하고 간단한 지표 목록(short list)에 대한 자료원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제약산업 성과 평가지표를 투입(input), 활동(activity), 산출(output)로 구분해 분석틀을 제시했고, 참석 대표단에게 산업활동을 평가하는 범위,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고 했다.
보건의료체계 내 유전자 검사 발전 방향=이 주임연구원은 "OECD 사무국은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유전자 검사 이용가능성, 급여 범위, 접근성, 환자에 대한 정보 전달을 확인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제시했는데,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전달하고 환자에게 동의를 받는 게 주요 요건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각 국가에게 수집할 정보는 유전자 검사의 급여범위 및 상병, 검사 지시자, 검사를 제공하는 의료기관 유형, 지불 방식 등이었다. 이 주임연구원은 "이를 통해 OECD 사무국은 각국의 상황을 파악해 환자 동의에 대한 법제화 여부,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전달하는 지침 등을 비교할 예정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지출 효율성·접근성 향상=이 주임연구원은 "(성과기반, Performance-Based) 관리형 급여계약(Managed Entry Agreement, MEA)은 효과의 불확실성 수준 등에 따라 등재된 의약품 가격을 환급하는 제도이며, 대부분 비밀계약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OECD는 2017년 관리형 급여계약의 정의, 분류, 운영 현황을 검토한 보고서를 발간했고, 2018년 3월 1차 전문가 그룹 회의에서 관리형 급여계약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는 1차 전문가 그룹 회의 이후 일부 국가에서 수집한 사례를 바탕으로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성과기반 관리형 급여계약을 보고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이 주임연구원은 "OECD는 올해 2월 성과기반 관리형 급여계약 현황 파악을 위해 호주, 벨기에, 체코, 에스토니아, 일본,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미국 등 11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수행했다. 이중 6개 국가가 응답했는데 이들 국가의 성과기반 관리형 급여계약 사례를 종합한 결과, 24개 의약품을 대상으로 성과기반 관리형 급여계약을 시행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번 회의에서 OECD 사무국은 항암제의 접근성에 대한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세부적으로는 이번 회의 전에 일부 회원국과 논의해 도출한 항암제 관리 및 접근 관련 핵심 과제 6가지를 소개했다. 초기비용(up-front costs)과 경제성 및 재정적 지속가능성, 임상적 혜택의 불확실성과 비용효과 및 예산 영향, 적응증 확산(cascade of indications), 치료 장소, 접근의 불균형, 환자의 기대치 등이 그것이었다.
이 주임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WHO Geneva 대표는 항암제 가격 책정을 주제로 발표했다. 의약품 선택은 의약품 지출에 있어 효율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며, 투명성 증진을 위해 상호 의약품 가격을 공개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OECD 사무국은 올해 6월~8월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고 자료를 수집한 후 최종적으로 올해 말까지 보고서를 완성하는 일정이라고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의약품 지출 효율성·품질 향상=이 주임연구원은 "지난해 12월 OECD 24차 보건위원회에서는 의약품 수요를 관리하고 합리적 의약품 사용을 장려하는 국가별 활동과 성과에 대해 검토하도록 제안했다. WHO가 정의한 합리적 의약품 사용은 '환자가 임상적 요구에 따라 적절한 의약품을 개인 조건에 충족하는 용량으로, 적정한 기간 동안, 지역사회에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처방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약품의 과다사용, 과소사용, 잘못된 사용은 자원 낭비뿐만 아니라 건강 위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OECD 사무국은 부적 절한 처방과 과다사용의 주요 원인, 의약품 사용 장려 정책의 영향 등을 검토했고, 의약품 처방의 질을 향상시키고 다품목 처방을 감소시키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OECD 사무국은 이번 회의에서 의약품 분야 향후 OECD의 역할로 OECD 보건국(Health Division)에서 수행하는 항생제 내성 정책과 핵에너지부(Nuclear Energy Agency)에서 수행하는 방사성 의약품에 대한 업무, 의약품과 환경오염에 대한 관리 활동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 주임연구원은 "OECD 보건국 소속인 Michele Cecchini은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OECD 사업을 소개했고, Martin Wenzl은 방사선동위원소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공급을 위한 OECD 프로젝트를 발표했다"고 했다.
이 주임연구원은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2차 전문가 그룹 회의 내용을 고려해 OECD 의약품 통계의 산출 방식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아가 각국의 경험을 고찰해 국내 의약품 정책과 연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2차 전문가 그룹 회의에서 제기된 의약품 및 의료기기 지출 정보 개선을 위한 OECD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OECD 사무국은 항암제 접근성에 대해 제기된 과제 개요를 소개하고 과제 해결을 위한 절차 및 향후 일정을 공유했다. 항암제는 국가, 지역, 기관 수준에 따라 보상 범위와 접근성이 달라지므로 접근의 불평등이 야기될 수 있다. 한국은 OECD 국가의 보건의료시스템이 도전적 과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분석하는 과정에 협조하고, OECD는 과정과 결과를 함께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주임연구원은 아울러 "OECD는 올해 합리적 의약품 사용과 관련한 정책 수립에 필요한 조사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의약품 사용 장려 정책과 노인의 다품목 처방 감소 방안에 대한 조사 등에 대해 복지부, 심사평가원, 식약처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