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변호사·이태진 교수, 건보법에 근거신설 필요

의료법학에 최근 논문 게재

허가특허연계에 따른 후발의약품 판매금지제도는 후발의약품의 급여등재 시점과 신약의 약가인하 시점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특허권을 보호하기 위한 판매금지제도의 의도와 달리 해당특허가 잘못 등록돼 무효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9개월 간 판매금지된 후발의약품 피해 뿐 아니라 신약 약가인하가 지연된 기간만큼 보험자도 부당한 손해를 입는다.

약가인하 처분 집행정지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집행정지 인용 또는 기각 여부, 본안소송 승패여부 등에 따라 제약사와 보험자 간 이해가 엇갈린다. 일반상식에 기대봐도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변호사와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교신저자)는 '약가인하 효력 발생시점 차이에 따른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해법을 제시했다. 이 논문은 대한의료법학회가 발간하는 '의료법학(20권제1호)'에 최근 게재됐다.

박 변호사 등은 현행 건강보험법령과 약사법령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로 3가지를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따른 판매금지로 인해 신약의 약가인하 시점이 늦어지는 경우 ▲
약가인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가 인용되거나 기각되는 경우 ▲
절차진행이나 검토기간이 달라지는 등 행정절차 운영 차이가 있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허가특허연계제도와 신약 약가인하 지연=허가특허연계제도는 한미FTA 이행을 위해 2015년 3월 국내에 도입됐다. 후발의약품 제약사가 특허권 무효나 특허권 미침해 등을 주장하면서 특허권 존속기간 만료일보다 먼저 제품을 판매하려고 시도하면, 특허권자 등은 식약처에 해당 후발의약품의 판매금지를 신청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식약처는 무효가능성 등 판매금지 신청의 타당성에 대한 실체적 검토나 판단없이 9개월간 후발의약품 판매를 금지한다.

이와 관련 현행 약가제도는 투여경로, 성분, 제형이 같은 후발의약품이 등재되면 해당 신약의 상한금액을 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후적으로 잘못 등록된 것으로 확인된 '부실특허'를 근거로 후발의약품이 판매금지되고, 이로 인해 후발의약품의 급여등재 시점과 신약의 약가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건 불합리해 보인다.

박 변호사 등은 "신약 회사는 '망외의 이익'을 얻고 건강보험 재정은 손실을 입는다. 그러나 잘못 등록이 사후적으로 확인된 특허로 인해 약가인해 시점이 늦어지는 건 실체적 법률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변호사 등은 그러면서 "이런 경우 사후적으로 보험자가 제약사로부터 '망외의 이익을 환수할 수 있을까. 만약 환수할 수 없다면 현행 제도는 법이 진정으로 의도한 실체적 법률관계 실현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입법 불비"라고 했다.

약가인하 처분 집행정지의 영향=집행정지제도는 행정소송 본안 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집행정지 신청은 약가인하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를 충분히 충분히 심리해서 판단되지 않는다. 일단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추후 약가인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되더라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이익을 얻는다. 그만큼 보험자는 손해다. 거꾸로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추후 약가인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돼더라도 보험자는 상당한 이익을 챙긴다.

박 변호사 등은 "이는 사후적으로 볼 때 실체적 법률관계에 부합하지 않으며 부당하다"고 했다.

절차진행이나 검토기간의 영향=실무적으로 약가인하 처분 절차를 진행하다보면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절차 진행이나 검토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가령 사실관계나 법리 등 검토할 사항이 많아서 검토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데 긴 연휴 등으로 심의가 늦어져 절차가 지연될 수도 있다.

박 변호사 등은 "양심적이고 유능한 담당자 등이 열심히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우연적인 상황과 현실적 한계로 절차 진행이 늦어지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약가인하 처분 절차가 늦어지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연한 사정에 따라 또는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토할 사항이 많은 데 담당자 등의 여력이 부족한 사정 등으로 약가인하 시점이 달라지고, 그 차이로 절차가 빨리 진행된 제약사에 비해 늦게 진행된 제약사가 늦어진 기간만큼 약가인하를 면해 이익을 얻는다면 의도한 실체적 법률관계에 부합하는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 변호사 등은 따라서 "절차 진행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동일한 약가인하 처분 사유에 대해서는 약가인하 시점이 동일해야 실체적으로 공정하다"고 했다.

현행 법령으로 해결 가능한가=박 변호사 등은 실체적 법률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사후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고려 가능한 건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성립하기 어렵거나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입법을 통한 해결방안=보건복지부는 2015년 2월 건강보험 재정 손실 상당액의 징수할 수 있도록 근거를 신설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입법예고만 하고 중도 포기했었다. 변호사 등은 이 개정안을 인용해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약가인하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됐다가 추후 본안소송에서 패소한 경우 제약사가 집행정지 기간 동안 약가인하를 면해 얻은 이익을 보험자에게 지급하도록 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고 본안소소엥서 제약사가 승소했다면 소송기간 동안 약가가 인하로 보험자가 얻은 이익을 제약사에 돌려줄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절차 진행이나 검토기간이 달라지더라도 실질적인 약가인하 시점은 동일하게 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런 내용들을 건강보험법제 근거를 두는 개정을 통해 이뤄지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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