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인보사 경평연구 맡았으면 사퇴·수사 대상?

식약처 전경과 이의경 처장.
식약처 전경과 이의경 처장.

지난주 열린 국회 업무보고에서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대한 자질시비가 일었다. 주성분이 뒤바뀐 것으로 드러난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의 경제성평가 연구용역을 성균관대학교 교수 시절 그가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코오롱으로부터 연구비를 지급받는 인물이 코오롱 사태해결을 진두지휘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해상충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인보사케이의 허가취소까지 3달여 시간이 지체됐다는 ‘합리적’ 의심을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제기했고 시민단체들은 이를 받아 이 처장의 사퇴와 수사대상으로까지 올려놓아야 한다고 공세했다.

굳이 이 처장의 편이 아니더라도 의약품 품목허가와 보험약가 등재 프로세스는 선후관계가 분명한 별개의 절차임을 안다면 윤 의원이나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그들의 말대로 과연 ‘합리적’인지 되물어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인정여부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단계에서 검증된다. 보험약가는 이 검증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약제에 대해서는 논의할 필요조차 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안유에 대한 식약처 검증을 기반으로 이 약이 환자들에게 기존 약제에 비해 얼마 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지를 연구한 것이 이 처장이 했다는 경제성평가 연구용역이다. 선후관계가 분명하다 못해 또렷한 사안이다.

인보사 사태는 3월 31일 인보사에 대한 제조 및 판매중지 조치를 기점으로 시작돼 7월 3일 허가취소를 최종 통보하면서 절차적으로는 일단락됐다. 그 사이 식약처의 자체시험과 코오롱생명과학 및 미국 현지조사, 형사고발, 사전통지 및 청문절차 등 과정을 거쳐 최종 허가취소 통보에 이르렀다. 이 일련의 과정이 이 처장 때문에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윤 의원 등의 입장이고 이를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처장은 인보사 사태가 터지기 20일 전인 3월 11일(월)에 취임했다. 품목허가 이후 인보사 경제성 평가를 진행한 이의경 교수가 식약처장에 취임했기 때문에 허가취소 처분지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은 어떤 논리에 의해 합리적인지 도무지 판단하기 어렵다.

인보사는 3월 31일 제조·판매가 잠정 중단되면서 환자의 안전관리에 사후적으로 문제될 요인은 이미 제거된 상태였다. 7월 3일 최종 허가취소 통보가 나오기 전까지 3개월간 식약처가 진행한 절차는 품목허가 취소의 정당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진행할 수 밖에 없는 당연한 절차들이다. 국내 판매제품의 2액이 신장세포임이 명확해진 4월 15일 이후 곧바로 허가를 취소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속시원하게 들릴진 몰라도 처분 상대방의 반대 주장이 명확한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일방적으로 취할 행정태도일 수는 없다. 3개월 후 최종 허가취소 통보를 받은 코오롱측이 즉각 행정소송을 진행한 점만 봐도 그 절차가 왜 필요한지 알수 있지 않은가. 속시원하게 조기에 허가취소하고 법리적 미비에 걸려 예견된 행정소송에서 패소한다면, 그 때는 그 책임을 또 식약처가 져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보사 허가과정에 의혹이 있다면 감사원이 나서든, 검찰이 나서든 속시원하게 해결하면 될 일이다. 식약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협조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시류에 편승한 일방적 주장이 온전한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되고 일단 의혹부터 제기하는 것은 볼성 사납다. 이 처장 처신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있다. 인보사 경제성 평가를 자신이 수행했었다는 사실을 선후관계를 따져, 적정한 시점에 스스로 공개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 하더라도 의혹은 또 다른 날개를 달았겠지만 말이다.

국내 1세대 사회약학자인 이 처장은 신약 경제평 평가 등 보험약가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활동해왔다. 신약하는 회사들의 연구용역을 많이 맡은게 당연한 일 아닐까. 약국경영을 주로 했던 전임 류영진 처장에 대해서는 행정경험이 전무하다고 우리 사회는 비판했다. 그렇다면 공직은 누구의 몫인가. 산업도, 행정도 잘 알지만 이슬만 먹어온 학자를 우리는 찾아야 할까. 우리 사회는 왜 이 처장에게 “당신이 인보사 연구용역을 맡았지만, 조사과정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처리하는지 지켜보겠다”는 합리적 경고를 던지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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